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평 원룸서 4명 비좁게 생활 중
교복·옷·신발 등 모두 잿더미
학업·생활·심리 큰 지장 생겨
"주거 대책 등 장기 지원 절실"

광주 북구 한 그룹홈이 방화로 전소되면서 이곳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집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 화재 직후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긴급 모금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이들이 머무는 임시거처는 사실상 대피 공간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일상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북부경찰서와 빛천사그룹홈 등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20일 오후 10시52분께 A양이 자신의 방에서 이불에 불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불은 20여 분 만에 진화됐으나 주민 17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되고, 7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아파트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그룹홈은 순식간에 전소돼 약 1억2천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바꿔주지 않아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가 더 큰 충격을 준 이유는 피해 공간이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생활하는 그룹홈이었다는 점이다. 전소된 그룹홈에는 A양을 포함해 21세·17세·15세 청소년이 보호종사자들과 함께 지내며 안정적인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학대, 방임, 가정해체 등으로 배경이 취약한 아이들에게 이곳은 ‘가정’을 대신하는 마지막 울타리였다.
그러나 화재 이후 제공된 임시거처는 사실상 잠만 잘 수 있는 수준이다. 북구는 용봉동 원룸 한 세대(7평)를 긴급 제공했지만, 방 하나에 아이들과 보호자 등 총 4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구조다. 한 사회복지사는 "공간이 너무 좁아 아이들과 선생님이 테트리스처럼 몸을 맞대야 겨우 잠을 잘 수 있다"며 "거주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생활 기반이 모두 사라진 것도 큰 부담이다. 옷, 신발, 교복, 학용품, 개인 기록물까지 모두 불에 타버려 기초생활부터 다시 준비해야 한다. 복지사는 "임시거처에서 필요한 물품과, 나중에 새 집을 마련했을 때 필요한 물품이 다르다 보니 무엇을 먼저 구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업에도 큰 지장이 생겼다. 임시거처가 학교와 멀어 일부 학생은 등하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 충격과 환경 변화로 심리적 불안도 커지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통학·학습·심리안정까지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지역사회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현재까지 약 778만 원(목표액 38%)이 모였다. 그러나 전소된 그룹홈을 재건하거나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장 종사자들은 지자체의 장기 대책 마련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북구는 임시 숙소 제공과 일부 구호물품 지원 등 초기 대응에 나섰지만, 장기 주거 대책·학업 지원·심리 회복 프로그램 등 종합적 지원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관계자는 "아이들이 가장 필요했던 집을 잃었다"며 "지자체가 단기 지원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