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남도일보 독자를 만난 날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나방을 소재로 신비한 자연을 소개한다는 것이 과연 잘 될까? 곤충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했다. 그래도 최소한 100회까지는 가보자는 마음으로 달려 왔는데 어언 200회가 넘었다."사람들은 자연을 이해할 때, 감상의 대상이나 두려운 존재로 볼 때도 있고, 지치고 아픈 마음을 다스리는 치유의 장소로, 또 삶의 재료를 얻는 고마운 장소로도 본다. 자연에는 자연과 동화되어 오래 진화해 온 여러 생물이 존재하며,
나방 애벌레나 어른벌레들은 본능적으로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을 한다. 그러나 실제 자연에서 녀석들을 만나다 보면 너무 화려해서 눈에 확 띄는 녀석들도 많다. 무섭게 보이기 위해 뱁눈모양의 무늬가 있는 녀석들도 있고, 아주 단순하고 칙칙한 무늬를 가진 녀석 등 나름의 방법으로 진화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밤에 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할 때는 불빛을 보고 찾아온 녀석들만 보이지만 낮에 만나는 녀석들은 가만히 쉬고 있거나, 인기척에 놀라 날아올라 다른 곳에 앉는 녀석들을 쫓아가며 앵글에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려한 외모
아직도 가지고 있는 필름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다 보면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내게 왔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풍경사진에 심취해 수많은 곳을 다녀 보았고, 야생화에 꽃혀 그 아름다음에 푹 빠졌다.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껴 DSLR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비용이 만만찮아 집사람의 호된 비난도 감수해야했던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연히 접하게 된 나방의 빗살처럼 생긴 더듬이가 지금까지 나를 잡아두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나방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재가 무궁무진할 줄 알았는데 이젠 거의 밑천이 떨어져
기온이 곤두박질하며 폭설이 내리더니 연일 비가 내리는, 종잡을 수 없는 겨울날씨다. 느닷없는 한밤중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을 암울하게 하더니 날씨마저 그런 것 같다. 젊은 시절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엔 완도 어느 섬에서 전투경찰로 근무중인 관계로 계엄군의 무지막지한 만행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 현장에 있었던 기동대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그때의 아픔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데 다시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니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래도 원고는 넘겨야 하니 자료를 뒤져본다.묵묵히 광주시민을 품어주고 있는 무
사람들은 곤충을 생각할 때 인간에게 이로우면 익충, 피해를 주면 해충으로 분류한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것이지만 곤충입장에서는 가차 없는 박멸의 대상이 돼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징그럽다고 밟혀 죽임을 당하고, 대발생하는 경우는 항공방제로 익충, 해충을 가리지 않고 몰살을 시켜 버리니 자연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만다. 생태계안에서 천적에게 당하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광범위하게 대량 살포된 살충제에 의한 박멸은 모든 곤충에게는 치명적이다. 소중한 곡식을 지키려는 농부들과 생존을 위해 먹어 치우는 곤
영하로 곤두박질 치던 기온도 조금 올라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나 싶었는데 비온 뒤 바람이 정말 매섭다. 형형색색의 낙엽들은 고운 자태를 뽐내며 버티다 차가운 바람결에 속절없이 바닥에 나뒹굴고 군상들의 발길 아래 애처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바스러진다. 이렇게 겨울은 어느새 우리곁에 와 있고,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거의 모든 애벌레들이 번데기가 되어 깊은 동면에 들어간 요즘은 산에 가도 별 재미가 없다. 물론 나무들의 겨울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한참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붙일 때의 그런 느낌은 아닌 것 같다. 항상 손에서 도감을 놓질
