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봐도 대충 어떤 나방일까 그림이 그려지는 나방들이 있다. 그런 녀석들은 기억하기도 쉽고, 실제 자연에서 만나면 느낌 그대로 나방앞에 이름을 붙이면 크게 틀리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좋다. 인디언들이 이름을 지을 때 그렇게 하는데 나방도 국명을 붙일 때 이 방법을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물론 너무 종류가 많아 어렵겠지만 말이다.앞날개가 새까맣고 광택이 나 벨벳천처럼 보이는 나방이 있다.까마귀밤나방이다. 날개로 몸통을 덮고 있는 녀석은 온통 새까맣다. 머리부터 앞날개까지 흑갈색으로 약간 흑자색 광택이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74] 노랑무늬들명나방 미세먼지를 머금은 바람에 벚꽃이 흩날린다. 여기 저기 온갖 꽃들이 활짝 피고 있는데 벌써 기온은 초여름에 들어선 것 같다. 거리에 반팔차림의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아직 4월 중순인데 시원한 그늘이 좋으니 지구가 더워졌다는 것을 실감한다.2022년 8월 17일(97회) 소개한 얼룩들명나방 애벌레와 먹이식물도 같고 출현시기도 같은 애벌레가 있다.노랑무늬들명나방 이야기다. 풀명나방과(Crambidae) 들명나방아과(Pyraustidae)에 속하는 나방으로 계요등 잎을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73] 줄고운가지나방 장마철 비처럼하루 걸러 봄비가 내린다.이곳 장재천을 따라 벚꽃이 팝콘 터지듯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보니 마음은 벌써 저 멀리 숲 한가운데 가 있는 것 같다. 주변의 나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법 새순을 많이 내밀고 있다. 다음주엔 가까운 산으로 애벌레를 찾아 첫 나들이를 해도 좋을 듯하다.우리나라에 알려진 나방은 4천여 종에 이른다.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나방도 있지만 애벌레나 어른벌레 모두 너무 흡사해 실제로 구분이 어려운 종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72] 분홍금무늬밤나방 8월의 무더위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도심에서는 더욱 그렇다.무더위도 피하고, 보고 싶은 애벌레들도 만나기 위해 조금은 선선한 높은 산속 숲으로 가는게 제일이다.2022년 8월 6일, 허운송 선생과 함께 지리산 성삼재에서 노고단 가는 길에서 애벌레 채집을 함께 했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우리를 보며 “뭐 좋은 거 있어요?” 묻곤 한다. 나방 애벌레 찾고 있다하면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이내 가던 길을 간다.워낙 더운 날씨
올 한해를 맞이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월도 하순에 접어든다.연일 강한 바람과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 그리고 꽃샘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바람결에선 봄내음이 물씬 풍긴다. 새순이 돋으면 만나게 될 애벌레들을 떠올리면 마음은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다.2023년 9월 5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천안의 광덕사를 찾았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않아 그곳 애벌레들을 같이 찾아 보기로 진즉부터 약속했었는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충청도 여러 산을 다녀 볼 생각인데 얼마나 가 볼수 있을지 모르겠다.광덕산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70] 극동쐐기나방 완연한 봄 기운이 몰려온다.지난 월요일‘ 행여나 놓칠세라’ 부랴 부랴 구석에 팽개쳐두었던 무거운 카메라를 들쳐메고 인근의 망경산을 찾았다.변산바람꽃과 노루귀를 만나기 위해서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노루귀의 솜털이 정겹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살포시 꽃봉우리를 피우고 있다. 아직 나무들은 새잎을 피우지 않았지만 잔뜩 부풀어 세상을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머잖아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뒤에 힘겹게 몸을 누인
먹이식물도, 유충시기도, 생김새도 거의 비슷한 애벌레가 있다. 무늬를 잘 살펴봐야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다. 노랑날개무늬가지나방 이야기다. 노박덩굴과의 노박덩굴을 먹고 사는데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와 너무 흡사하다. 노박덩굴은 전국의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이는 나무다. 둥근열매는 익으면 껍질이 3갈래로 갈라지면서 황적색 속살이 드러나는데 아주 볼만하다.2014년 6월 14일, 칠암자길로 숲기행을 나섰다.음정마을에서 영원사를 지나 상무주암까지 산행길이다. 지리산의 속살을 보여주는 칠암자길은 도솔암, 영원사, 상무
