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유산으로 남기고 전승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형의 글과 사물이고, 다른 하나는 말과 행위다. 전자는 유형의 유산이고 후자는 무형의 유산이다. 유형유산은 생성할 때부터 오랫동안 변치 않도록 고안되어서 화석처럼 남게 되고, 무형유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기 마련이어서 새로운 문화가 덧씌워지며 현재화된다.서남해의 연희문화와 축제적 전통을 대표하는 강강술래를 유산으로서 다시 들여다본다. 강강술래는 음력 8월 보름달이 뜰 때 젊은 여인들이 둥근 달처럼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면 춤을 춘다.
2022년 10월 20일부터 21일까지 여수에서 개최된 ‘2022 국제 섬 포럼 in Yeosu’에서는 국내·외 섬과 바다에 닥친 현실적인 문제들과 그에 대한 대안들이 최대의 화두로 제시되었다. 국내·외 섬과 바다 전문가들이 여수 히든베이호텔에 모여 1박 2일 동안 열띤 발표와 토론의 장을 펼쳤다. 주요 주제는 여객선 공영제 실시를 포함한 섬 교통 문제와 섬주민기본소득과 공유경제, 사회적 경제를 포함한 경제 문제, 그리고 섬의 의료, 보건, 복지와 관련된 중대 현안들이 다채롭고 풍성하게 논의되었다.이 행사에서 논의된 의제들 가운데
우리는 최근 제주도에서 해녀들과 해루질을 하러 온 사람들의 충돌이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며칠 전에는 경찰까지 출동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해녀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 왜 해녀들과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가? 해루질이란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해루질은 옛날부터 물 빠진 바닷가에서 어패류를 채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해루질은 주로 밤에 횃불 등을 사용하여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로 방식이다. 해루질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인 조수간만
마을 아낙네들이 낫과 호미를 들고 산으로 오른다. 산 정상부에 다다르면 호미로 이름없는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함께 산에 올랐던 부녀자들이 부등켜 안고 환호한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장작이나 솔가지 등을 산 위에 가져다가 산더미처럼 쌓고 불을 지르기도 하고 닭 피를 뿌리기도 한다. 하늘까지 연기를 피워 올려 구름과 비를 관장하는 신을 부르는 것이다. 무덤을 파는 것도, 연기를 피우는 것도 모두 비가 오지 않을 때 비를 내리게 하는 기우제(祈雨祭)의 방식이다. 바로 천신을 노하게
현대사회는 고도의 의학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증가는 독보적이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7% 이상), 2018년에는 고령사회(노인인구 14% 이상)로 진입했고, 오는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노인인구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가 되는데 프랑스는 40년, 독일은 36년, 일본은 11년이 걸렸고, 우리나라는 26년 만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와 같이 노인인구는 전 세계
미래 지속가능한 연안 관리는 무엇보다도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으며, 기후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이다.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서남해 섬은 대지가 상대적으로 낮고, 바다에 접해있는 경계선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육지가 특징이다.최근 극심한 날씨와 기후 변동성(Climate variability),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노출로 인해 내륙 지역보다 위기 상황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서남해 지역을 포함하여 섬 지역 가뭄은 미래 기후위기 상황을 대변해 주는 기후 사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완도군청으로 향하다보면 오른편으로 경사진 길이 열려있다. 군립도서관으로 접어드는 골목길이다. 군립도서관 앞에 정면 5칸, 측면 2칸, 맞배지붕 건물이 가리포진의 객사다. 가리포진은 1522년(중종 17)에 설치되었다. 같은 해 수군진성이 축조된 것으로 확인된다. 가리포진은 우수영 소속 거진(巨鎭)으로, 예하에 8개의 수군진을 관할하였다. 즉 장흥의 회령포진, 강진의 고금도진·신지도진·마도진, 해남의 이진·어란진, 진도의 남도포진·금갑도진 등이다.조선 중종 때 왜 완도 군내리에 가리포진을 설치하였을까? 1522년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명을 가진 수산물이 있다. 네모반듯한 모양과 최근 농수산식품 중 수출 1위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과거 서양에서는 김을 ‘바다의 잡초’,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 불리며 일종의 혐오식품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 세계 소비자들에게 김이 건강식으로 재인식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김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주로 반찬으로 소비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저칼로리 건강 스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 60여 개국
서해안과 남해안의 바다의례에서는 다양한 깃발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어선어업이 발달한 곳에서는 마을공동체의 당제 기간에 배에서 보관하던 깃발들을 모두 꺼내 이물(선수)과 고물(선미)에 꽂고 뱃고사를 지낸다.지역마다 뱃기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종합해보면 오색기(五色旗), 대어기(大漁旗), 상자기(上旗), 선주기(船主旗), 장군기(將軍旗), 봉기(奉旗), 호기(虎旗), 태극기(太極旗) 등이 존재한다. 뱃기 중에서 전통적이면서 일반적인 깃발은 오색기와 상자기다. 오색기는 黑·靑·黃·紅·白 다섯 가지 색깔의 천을 붙여서 만든 형태이고
무화과 시즌이 되면, 서남해 국도변에 무화과를 판매하는 간이시장이 생긴다. 싱싱한 무화과 열매를 박스에 넣어서 가지런하게 배열하여 지나가는 차량에게 선을 보인다. 일단 차가 멈추면, “우리 집 무화과 맛보시라”는 주인의 유혹에 한입 베어 물면, 결국 한두 박스 구입하게 된다.무화과는 無花果, 즉 ‘꽃이 없는 열매’의 뜻이다. 무화과열매는 창세기에서 뱀의 꼬임에 빠진 이브가 무화과열매를 먹고, 또한 아담에게도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결과 서로 부끄럼을 알게 되어 무화과 잎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렸다고 한다. 창세기에 무화과와 관
2022년 9월 1일 목포에서는 유네스코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 유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남 갯벌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고 보전본부 입지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전남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갯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유산 등재를 주도했다는 점을 들어 보전본부 입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보전본부의 주된 역할과 기능이 세계자연유산 등재 갯벌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보전관리에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내 갯벌 최대 보유지역이자 3개 시도의 갯벌 유산 통합
