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고운가지나방과 ‘너무 닮아’…만날 때마다 헷갈리기 ‘일쑤’

갈참·버드·아까시·소태나무 등 먹이
유충 20~33㎜…줄고운가지나방 보다 작아
흑자색…뭉툭한 머리 등쪽엔 검은색 무늬
머리~꼬리 검은 무늬로 덮인 종령 애벌레
나방, 외횡선 바깥쪽 갈색 띠무늬 있어
앞날개 내횡선으로 갈색가지나방과 구분

 

애벌레, 어른벌레 모두 볼 때마다 헷갈리는 녀석이 있다.

그런데 자주 보이기까지 하니 정말 난감하다. 1년에 여러 차례 발생하기도 해 녀석들만 만나면 대충 둘 중 하나겠지 하며 외면하곤 했었다.

지난 4월쯤 소개한 적이 있는 줄고운가지나방과 애벌레 뿐만 아니라 어른벌레까지 너무 흡사한 날개물결가지나방 이야기를 하려 한다. 미소나방류도 그렇지만 가지나방류의 나방들도 실제로 만나면 구분이 어렵다. 키워서 어떤 나방이 나오는지 보는 수 밖에 없는데 어른벌레도 흡사하니 참 대책이 없는 녀석이다.

2018년 4월 25일, 무등산 용추폭포 가는 길에서 녀석을 만났다, 갈참나무, 버드나무, 아까시나무, 소태나무, 이삭여뀌 등 여러 식물을 먹고 사는데 어린 유충은 흑자색이다. 색상과 무늬가 다양하고 여러 식물에서 흔하게 보이는 종이다.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다. 유충길이는 20~33㎜ 정도인데 줄고운가지나방 애벌레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머리는 뭉툭하게 생겼고, 등쪽에는 검은색 무늬가 길에 뻗어 있다.

2021년 8월 15일, 경기도 가평의 화학산에서도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여전히 줄고운가지나방 애벌레와 구분이 잘 되지 않았지만 날개물결가지나방으로 동정했다. 더 정확한 것은 생식기 검경을 통해야만 알 수 있겠지만 필자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아무튼 무등산 용추폭포에서 본 녀석과 거의 비슷하다.

2023년 9월 5일, 천안의 광덕산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허운홍 선생과 함께 나선 길에서다. 선생께서도 항상 두 녀석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하신다. 그래도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 같다 해서 날개물결가지나방으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잘 먹어서 그런지 제법 통통하다. 옆모습 뿐만 아니라 위에서 등쪽도 선명하게 담아봤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통 검은 무늬가 뒤덮혀 있다. 종령 애벌레로 보인다.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고 15일 정도면 우화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관찰이 가능한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인데 의외로 날개물결가지나방은 본 기억이 없다. 줄고운가지나방과 흡사해 구분하지 못하고 줄고운가지나방이나 다른 가지나방으로 이름을 붙여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해 날개물결가지나방 사진을 받았다. 외횡선 바깥쪽에 갈색 띠무늬가 함께 있고, 갈색가지나방과 비슷하나 앞날개 내횡선이 후연에서 기부를 향해 많이 꺾여 있어 구별된다.

지금껏 애벌레나 나방을 찾아다니면서 제일 골머리가 아픈 것은 너무 비슷해 어떻게 이름표를 붙여야 할 것 인가다. 필자의 눈으로 봤을 땐 맞는 것 같은데 확신이 들지 않아 전문가에게 물어 보면 다른 의견을 줄 때가 많다. 정말 어렵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묵묵히 가는데 까지 가 보자. 이제 가을도 가고 겨울로 접어 들었다. 애벌레 보는 낙도 없다. 수원 광교산쪽으로 겨울가지나방을 찾아 봐야겠다. 아직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짝지어 주지 못한 녀석들 목록도 작성해내년 봄부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자 다짐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23년 9월 5일, 광덕산)
날개물결가지나방(2020년 7월 18일)
날개물결가지나방(2020년 7월 18일)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18년 4월 25일, 용추폭포)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18년 4월 25일, 용추폭포)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날개물결가지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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