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민(남도일보 사회부장)

 

고광민 남도일보 사회부장

"시간제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건비나 퇴직금 등을 고려하면 차라리 키오스크나 인공지능 기기를 설치해 가게 운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다"

광주 광산구 하남동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하는 지인은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업장 운영에 큰 고민에 빠졌다.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날밤을 새고 고생하는 보람이 순마진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시간제 알바 등 인건비로 상당수가 지출돼 회의감마저 느낄 정도다. 그는 "원자재 등 식자재 가격이 오른 것은 어쩔 수 없다손치지만, 급격한 인건비 인상은 화가 난다"며 술잔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는 일정 수준의 생계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반대치 않지만, 최근 수년간 그 인상폭이 컸고 인상 속도도 가속이 붙은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가 정상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건비 때문에 못해 먹겠다는 불만이 술자리 내내 이어졌다. 그는 더 이상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홀서빙 인력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무인시스템 설치를 고심 중이다.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원자재 등 각종 재료비 상승과 인건비 폭탄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벼량끝에 내몰렸다. 내년도 최저임금까지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 320원으로 최종 결정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올초부터 들썩이던 원자재값과 임대료·전기료까지 줄인상된 상황에 이번 최저임금안까지 상승폭을 그리면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라는 게 자영업자들의 간절한 외침이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단순히 올해(1만30원)보다 290원이 오른 금액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내년도 최저시급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215만6천880원이고, 현행(209만 6천270원)보다 6만 610원 인상된 수치다. 여기에, 최저임금 영향권에 포함되는 노동자들의 연장·야간·휴일수당, 퇴직금 등을 감안하면 그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호프집 업주는 "내년도 최저시급이 단순히 290원 오른 것 같지만 3인 근무 기준 하루 8시간만 계산해도 월 20만원 이상 부담이 늘고, 물류비·원자재 ·구입비·용역비까지 줄 인상된 금액을 감안하면 매출 상당 부문은 부대비용으로 빠져 나간다"며 "인건비가 매출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져 구조조정 등 인력 재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맞춰 전반적인 매장 운영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들은 인건비 인상과 소비 침체로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자영업 환경은 이미 한계치에 이른 상황이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모습이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지난 1년 동안 20만명 넘게 줄어 현재 550만명 수준이고, 음식·숙박업 생산지수는 2023년 2월 이후 22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 신고는 100만명을 넘어서 하루 평균 2천 700곳 이상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인건비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폐업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지목 될 수 있다. 최저임금은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감내할만한 수준이어야 우리 모두 상생을 기대할 수 있다.

현행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사·공익위원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업주의 ‘지불 능력’은 현재까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론 지불 능력 반영과 업종별 차등 적용은 사업주 지불 능력에 맞게 임금 수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가 지켜질 때 고용자나 피고용자들이 서로 상생하는 합리적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수년간 누적된 인건비 인상 여파로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현재 한계에 몰린 상황이다. 새 정부는 그런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과 장사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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