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 속날개에 감춰둔 비장의 무기 ‘뱀의 눈’

뱀 눈 주위 약간 붉은 색상
어찌보면 아름답게 보이기도

천적 보호용…앞날개는 칙칙
애벌레, 머리 둘레 흰색 테두리
숨구멍 주위·배 윗면 갈색 점
유충길이 70㎜ 상당히 큰 편

 

 

뱀눈박각시(2020년 5월 29일, 광주천)
뱀눈박각시(2020년 5월 29일, 광주천)

요즘 사무실벽과 유리창에 자주 찾아 오는 녀석들이 있다.

제법 덩치가 큰 박각시들이다. 몸집이 큰 만큼 움직임도 둔하다. 아스팔트 바닥에 커다란 날개를 펴고 있으면 마치 마른 나뭇잎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이동과 수없이 지나다니는 차량 등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이른 아침부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다행히 내 눈에 띄는 녀석들은 손가락에 붙여 주변 나무에 안전하게 옮겨주지만 바닥엔 녀석들의 흔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점흰풀명나방과 같이 아주 작은 미소나방들도, 좀더 몸집이 큰 두줄집명나방, 밑검은각시가지나방, 몸노랑들명나방, 큰눈흰애기자나방도 얼굴을 내민다. 콩박각시, 줄박각시,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등 대형 나방까지 다양한 녀석들이 보여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2024년 8월 4일,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할 시각이다. 오늘은 어떤 녀석들이 찾아왔는지 둘러 보는데 아스팔트 바닥에 가만히 앉아 있는 나방이 눈에 들어온다. 뒷날개를 보여주지 않아 어떤 녀석인지 몰랐으나 손가락을 내미니 이내 달라 붙는다.

조심스럽게 주변의 풀밭으로 옮겨 준다. 뒷날개를 살짝 펼치니 무서운(?) 뱀 눈이 보인다. 뱀눈박각시다. 천적들에게 무섭게 보이기 위해 감춰둔 뱀의 눈을 드러낸다. 나방이나 애벌레들을 찾으러 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뱀과 마주치게 된다.

눈에 보이는 뱀은 독사라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지만 스스슥 지나가는 소리는 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 뱀은 왜 그리 무서운지 모르겠다.

2020년 5월 29일, 광주천에서도 뱀눈박각시를 만났었다.

환경지킴이로 광주천을 누비고 다닐때다. 역시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자전거도로 아스팔트위에 녀석이 앉아 있다. 날아가 버릴까 봐 우선 앵글에 담고 풀밭에 옮겨놓는다. 역시 건드리니 뒷날개의 뱀눈 무늬가 보인다. 무섭긴 무섭다. 뱀눈 무늬 주위 약간 붉은기운이 도는 색상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눈에 잘 띄지않게 앞날개는 대부분 칙칙한 어두운 색상이지만 뒷날개는 제법 화려한게 인상적이다.

박각시류 나방은 종류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애벌레들도 어느 정도는 만나 봤었다. 어른벌레가 큰 편이니 애벌레도 다 크다. 뱀눈박각시 애벌레도 당연히 자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찾아 보니 없다. 아직 만나지 못한 것이다. 부득이 허운홍 선생께 부탁해 애벌레 사진을 받았다. 뱀눈박각시 애벌레는 버드나무를 먹고 사는데, 주로 축 쳐진 가지에 머리를 아래로 하고 먹고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머리 둘레에는 흰색 테두리가 있으며, 숨구멍 주위와 배 윗면에 갈색 점들이 있는 것도 있다. 조만간 소개할 버들박각시 애벌레와 비슷한데 버들박각시는 꼬리가 짧아 구별된다. 유충시기는 6~7월, 9월이며 우화시기는 6~7월과 이듬해 4월이다. 유충길이는 70㎜ 정도니 상당히 큰 편이다. 날개길이는 80㎜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고, 여름 것은 약 20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사무실 주변에 사는 녀석들을 데려와 사육중인데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잘 자라고 있다. 게머루를 먹는 녀석은 머루박각시로 알고 데려와 키우고 있는데 줄박각시 애벌레였다. 성장과정을 자세히 볼수 있어 참 좋다. 배설물의 크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샬레에 흙이 없으니 잎을 대충 붙이고 번데기가 되려한다. 급히 흙을 넣어주니 반쯤 흙속으로 몸을 숨긴다. 무사히 잘 우화하길 빌어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뱀눈박각시(2024년 8월 4일, 영인면)
뱀눈박각시(2024년 8월 4일, 영인면)
뱀눈박각시(2024년 8월 4일, 영인면)
뱀눈박각시(2024년 8월 4일, 영인면)
뱀눈박각시 애벌레
뱀눈박각시 애벌레
뱀눈박각시 애벌레
뱀눈박각시 애벌레
뱀눈박각시 애벌레
뱀눈박각시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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