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중·후반 초등학교 아니 그땐 ‘국민학교’로 칭하던 시절 끼니 때 밥 보단 이상하리 만큼, 부모님을 졸라 짜장면이나 라면 등을 즐겨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름에 적절히 튀기듯 볶아진 고소하고 달달한 간짜장은 주말 토요일 점심 외식의 최애(?) 단골 메뉴로 기억된다.하지만, 부모님이 바쁘거나 외식할 수 없을 경우 홀로 라면을 주로 먹곤 했다. 당시, 초교 3~4학년이던 꼬마학생은 석유곤로 위에 물을 부은 양은냄비를 올리고 직접 라면을 조리해 끓여 먹었다. 가스레인지가 보급화돼 일반 가정에도 널리 사용됐지만, 그 꼬마 입
11월 13일 전국 1천310개 시험장에서 55만명의 수험생이 수능을 치렀다. 수능을 위해 항공기 이착륙이 조정되고 출근시간이 미뤄졌다.그러나 수능의 ‘공정 경쟁’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수능은 이제 능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을 증명하는 시험이 되어가고 있다.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N수생 사교육비 조사 보고서’를 통해 대학 입학 N수생 사교육비 시장이 3조 원을 넘지만 공식 통계가 없는 ‘깜깜이’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초·중·고 사교육비가 2020년 19조 4천 원에서 2024년
대한민국 경제가 어느 때보다 힘들다. K-팝, K-푸드, K-뷰티까지 전 세계가 한국에 열광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침체된 건설 경기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방은 긴축 재정을 하다 못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세대·지역·계층간 갈등도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윤석열 탄핵과 이재명 정부 탄생으로 국가 전반이 안정감을 찾아가곤 있지만 이미 나빠진 경제 상황이 회복되기 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운 때일 수록 국가와 국민은 시의적절한 리더십을 갈구해 왔다. 시대의 흐름과 현
지난 6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에서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산 무안군수 등이 참석해 광주 민간·군 공항 무안 통합 이전에 대한 지역 간 갈등과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김 군수는 이 자리에서 광주시에 대한 무안군민의 불신이 지금까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2018년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이 조건 없이 무안공항으로 민간공항을 이전하기로 했으나, 같은 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이 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나 퇴직금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키오스크나 인공지능 기기를 설치해 가게 운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다"광주 광산구 하남동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하는 지인은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업장 운영에 큰 고민에 빠졌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날밤을 새고 고생하는 보람이 순마진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시간제 알바 등 인건비로 상당수가 지출돼 회의감마저 느낄 정도다. 그는 "원자재 등 식자재 가격이 오른 것은 어쩔 수 없다손치지만, 급격한 인건비 인상은 화가 난다
그가 다시 돌아오면/자유도 민주도 선거도 의회도 삭제되겠지/빛을 들고 나선 이들이 샅샅이 색출되고/단 몇 줄 올린 글로 검은 제복이 찾아오겠지/너 좌빨이지, 불순분자지, 완장을 찬 극우대의/광기 어린 폭력에 숨도 못 쉬겠지(중략…) 아아 그가 다시 돌아오면/저들이 살아서 돌아오면//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지르는 자들//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12·3 계엄의 밤을 기억하며 시인 박노해가 쓴 시 ‘그가 다시 돌아오면’의 일부다.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직
매년 5월이 오면, 광주는 어김없이 분주해진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따사롭지만, 5·18 민주묘지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무겁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날이면, 수많은 정치인들의 발걸음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저 사람, 작년에도 왔던가?’ ‘저 눈물은 진짜일까?’수습기자 시절 5·18 기념식 현장 곳곳에서 수도 없이 ‘묘지기’를 자처(?)했었다. 민주의문 앞에서 카메라와 기자수첩을 들고 취재 내용을 적고, 헌화 순서를 조율하며, 때론 기자들의 눈치를 살피고, 때론 정치인의 행보에 불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난 4일 지인 두 명과 함께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지난해 추석명절 연휴 기간 자리 후, 간만의 힐링타임이었다. 광주 충장로와 북구 운암동 등에서 자영업과 임대업을 하는 이들과의 대화 주제는 한결같이 매번 비슷한 루틴으로 ‘머니·캐쉬’ 등 돈 관련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날은 평소와 다르게 대통령 파면 이슈가 첫 안줏거리로 등장했다. 지인들의 정치적 지향점이 별반 다르지 않아 파면에 대한 정당성에 무게가 실려 이야기는 원사이드로 흘러 금세 흥미가 떨어졌다. 정치적으로 뭔가 색다른
한비자의 ‘세남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먼 옛날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 미자하(彌子瑕)라는 잘생긴 청년이 있었다. 그는 외모 덕분에 당시 국왕인 영공의 총애를 받으며 시중을 들었다.그는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어명이라 속이고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이는 임금의 물건을 건드린 것으로 당시 발목이 잘리는 형벌을 받을 만큼 심각한 일이었다. 평소 미자하에 대해 벼르고 있던 신하들이 이때다 싶어 그를 벌해야 한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영공은 오히려 "큰 벌을 받는다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
