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뿔 셋 달린 소’가 있다. 책 속의 주인공 삼뿔이는 뿔 세 개를 가지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주변의 놀림을 받는다. 결국 자신감 없는 외톨이가 되었고, 주인도 이런 삼뿔이에게 더 많은 일을 시켰으며, 심지어는 이웃에 사는 동생네 집안일까지 돕게 했다. 비바람이 몹시 치는 날, 주인 동생네 집의 엄청난 쌀을 수레로 옮겨오느라 밤늦은 시각에 도착하지만 대문이 잠겨있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고,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삼뿔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다가 그만 숨을 거두고 만다.오래도록 놀림 받고 무시당했던 상처
2024년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총선이 지난 주에 끝이 났다. 미국에 거주해서 그런지 선거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한국에서 지내는 사람보다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하지만 재외국민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은 필자에게 있어 몸은 미국에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기에 그 어떤 것보다 참으로 값진 일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정의가 살아 숨쉬고 열정이 넘치던 20∼30대의 나의 꿈은 문화관광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일하는 국회의원이었고 60대에 문화부장관이 되는 게 목표였다. (그때는 필자가 전혀 미국에 거주하게 될지
출발부터 논란이 있었던 광주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이 지난 5일부터 분양에 들어갔다. 사업시행자가 제안한 분양방식 변경(후분양→선분양)에 대해 광주시가 승인하면서 협약변경이 마무리되었다. 이 변경에 대한 전제가 2021년 변경(선분양→후분양)과정에서 완화해 주었던 용적률 증가분, 공공기여 감면분 등에 해당하는 1천206억원을 회수하는 것이었다.광주시는 전문가 공개검증회의 및 시민사회단체와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달 28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추가로 공공기여금 약 160억원을 증액한 총 조정금액 1천371억원으로 심의, 통과됐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은 물론, 생존율과 진료의 접근성 차이까지 초래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과 죽음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는 특성상 섬 주민들이 견뎌야 하는 제약이 많다. 그중에서도 생명과 직결되는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는 손에 꼽히는 숙원사업이다. 섬 주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바다 건너 원정길을 떠나야 하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의료 인프라의 발달은 농
요즈음은 날마다 불안하다. 솔직히 말하면 팽팽하게 줄다리기하는 정부와 의사님들이 두렵다. 갑자기 내가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오늘도 별일 없기를 바라며 출근을 하는데 문득 의사 장기려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는 약 처방 대신 “이 환자에게는 닭 두 마리를 살 수 있는 돈을 내 주세요”라는 엉뚱한 처방전을 써서 하루아침에 바보 의사가 되었다. 그런다고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한테 바보라니! 바로 ‘이상희’ 작가가 쓴 ‘선생님, 바보의사 선생님’이라는 동화다.책의 줄거리를 보면, 동화 속 주인공 ‘기오’
우리는 거의 매일 지구촌의 기후변화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 극단적인 폭염과 한파, 가뭄과 폭우, 빙하의 감소와 해수면 상승, 개화 시기의 변화 등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날씨에 관한 것들이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매년 오르고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가 전 지구적으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10년이었다.봄이 되면서 꽃들의 개화 시기를 놓고 기후변화에 관한 말들을 많이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동과 기후변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후변동이란 긴 시간 동안
그날도 그렇듯 오전 6시에 일어나 클래식 라디오를 켜고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득 내 귓가에 들리는 ‘세이지 오자와 (Seiji Ozawa)’의 죽음 소식에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재빨리 뉴욕 클래식 라디오로 채널을 돌렸다. 역시나 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정도면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법도 하건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컴퓨터를 켜고 구글창에 그의 이름을 적었다. 많은 신문사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주택공급 방식 중 선분양제도는 197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면서부터 도입됐다. 이 규칙을 통해 주택건설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분양보증이 있을 경우 주택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 모집(선분양)을 할 수 있다. 즉,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계약금,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시 건설사들의 자금력이 부족하고 금융시장도 발달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건설사들이 선분양 대금을 건설비용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해서 더 많은 주택을 짓도록 유도하는 제도였다.그러나 2002년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함으로써 절대적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1.8%의 공간에 전체 인구의 과반수가 살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도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 개발, 광역 교통망 확충,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가격 등이 인구유입 요인이다. 이와 반대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남은 1986년 284만 명에 달하였으나 20년 만에 200만 명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 180만 명까지 인구가 감소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는 무안군과 5개 시를 제외한 16개 군이 포함되
사람들과의 첫 만남에 꼭 빠지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그들의 피아노 학원 경력이다. 신기하리만큼 필자와 인사를 했던 대부분의 사람은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단지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바이엘을 끝내고 체르니 몇 번까지 쳤다는 이야기를 빠짐없이 하곤했다. 뒤이어 지금은 악보조차 읽지 못한다며 피아노 칠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는 말을 꼭 덧붙였다.필자와 동년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주어진 피아노 교재는 오직 바이엘과 체르니가 만든 책이었다. 지금은 여러 가지의 책이 가르치는 선