우리나라에 알려진 나방의 종류가 4천여 종에 이르다보니 나방의 이름도 정말 다양하고 헷갈린다.나방과 접하면서 느꼈던, 그리고 지금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는 사실이 국명과 쉽게 연상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방을 소개할 때 왜 이름이 어렵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는다. 그럴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보고 느낀대로 이름을 붙이면 쉬울텐데….이른봄도 아닌 2018년 4월 25일, 어김없이 용추계곡을 오른다. 무등산에서 가장 많은 애벌레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주먹밥 하나, 목을 축일 수 있는 물만 있으면 종일 애벌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67] 깜둥이수염나방 몸이 더 자라면 잎을 더 크게 잘라 새 집을 만들고, 집 옆에 있는 굵은 잎맥만 남긴채 먹고 사는 애벌레가 있다.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자연과 동화돼 오래 진화해 온 여러 생물들이 존재하는데 나방의 애벌레들도 역시 그렇다. 은신처를 만들고 그 속에서 먹이식물을 먹거나, 들락거리며 주변의 먹이를 먹는다.곤충분류가 어른벌레 형태를 기준으로 삼아 이뤄졌기 때문에 애벌레 시기의 곤충을 알아 보기는 정말 어렵다. 특히 나방은 종류가 많아 다양한 애벌레가 존재하지만 어떤 나방의
오랫동안 이름을 붙여주지 못하고 000나방 애벌레로 남아있는 녀석이 있다. 딱 한번 보고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녀석이라 더욱 아쉬움이 많았던 애벌레.허운홍 선생과 함께 애벌레 채집을 다니면서도 항상 그 녀석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토로하곤 했었다. 그냥 비취반지 애벌레라고 이름 붙이고서 최선을 다해 찾아보자 다짐했지만 아직껏 만나지 못했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허운홍 선생이 녀석을 채집해 관찰하고 있다는 소식을 주셨다. ‘드디어 녀석의 정체를 알 수 있겠구나’잔뜩 기대했었는데 실패했는지 반가운 소식은 없다. 이렇게 녀석에
나방은 종류도 많지만 비슷 비슷한 녀석들이 너무 많아 동정하기 정말 힘들다. 동정 포인트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쉽게 수긍이 되질 않으니 일반인들은 오죽하랴. 애벌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그놈이 그놈 같은데 다른 녀석이라니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게다가 자라면서 변하기도 하고 변이가 많아 더욱 어려우니 그런 애벌레를 만나면 일부러 외면하기도 한다. 미동정으로 남겨두면 왠지 개운치 않아서다. 아는 녀석들부터 확인해 이름을 붙이고 헷갈리는 녀석들을 찾다보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동정을 하게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스
대부분의 나방은 번데기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우화한다. 일부 종들은 은신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새로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데 추위에 죽는 경우도 많다. 또 애벌레 상태로 낙엽층 아래 자리잡고 겨울을 나기도 한다.한편 자나방과(Geometridae) 겨울자나방류의 나방들은 어른벌레 상태로 겨울을 보낸다. 나방 이름에 겨울자나방이 붙는 녀석들이다. 추운 겨울이면 낙엽층 밑에 숨어 지내는 애벌레를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에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것이리라. 그렇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에도 나방을 만나
영광 불갑사 계곡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다.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붉은 상사화가 온 산을 뒤덮어 야생화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 같다. 상사화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다른 식물들의 자리를 차지해 버린다. 식생이 좋아 야생화도 보고 곤충들도 관찰하기 위해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상사화가 범람(?)한 이후엔 거의 가지 않았던 것같다. 물론 상사화의 붉은 꽃 물결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니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 종이 독차지한다면 더 이상 좋은 생태는 아닐 것이다.2014년 3월 23일, 불갑사 뒤편 조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이른
숲 주변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칡. 갈잎덩굴나무로 길이 10㎜ 정도로 자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칡넝쿨에 쌓인 나무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못하고 고사하기 일쑤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묘소가 온통 칡밭이 되어 있는 경우도 쉽게 보인다. 피해를 당하는 나무 잎장에서는 참 억울하겠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다. 예전에는 칡넝쿨 껍질에서 섬유를 뽑아 청올치라 했고, 이 청올치로 옷감을 짠 것을 갈포라 하여 주로 평민이 입는 갈옷을 만들기고 했다. 요즘은 갈포지라는 고급 벽지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칡은 낮잠 자는 식물