이글거리는 태양,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해 5월. 이팝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릴 때 난생 처음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찰나의 부주의함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이어졌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병상 생활을 마감하는 데 걸린 시간은 7개월. 환자복을 입고 3계절의 변화를 맞았다.나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단지 넘어져 무릎이 골절됐을 뿐인데, 그렇게 일상의 모든 게 달라졌다. 대수롭지 않은 약간의 해프닝으로 치부했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면 퇴원하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은 무색했다. 생각보다 회복 속
지난 1년간 광주의 의료 현장은 한마디로 ‘버티기’였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광주 지역의 상급병원은 필수 의료 위주로 비상체체를 운영하며 겨우 의료 공백을 막아왔다.하지만 장기간 지속된 의료 인력 부족과 그로 인한 피로 누적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극도의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으며, 병원 운영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광주의 핵심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만 332명의 전공의가 떠났다. 기독병원 등 2차 의
청년실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용시장서 신입직원보다 업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사회초년생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등 청년층 실업문제가 좀 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직 비중은 지난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까지 증가했다. 또, 20대와 30대간 상용직 고용률 격차(17%p) 가운데 7%p는 경력직 채용 확대로 나타났다. 채용시 ‘직무관련 업무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비중도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한밤 중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세밑을 보냈고 새해를 맞았다.12·3 비상계엄사태는 1980년 5월 비상계엄의 집단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줬다. 이어 연말 마지막 휴일 아침에 터진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국제공항 추락 참사는 커다란 슬픔과 상처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소추는 물론 내란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사실상 사법부와 싸움을 벌일 태세다.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언이 있었던 지난 3일 밤 10시 30분쯤.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에 내려진 청천벽력같은 포고령에 온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날벼락을 맞아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했고, 거기에는 광주광역시든 전라남도든 일선 지자체도 마찬가지였다.강기정 광주시장은 계엄 선포 직후 각 실·국 과장급 직원에 대한 소집요청을 안전상황실을 통해 문자로 전달했다. 4일 자정쯤 강 시장과 국장들은 시청 소회의실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계엄에 대한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시민의 참여로 안전하고 질서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9년 도입됐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차량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제도가 남용되면서 일부 시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시민들의 일상을 조화롭게 이어나갈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주민신고제로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진 저출생 문제와 고령화 등으로 고사 직전인 지방에 이젠 청년들까지 점점 등을 돌리고 있다. 청년인구 소멸 문제까지 가중되면서 지방은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은 ‘암운’ 그 자체다.지방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경기 등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이미 예견됐으며 그 심각성도 전문가들에 의해 누누이 지적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19~28세)패널조사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서 일하는 청년 비중은 지난 2007년 3.3%였으나
욕개미창(欲蓋彌彰),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나쁜 일을 감추려 하면 오히려 그 일이 더욱 밝혀지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이 뽑은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1일 정례회 개회와 함께 본청과 출자·출연 산하기관, 광주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행정사무감사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 전반에 관해 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회활동과 예산심사를 위한 필요한 자료 및 정보를 획득하며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적발, 시정 요구할 수 있게 해 행
추석 한가위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로, 가족들이 모여 풍요로운 시간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기간이다. 하지만 이 따뜻한 명절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바로 명절 기간 동안 급증하는 유기동물 문제다.추석 명절이 되면 많은 가정이 장거리 여행이나 귀향길에 오르는데,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일시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단순한 불편함 때문에 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자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문제를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