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11)세 알의 기장 값

<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11)세 알의 기장 값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거지 할머니는 자신이 밥을 훔쳐먹으려다가 맞아 죽을 것을 구해주었다는 어느 늙은 스님이 들려주었다는 이야기를 공양주보살에게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다.

어느 늦가을 관세음보살이 산에서 수도를 하다가 마침내 진리를 다 깨달아 알고는 중생을 제도하러 세상으로 나오는 길이었다. 단풍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마침 길가 밭에 기장이 누렇게 익어 있었다. 관세음보살은 그 기장을 보고 너무 탐스럽고 아름답게 익은 모습이 좋아 손바닥 위에 기장 모가지를 올려놓고 보았다. 그런데 아뿔싸! 기장 세 알이 손바닥 위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관세음보살은 그 기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만 큰 낭패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이 세 알을 그냥 땅바닥에 버리면 너무나 아깝고 그렇다고 다시 그 자리에 붙여 놓을 수도 없고 해서 그만 자기 입안에 털어 넣고 말았다. 그 기장 세 알을 입안에 털어 넣고 생각해보니 자기 때문에 주인이 손해를 본 것이 미안해서 그 세 알을 먹은 은공을 갚기로 했다. 그래서 소로 변한 관세음보살은 그 주인이 살고 있는 동네로 갔다. 동네로 가서 그 기장밭 주인집으로 들어가니 주인이 보고는 임자가 나타나면 소를 돌려주겠거니 하고 외양간에 매어두는 것이었다. 그 뒤로 소가 된 관세음보살은 삼 년 동안 밭을 갈고 논을 갈고 가을에는 짐수레를 끌어주며 집안일을 도와주었다. 사람보다 더 영리하게 일도 잘하고 말 잘 듣는 소를 주인은 몹시 사랑했다. 삼 년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소가 된 관세음보살이 보니 그 동네에 며칠 있으면 크나큰 재앙이 닥친다는 것을 알았다. 500명이나 되는 도적들이 들이닥쳐 부녀자들은 모두 잡아가고 모든 재산을 다 훔쳐 가는 데다가 남자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소가 된 관세음보살이 가만 생각해보니 그런 흉악한 일을 사전에 먼저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 방지를 해야겠다 싶었다. 그날 밤 여물을 주러 오는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님! 며칠 뒤 밤이면 이 동네에 500명의 도적이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들은 부인과 처녀를 훔쳐 가고 재산을 다 강탈해 갈 것이며 남자들을 죽일 것입니다. 그러니 그날 술과 음식을 많이 마련해서 가지고 나가 동네 입구에서 밤이 되면 횃불을 켜 들고 기다리십시오. 그렇게 하면 500명의 도적들이 이 동네는 행패를 부리지 않고 지나칠 수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소가 사람처럼 말을 하며 괴이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주인은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소가 한 이야기라 그 말이 거짓일 리 없다고 믿고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그날 밤 술과 음식을 가득 장만해 동네 입구에 차려놓고 횃불을 환히 켜 들고 500명의 도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밤이 깊어지자 500명의 도적이 동네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500명의 도적들이 동네 입구로 들어와 보니 자신들이 올 것을 미리부터 알고 동네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잔뜩 마련해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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