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누적 회사채 75조원 육박
전기요금 올려야하나 말아야하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 도입 급물살
광주 등 비수도권 전기요금 경감될까

 

한전 본사 전경. /남도일보 자료사진

이달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전력채(회사채) 발행액이 7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 회사채 발행액이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현재 원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회사채로 감당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여름철이 오기 전인 2분기에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한전 등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한전이 누적으로 발행한 회사채는 74조5천798억원이다. 이는 한전이 장기적으로 상환해야 할 채권 금액으로, 한전은 올해에만 장기채 7조6천100억원을 발행했다. 이대로라면 한전은 올해 회사채를 약 30조원 추가 발행해야 하고, 연말에는 한전의 누적 회사채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법 개정으로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최대 6배까지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 상태면 이마저도 내년이면 초과할 수 있다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전은 자본금·적립금의 최대 6배를 적용하면 약 120조원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까지는 한도 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는 이마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이자 부담이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한전은 회사채 종류별로 각각 장기채 68조700억원, 해외채권 4조8천698억원, 단기채 1조6천400억원을 발행했다. 당장 갚아야 할 단기채는 적지만 비중이 높은 장기채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전 장기채 금리는 2.71%에 불과했지만 지난 24일 기준으로는 4.25%까지 상승했다. 이자 부담이 한전 재무구조를 추가 악화시킬 상황에 놓인 것이다.

◆ 전력 팔면 팔수록 손해 ‘역마진’

이같은 현상은 전력을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구조가 제일 큰 원인이다. 지난해 급격하게 상승한 원료비만큼 전기요금은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전력구입금액은 약 88조8천633억원, 전력판매수입은 약 66조301억원이다. 전력판매 부문에서만 지난해 총 22조8천33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을 한전이 감당해야 한다.

한전은 지난해 회사채로 손실을 충당했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32조6천34억원을 기록했고, 회사채는 31조8천억원을 발행했다. 영업손실 대부분을 회사채로 메꿨다.

정부는 지난해 한전의 전기요금 조정을 허용했지만 이마저도 주요국에 비해 부족하다. 한전은 지난해 전기요금 조정으로 ㎾h당 19.3원을 인상했다. 올해 1분기 요금조정까지 포함하면 ㎾h당 32.4원을 인상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은 전기요금을 더 가파르게 올렸다. 한전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2021년 4월에서 지난 1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을 253%까지 인상했다. 독일 또한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 82.6% 산업용은 324%를 인상했다. 비교적 전기요금 상승폭이 적었던 호주(지난해 7월 뉴사우스 웨일즈 주 기준 최대 18.3%), 대만(지난해 7월 고압 기준 15%) 정도만이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 인상폭이 소폭 적었다.

에너지 전문가는 “2분기는 연중 전력수요가 낮아 전기요금이 조금 올라도 큰 영향은 없지만 3분기는 7월부터 전력수요가 오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2분기에 요금을 소폭이라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 입장은 다르다. 전체적인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산자부. 올리기는 올려야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기재부. 정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급물살

이처럼 전기용금 인상문제가 화두가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어 주목된다. 제도가 도입되면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 비수도권에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전기 수요가 높은 산업의 비수도권 이전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이하 분산에너지법)을 의결했다.분산에너지란 원거리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대신 지역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분산에너지법은 분산에너지의 정의와 활성화 계획 수립 근거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 근거가 담겨 눈길을 끈다. 송·배전망이 잘 갖춰진 지역일수록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내용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대안에는 ‘전기판매사업자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전기 생산지와 소비지에 동일한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력자립률이 강원권 182%, 대구·경북권 141%, 충청권 128.7% 등인 반면 수도권은 72%에 그친다. 서울은 11.3%에 불과하다.

이는 대형발전소 41.4%가 비수도권에 위치한 현실에 기인한다. 특히 원자력설비는 비수도권에만 있고, 유연탄·무연탄·중유·LPG(액화석유가스)를 활용하는 기력발전설비는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4.9배 더 많다.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따른 환경 비용뿐 아니라 발전소 입지를 두고 사회적 비용도 심각하지만 현재의 단일 전기요금제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복잡한 송·배전망을 이동하면서 전력이 손실되는 비용도 무시된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광주 전남 등 비수도권 전기요금 경감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해당 제도 도입 때 수도권은 전기요금을 현재보다 1㎾h당 0.34원 더 지불하고 비수도권은 0.48원 덜 지불할 유인이 생긴다. 아울러 수도권은 부가가치가 1조1500억원, 취업인구가 1만3510명 감소하지만 전국적으로는 부가가치가 2조6510억원, 취업인구가 2만420명 증가하는 산업 이전 효과도 발생한다.

분산에너지법은 상임위에서 이견이 상당 부분 해소돼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문턱도 순조롭게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갑제 기자 kkj@namdonews.com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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