미래에셋 경도 1조 5천억 투자라는 데 들여다보니

부지 인수 대금과 레지던스 건설에 1조 원 넘어

5천억으로 롤모델 삼은 센토사 섬 흉내도 못내

2조 1천억 들여 조성한 여수박람회장과 비교돼
 

미래에셋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레지던스 조감도/여수시 제공

“미래에셋의 여수 경도 개발 사업은 기업의 이익 창출보다는 공익적 개발로 인식하고 있으며 사회적 기여와 공공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고향 발전을 위한 것이다.”

“일본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테마파크처럼 젊은 층 트렌드에 맞게 고급스럽고 사계절 관광이 가능한 시설로, 색다르고 품격 있게 조성하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10월 전남도청을 찾아 김영록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여수 경도를 세계적 으뜸 해양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런 관광인프라를 조성한다는 청사진과는 달리 이익 극대화에 노골화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센토사 섬을 롤모델로 삼아 경도에 1조 5천억 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복합휴양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비 대부분은 관광시설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레지던스 등 부동산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여수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지난 8일 권오봉 여수시장이 주선한 간담회 자리에서 중단된 공사 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환영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여수시의회 등 일부에서는 당초 취지에 어긋나는 사업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이 여수 경도에서 진행 중인 1조 5천억 원대 개발사업의 핵심은 대규모 관광위락시설 조성에 따른 관광객 유치다.

그러나 1조 5천억 원을 들여 세계적 관광단지로 조성한다는 사업 계획은 기존 사업자인 전남개발공사와 체결한 경도 2.15㎢(65만평) 부지, 골프장, 콘도 등의 양수도 매매대금 3천 433억 원과 생활숙박시설인 레지던스를 짓는 사업비 7천 500억 원을 투입한다.

부동산 개발에만 1조 933억 원을 들이는 셈이다. 만약 더 투자하면 모르겠지만 현재 계획대로라면 전체 사업비 가운데 나머지 4천 67억 원으로 해상케이블카와 마리나, 워터파크, 1천석 규모의 컨벤션, 엔터테인먼트센터, 상업시설 등 관광시설을 조성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의 조성비용은 사회간접자본을 제외한 순수 사업비가 2조 1천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5천억 원 정도로 어떻게 관광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 때문에 1조 5천억 원이 넘는 지역 최대 관광프로젝트 사업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에 이어 관광인프라 조성은 껍데기일 뿐, 실상은 수익성 위주의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래에셋그룹은 전남개발공사로부터 골프장을 인수한 이후 최근 2년 사이 이용료를 두 배 가까이 인상한 점도 지나치게 돈 벌이에만 급급하다는 시각이 많다.

여수시의회에서도 미래에셋의 경도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 건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상우 의원은 최근 열린 여수시의회 정례회에서 “경도 개발이 개발업자와 분양자만 이익을 보고 여수시와 시민은 많은 것을 잃는 제로섬 개발이 되고 있다”면서 “인수 계약 당시 약속한 투자 규모에서 레지던스 건설비용을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레지던스 건설비용 7천500억 원이 투자금과 분양대금, 은행 대출 등으로 마련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전체 투자금액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특히 “미래에셋은 경도 인수 계약을 하면서 2029년까지 인수대금을 포함한 1조 원을 투자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 형태의 투자지연배상금 3%를 물기로 했는데 이번 레지던스 건설비용을 합하면 1조 투자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경도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을 관광시설에 투자하는 사업이 아닌데도, 이를 감추고 1조 5천억 원의 대형 프로젝트 사업만 부각시켜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경도 개발로 마치 천지개벽이 일어날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상은 과대포장 됐다는 것이다.

그는 “레지던스는 공동주택의 의무는 갖지 않고 혜택만 누리는 시설로, 숙박시설이 필요하면 호텔이나 콘도를 지어야지 레지던스를 짓겠다는 것은 부동산투기를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미래에셋의 모습은 여수와 경도를 망가뜨리더라도 최대한의 이익만을 보려는 투자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현주 회장은 여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해 시민들은 그 말을 믿고 시내 곳곳에 감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며 “투자자나 분양자들만 이익을 보는 레지던스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관광상품을 만드는데 투자해서 기업도 이익이 되고 시민에게 이익이 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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