섬과 바다는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바다가 없이는 섬이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섬에 있어서는 바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섬의 지형·지질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섬들이 바다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섬과 주변 바다에 어떤 자원이 있는가에 따라 섬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은 많이 달라진다.과거에 섬은 교통편이 불편해 물건을 쉽게 들여오지 못해서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옛날에 대부분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시기에는 가까운 산에 칡덩굴조차 매우 유용하게
해녀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해양문화와 여성 어로문화를 대표하는 산 증인으로서 특히 섬 지역에서 여성이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생업수단이자 생계전략이기도 하다. 특별한 장비 없이 맨몸으로 거친 파도와 싸워야하는 해녀들은 오랫동안 지켜온 그들만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간직하고 있다.해녀사회에는 이른바 물질의 기술에 따른 계급이 존재하며, 진입장벽이 높은 특성상 해녀 사회에 입문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일련의 사회적 관습들이 있다. 즉 어머니에게서 물질을 배울 수는 있지만, 어머니가 해녀라고 해서 딸이 당연하게 해녀가 되는 것은 아니며, 일련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OLED 패널, SK하이닉스 D램, LG전자 초박형 TV 등은 세계 1위 제품이고, 이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제공한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타이틀 이면에 존재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살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2020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OECD 회원국의 평균자살률이 10.9명인데 반해, 한국은 23.5명으로 자살률 1위를 차지한다고 지적하였다.이러한 결과로 인해, 정부는
위의 그림은 18세기 초반에 윤두서(1668~1715)가 그린 ‘동국여지지도’ 중 일부이다. 이 지도는 조선 초기인 1463년에 정척(鄭陟)과 양성지(梁誠之)가 만든 ‘동국지도’에 새로운 지리정보를 추가하여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지도에는 이전에는 없던 다양한 섬들과 물길이 표시되어 있어, 연해 및 도서 지역에 대한 해남 윤씨가의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전라도 무장(현 전북 고창)과 영광 법성포와 주변 해역을 보여주는 부분을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종의 밭을 의미한다고 생각되는 ‘파시
8월 8일은 ‘대한민국 섬의 날’이다. 2019년 행정안전부는 8월 8일을 ‘대한민국 섬의 날’이라 정하고, 국내 섬의 가치를 지키고 보전하며 섬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였다.섬이란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땅덩어리를 가리킨다. 최근 들어 영토로서 섬의 가치와 중요성이 부각되고, 역사, 관광, 생태, 자원, 문화유산의 보고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부 역시 섬의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섬 주민의 생활 환경 수준을 높이고 섬 관광 활성화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
칠월칠석은 전설 속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이다. 올해 8월 4일이 음력으로 7월 7일이다. 견우와 직녀는 1년에 딱 한 번, 까치와 까마귀가 날개를 펴서 만들어준 오작교(烏鵲橋)에서 만난다. 예로부터 칠석에는 더위도 주춤하고, 장마도 거치는 시기라고 전해온다. 그러나 21세기의 칠석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왜냐하면 최근 유럽에서 날아온 소식에 의하면, 영국은 40.3도를 넘어 철로가 휘어지고 전철 운행이 중단되었고, 독일에서는 개인 주택에 에어컨 설치를 가설한 바 없어 가전제품 매장의 선풍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또
최근 섬과 관련된 메가 이벤트(Mega Event)를 준비하는 지자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목포시와 완도·신안·진도군 등 전남 서남권 섬벨트로 구성된 지자체는 2028년에 ‘세계 섬 엑스포’의 개최를 목표로 두고 있다.원래 ‘엑스포(EXPO)’라는 말은 상품의 매매교환, 문화와 정보의 교환 등의 뜻을 가졌으나, 최근에는 인류의 노력으로 성취된 발전 모습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일반 대중을 계몽하는데 주된 목적(BIE협약 제1조)을 두고 있다. 이처럼 엑스포는 시대별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자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
한국에서 섬과 해양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매년 한 차례 연구성과를 교류하고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는 전국적인 행사를 개최한다. 이름하여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해양문화를 전공으로 하는 학과도 없고 스스로 해양문화학을 주된 연구분야로 삼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매년 200여 명에 가까운 학자들이 해양문화 연구성과를 교류하기 위해 모인다. 해양과 관련된 정부부처부터 대학 및 박물관 등의 기관들이 많지만, 해양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하는 전공분야와 기관이 많지 않기에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대회
남도일보·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공동기획=전남 희망 아이콘 ‘섬·바다’ 이야기섬 지역의 연륙·연도교 건설이 증가하고,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관광객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섬의 인식이 개선되고, 섬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한편 섬은 급속도로 도시화하여 가고 있다. 그런데도, 섬 관광지로서의 대상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의 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중 하나가 섬에서 생산하는 청정 생산물의 마케팅 장소로써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현재 섬 산업 대부분은 농어업 1차 산업인 생산 기능에 머물고 있다. 지역의 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