지난 1월1일 아침이었다. 코로나19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입안에 털어 넣으며 앞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면역력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새해가 되면 매번 하는 다짐이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하리라 굳게 결심한 터였다. 그 결심을 잊지 않으려고 컴퓨터 옆에, 식탁 유리 밑에, 화장대 곁에 검은 매직으로 크게 ‘매일 5천보이상 걷기’라고 써서 붙여놓았다. 만일 ‘내’가 깜박 잊어버리더라도 나의 ‘뇌’가 기억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결심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운동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맞
저출산·고령화, 인구유출과 같은 가장 심각한 인구문제를 가진 지역은 단연 섬지역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2018)에 따르면, 지역 유형별 지역소멸지수의 평균은 섬지역 0.234, 어촌지역 0.303, 농촌지역 0.341, 도시지역 1.208로 나타나, 섬지역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구가 사라지고 거주지 섬이 무인도가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섬의 육지부는 칡넝쿨과 같은 식물들이 무질서하게 자라 농경지와 마을은 황폐하게 되고 해안가에는 바다에서 밀려온 해양쓰레기들이 방치되어 환경오염이 발생하게 된
21세기의 가치관은 20세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무한성장을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이나 사회 불평등 심화 등을 성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치부하였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류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생태문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무한성장을 추구하던 개발우선주의 시대에는 경제활동의 외부성을 중요시하지 않았으나 이젠 무엇보다 사회·환경에 가치를 두는 정책이 우선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과 정책의 변화는 바로 기후변화로부터 시작되었다.2023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3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던 2023년에는 그동안 미뤘던 유명 음악가들의 한국 방문이 줄을 이었다. 2022년에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국제 음악 콩쿠르의 우승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내한한 음악가들의 연주회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다. 덕분에 세계적인 음악가들은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주하였고, 관객들은 외국에 갈 필요 없이 그들의 음악을 가까이서 경험하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 역으로 한국인들의 관심 증가는 클래식 음악계의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리는 희망이
올해(1~11월)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 평균)보다 1.46도가 높아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가장 무더웠던 2016년의 같은 기간보다도 0.13도 높은 수치이다. 다가올 2024년은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올해보다 더 더운 날이 지속될 것이고 2030년대에는 파리협정의 1.5도 마지노선이 붕괴될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지구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전 세계의 국가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다. C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니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왔다. 가까운 친구 K에게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연락하니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왔다. 우리는 가까운 추어탕 집에 마주앉아 점심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녀는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줄곧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자신과 친했던 친구의 험담까지 민망할 정도로 늘어놓았다. 며칠 사이에 달라져버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도 끝까지 들어주었다. 두 시간 정도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질 정도였다.실은 나도 가슴에 쌓아 둔 이야기를 시원하게 풀어놓고
최근 메가시티(megacity)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극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메가시티(Megacity)는 일반적으로 중심대도시와 그 주변 1일생활권의 인구까지 포함해서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권을 일컫는다.지난 10월 말 국민의힘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깜짝 발표한 이후 찬반논쟁이 시작됐다. 연이어 ‘메가 서울론’, ‘3축 메가시티(서울·광주·부산)’, ‘초광역 메가시티’ 등 후속 구상을 내놓고 있다. 야당에서는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하
사실 지방소멸로 칭해지는 지역문제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방도시의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유출 및 인구와 지역쇠퇴, 저성장시대의 도래와 지역격차와 같은 문제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이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 왔다. 최근에는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워케이션(Workation)’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관계인구(생활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실행되는데, 특히 워케이션이란 단어는 일과 휴가를 합쳐놓은 새로운 근무 스타일을 나타내며, 전통적인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넘어서 리조트와 같
올해는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관측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까지 올해의 전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볼 때 1.43℃나 높다. 또한 3월 중순 이후부터 평균 해수면 온도(60˚S-60˚N)는 사상 유례가 없는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엘니뇨 현상은 적어도 내년 4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보통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 해는 기온이 상승하게 되기 때문에 내년은 올해보다 무더운 해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파리협정 1.5℃ 억제선의 붕괴가 눈앞에 와있는 것이다.기
몇 주전 내가 피아니스트인 걸 아는 아들 친구 엄마가 자신의 첫째 아들의 음악 교육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어왔다.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국 사람이라 대부분 그렇듯 피아노 학원을 통해 음악 교육을 시작했었다. 그녀가 말하길 그 당시 열심히 피아노를 배웠지만 지금은 악보조차 볼 줄 모른다며 자신의 조기 음악 교육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나에게 물었다. 피아니스트로서 자녀에게 어떤 음악 교육을 시킬 지 말이다. 사실 주변에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몇 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하면 좋을지, 어떤 악기를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