전국 어느 숲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나무가 생강나무다.녹나무과 생강나무속의 생강나무는 참나무 숲이나 소나무 숲 등 특별히 가리는 곳 없이 우리나라 산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데, 이른 봄 잎보다 노랗고 둥근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린다고 해 ‘봄의 전령사’라고 불린다.생강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의 색깔이 산수유와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산수유는 꽃잎이 4장이고 줄기가 벗겨져 지저분해 보이는 반면 생강나무는 꽃잎이 5장이며 줄기가 깨끗하다. 또한 생강나무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어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12월도 절반이 넘어가고 있는데 포근한 날씨 속 오늘은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얼마전 아산 곡교천에서 자전거를 탔는데 하루살이들이 엄청 많아 깜짝 놀랐다. 옷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것같았다. 무등산 마집봉 가는 길에는 벌써 길마가지가 고운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을 내뿜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세상 돌아가는게 걱정스럽다. 우리가 사는 지구 온도가 1.5℃ 올라가면 살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 시기를 2050년으로 예상했었는데 2040년으로 10년 빨라진다는 암울한 소식이다.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애벌레를 찾아 다니다 보면 먹이식물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어떤 녀석들은 먹이식물을 둘둘 말고 그 속에서 먹고 살며 천적을 피하기도 하고, 아예 줄기속에서 사는 녀석도 있다. 겨울철엔 애벌레를 만나기가 힘들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잎을 말고 그 안에서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새로운 먹이를 찾아 자리를 옮기는 녀석도 있고, 낙엽층 아래에서 추위를 피하는 녀석도 있으니 자연은 참으로 신비스럽다.나주에 있는 전라남도산림자원연
무등산 용추계곡과 지리산 모든 골짜기는 애벌레와 나방을 보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물론 다른 곳들도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확률적으로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은 당연지사다. 지금껏 살았던 정든 고향을 떠나 충남 아산으로 옮겨온지 1년여가 돼가는데 다시 천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천안아산역 바로 인근이라 교통은 참 편하다. 이곳에서도 나방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왔지만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 많다. 속리산이나 소백산쪽으로 가면 못 본 녀석들을 볼 가능성이 많은데 내년엔 자주 다녀 볼 생각이다.2주전 콩은무늬밤나방을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56]재주나방 수많은 나방의 애벌레들을 만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모든 애벌레들이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자연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먹고 먹히는 치열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모든 것이 그저 신비스럽다. 수많은 알들에서 깨어나 어려운 애벌레 시기를 보내고 번데기가 되어 무사히 우화하여 짝짓기를 하고, 또 적당한 곳에 알들을 쏟아내고 생을 마감하는 나방은 어느 정도의 생존확률을 거쳤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애벌레가 재주를 잘 부린다해서 재주나방이라 이름 붙여진 나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55]콩은무늬밤나방 나방 애벌레를 보러 다니다보면 꽃을 찾아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나방들이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나방들은 밤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낮에 꿀을 먹으러 다니는 나방들도 있다. 나방을 연구하는 분들이나 관심이 많은 분들은 그래서 야간에 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하기도 하고, 애벌레부터 키워서 어른벌레를 보며 생활상을 알아 내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나방들이 많을 것이다.2015년 10월 4일, 야생화로 유명한 영광의 불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