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발사, 무엇이 달라졌나
민간 주도 제작·발사 ‘첫 시도’
위성 중량 맞춰 설계·기능 재정비
목표 고도 600㎞…궤적·분리 조정
목표 궤도 조건 맞춘 첫 야간 발사

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네 번째 비행에 나선다. 이번 발사는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된 제작·운영 체제가 적용되는 시험으로, 한국형 발사체 프로그램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민간 주도 상용 체제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제작 참여, 탑재체 구성 변화, 야간 발사 운용 등 새로운 절차가 적용되는 만큼, 누리호 4차 발사는 향후 차세대 발사체 개발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개발·제작 민간 기업으로
이번 비행의 가장 큰 변화는 항우연이 맡던 조립·발사 준비의 상당 부분을 민간 기업이 담당했다는 점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민간 이양형 모델’로 설계돼, 현대중공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제작·조립 공정에 참여했다. 발사 과정 운영과 비행 데이터 분석 등 핵심 영역은 항우연이 맡되, 하부 제조·체계 조립·품질 인증을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실전형 발사체 체제로 가기 위한 ‘마지막 검증 단계’로 평가된다. 민간이 제작·조립을 주도한 첫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한국형 발사체 기술은 ‘개발 중심’에서 ‘운용·양산 중심’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주청 관계자는 "4차 발사는 단순한 성능 검증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환의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위성 중량 맞춰 기능 대폭 강화
이번 발사에서는 위성 중량 증가에 맞춘 발사체 조정과 다중 위성 운용기술 고도화가 핵심 변화다.
4차 발사에 투입되는 누리호 총중량은 200.9t으로 3차보다 0.5t 늘었다. 주탑재체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516㎏으로, 지난 3차 소형위성 2호(180㎏)보다 336㎏ 무겁다. 부탑재 위성도 7기에서 12기로 늘며 총무게는 60㎏에서 79㎏으로 증가했다.
위성 사출장치와 어댑터도 개선됐다. 사출 계통 중량은 260㎏에서 365㎏으로 늘었고, ‘다중 위성 어댑터’(MPA)를 처음 적용해 다양한 위성을 동시에 실을 수 있게 했다. 양쪽 사출을 관찰하는 카메라 2기를 추가해 3차 발사 도요샛 3호 사출 실패의 사각지대를 없앴다.
목표 고도는 550㎞에서 600㎞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분리 고도는 더 높아졌고, 주탑재 위성 분리 시점도 24초 늦어졌다.
위성 13기 분리는 총 120초가 걸려 3차보다 20초 줄었다. 그러나 전체 비행시간은 21분 24초로 2분 26초 늘었다. 고도 상승으로 텔레메트리(비행정보) 수신 가능한 비행거리가 길어진 영향이다. 사출 간격도 기존 20초 고정에서 18~23초로 조정됐는데 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첫 야간 발사 왜?
누리호 4차 발사가 새벽 0시 54분~1시 14분의 ‘야간 발사’로 정해진 것은 임무 위성의 목표 궤도 조건 때문이다.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태양동기궤도에서 승교점 지방시(LTAN)를 낮 12시 40분에 맞춰야 한다. 위성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를 지나는 순간 태양각이 일정해야 센서 관측이 가능해, 발사 시각을 분 단위로 조정한다. 궤도 조건과 상승 경로, 국제우주정거장(ISS) 근접 각도를 종합 계산한 결과, 가장 안정적 발사 창구가 자정 직후로 도출됐다.
새벽 시간대의 온도 변화가 적어 연료·산화제 압력 안정도가 높고, 추적 레이더·텔레메트리 확보에도 유리한 점도 고려됐다. 이 때문에 발사팀은 가능한 한 창구 초입인 0시 54분에 가까운 시점을 최적 발사 시각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실리는 주탑재체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다. 발사에 성공하면 위성은 고도 약 600㎞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해 오로라·대기광·지구 자기장 등 우주환경을 관측하는 과학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위성 운용은 향후 한국형 우주기상 관측체계 구축을 위한 핵심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