애벌레, 어른벌레 모두 볼 때마다 헷갈리는 녀석이 있다.그런데 자주 보이기까지 하니 정말 난감하다. 1년에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해 녀석들만 만나면 대충 둘 중 하나겠지 하며 외면하곤 했었다.지난 4월쯤 소개한 적이 있는 줄고운가지나방과 애벌레 뿐만 아니라 어른벌레까지 너무 흡사한 날개물결가지나방 이야기를 하려 한다. 미소나방류도 그렇지만 가지나방류의 나방들도 실제로 만나면 구분이 어렵다. 키워서 어떤 나방이 나오는지 보는 수 밖에 없는데 어른벌레도 흡사하니 참 대책이 없는 녀석이다.2018년 4월 25일, 무등산 용추폭포 가는 길
엊그제 연재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200회가 넘었다.우리나라에 알려진 나방만 해도 4천여 종이 넘는데 아직 알려지지 않는 종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금껏 보이지 않던 종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워낙 많다보니 이름도 비슷비슷해 기억하기가 너무도 힘이 든다. 좀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국명을 붙일 수 없을까 아쉬움도 많지만 나름의 기준으로 명명했으리라 체념할 수밖에 없다.나방도 그렇지만 애벌레도 역시 비슷한 녀석들이 많다.어떤 녀석들은 잎벌류 애벌레와 너무 닮은 것도 있다. 위험을 느끼면
나방의 애벌레를 찾아다니다 보면 설마 이것을 먹고 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싱싱한 나뭇잎이 널려 있는데 낙엽뿔나방 애벌레, 쌍복판눈수염나방 애벌레, 곡식비단명나방 애벌레 등은 시든 잎을 먹고 산다.. 또한 선태류(Bryophytes)를 먹이식물로 하는 녀석들도 있다. 금빛노랑불나방 애벌레, 붉은줄불나방 애벌레 등이다.은신처를 만드는지, 배다리의 형태, 털이 있고 없음, 배 끝의 돌기가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방 애벌레들에 다가가고 있다. 200회 가까이 나방을 소개하면서 틈틈이 설명을 한 바 있기에 계속 보신 독자
가까운 숲길을 걷거나 시장, 마트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과일이 있다. 밤이다. 어릴적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주어온 밤을 구워 먹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껍질을 살짝 벗겨 집어 넣어야 하는데 간혹 그냥 불 속에 넣여 ‘빵’ 소리와 함께 이는 불꽃에 깜짝 놀랐던 기억도 함께 말이다. 내 고향집 뒤뜰에도 몇 그루의 밤나무가 있었는데, 가을이면 서로 먼저 밤을 줍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나 바가지를 챙겨 나가곤 했었다.우리나라에는 4천여 종의 나방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나방들의 생태가
옛날 나무꾼들이 숲 속에서 짚신 바닥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깔았다 하여 ‘신을 간다’, ‘신에 깐다’는 뜻으로 신갈나무. 참나무 6형제 중 신갈나무는 짧은 잎자루,잎 밑은 귀 모양을 하고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는 것으로 다른 참나무와 구별할 수 있다. 산을 오르다가 고개 바람에 잠깐 땀을 식히거나 힘겹게 오른 정상 부근에서 만나는 참나무는 대체로 신갈나무다. 다른 나무들이 잘 찾지 않는 땅에서 자기들만의 동네를 이루고 산다.2017년 7월 15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진도 접도를 찾았다.완도, 진도 등은 내륙지방에서는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가장 흔한 나무는 참나무다.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를 우리는 흔히 ‘참나무 6형제’라 부른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는 모두 꽃이 핀 그 해 가을에 도토리가 익어서 떨어지는데 상수리와 굴참나무는 그해 꽃이 피고나서 그 이듬해 도토리가 달리고 떨어진다.참나무들은 대체로 자기 영역을 정해 두고 같은 종류끼리 살아간다.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나 동네 뒷산에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터를 잡는다. 경쟁자는 있어도 땅 힘이 좋고 습기 많은 계곡에는 졸참나무와 갈참
갈수록 여름이 너무 덥다.사계절 구분이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도 이제는 옛말인 것 같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고 봄인가 싶으면 무덥고 습한 여름이 한반도를 지배한다. 여름 내내 계속된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날이 얼마던가?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다 싶었는데 벌써 새벽엔 오싹한 한기가 느껴진다. 채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겨울은 저만치 와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전문가들이 경고해왔음에도 대처하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지난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워 주변의 산을 거의 찾지 못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95] 대륙쐐기나방찌그러진 송편 모양의 애벌레 ‘우스꽝’ 추석 연휴가 끝나고 맞이한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수리산을 찾았다. 군포시와 안양시, 안산시에 걸쳐 있는 수리산은 해발 489m의 산이다. 주봉인 태을봉을 비롯해 슬기봉, 관모봉, 수암봉이 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쉽게 찾는 산으로 보였다. 필자가 사는 천안에서도 전철을 이용해 아무때나 찾을 수 있는 산이라 애벌레를 보기엔 조금은 늦은 시기지만 기꺼이 나섰다.인근에 많은 시민들이 거주해서 그런지 남녀노소 가리
모든 동물과 곤충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장을 한다. 그래야 천적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생존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은신처를 잘 만들고 그 안에서 먹고 살아도 눈에 잘 보이는 녀석들이 간혹 있다. 흰무늬집명나방 애벌레도 그 중 한 녀석이다.2024년 8월 28일, 9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덥다.34~35도를 넘나드는 날의 연속이다. 오랜만에 허운홍 선생과 함께 천안의 광덕산을 찾았다. 광덕사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숨이 확 막힌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말이다. 선생께서 가지고 다니는 온도계를
한없이 계속될 것 같은 찜통더위도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나보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날의 연속이었는데 새벽 공기가 상큼하다.사무실 앞 들판엔 벌써 나락 수확을 하는 콤바인 소리가 요란하고, 새벽녘엔 자연스레 이불을 끌어당긴다. 많은 나방 애벌레들은 벌써 월동에 들어간 녀석들도 많고, 부지런히 몸통을 키워 다가올 가을, 겨울에 대비하며움직임이 부산하다.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있다.벚나무다. 비슷한 나무로는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가 있는데 왕벚나무는 벚나무 중에 꽃이 가장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7월, 사무실 부근에 있는 개머루에서 애벌레 한 마리를 발견해 데려와 키운 적이 있다. 어린 녀석이라 머루박각시 애벌레가 아닐까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옆에 뱀눈 같은게 보인다. 기왕 데려 온 녀석이라 먹이를 주면서 계속 키웠는데 줄박각시 애벌레다. 내심 머루박각시 애벌레이길 바랬는데 아니어서 조금 섭섭했지만 그래도 잘 자라 번데기가 되고 무사히 우화했다.날개를 편 길이가 37~143㎜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큰 나방 무리가 박각시다. 우리나라에는 주홍박각시를 비롯해 58종 이상이 알려졌고, 몇몇 종은 낮에 꿀을 빨며 활발히 활동하나
입추와 말복이 지났지만 여전히 붙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습도까지 높아 후텁지근하니 밤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갈수록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시원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여름을 보내는 필자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난장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근로자들을 보면 마음이 애잖하다. 잠깐 잠깐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주위에 어떤 녀석들이 보일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시원한 시간대에 한바퀴 돌아봐야 직성이 풀린다.2024년 8월 7일
요즘 사무실벽과 유리창에 자주 찾아 오는 녀석들이 있다.제법 덩치가 큰 박각시들이다. 몸집이 큰 만큼 움직임도 둔하다. 아스팔트 바닥에 커다란 날개를 펴고 있으면 마치 마른 나뭇잎 같기도 하다.많은 사람들의 이동과 수없이 지나다니는 차량 등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이른 아침부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다행히 내 눈에 띄는 녀석들은 손가락에 붙여 주변 나무에 안전하게 옮겨주지만 바닥엔 녀석들의 흔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점흰풀명나방과 같이 아주 작은 미소나방들도, 좀더 몸집이
장마는 끝난 것 일까?예보는 비 온다고 하는데 비는 오지 않고 더워도 너무 덥다. 종일 가뿐 숨을 쉬며 토해내는 에어컨 냉기로 사무실 안은 시원하지만 밖은 숨이 막힌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 근무 여건은 좋다. 그러나 이런 폭염에도 밖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예전엔 이렇게 덥지 않았는데 ‘왜 가면 갈수록 더 뜨거워 지느냐’며 땀을 훔치는 현장 근로자들의 푸념이 귓가에 오래도록 남는다. 너무 아파 마지막 비명을 지르는 지구의 절규가 아닐까?자그마한 들판을 가로질러 우뚝 솟은 고룡산 한켠으로 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