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붙은 뿔 모양…손으로 살짝 건드리면 ‘꿈틀’
백록색 지의류로 온몸 감싸
유충머리와 몸 ‘우윳빛’
3~4배 마디 다리는 퇴화
지의류 덮은 채 번데기화
나방, 앞날개 녹두색
중간에 각진 붉은 선
적갈색 뒷날개에 노란 무늬

나방의 애벌레를 찾아다니다 보면 설마 이것을 먹고 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싱싱한 나뭇잎이 널려 있는데 낙엽뿔나방 애벌레, 쌍복판눈수염나방 애벌레, 곡식비단명나방 애벌레 등은 시든 잎을 먹고 산다.. 또한 선태류(Bryophytes)를 먹이식물로 하는 녀석들도 있다. 금빛노랑불나방 애벌레, 붉은줄불나방 애벌레 등이다.
은신처를 만드는지, 배다리의 형태, 털이 있고 없음, 배 끝의 돌기가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방 애벌레들에 다가가고 있다. 200회 가까이 나방을 소개하면서 틈틈이 설명을 한 바 있기에 계속 보신 독자께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오래전 지의류(Lichens)를 먹고 사는 목도리불나방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알락노랑불나방, 민무늬알락노랑불나방, 검은줄애기짤름나방 애벌레도 지의류를 먹고 산다.
2024년 8월 28일,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지만 허운홍 선생과 함께 천안의 광덕산에서 작년 9월에 만났던 녀석들이 올해도 보이는지, 작년에 채집했지만 기생 당해 사육에 실패했던 녀석들을 다시 채집하기 위해 같은 코스를 답사했다. 일부 종을 제외하고는 거의 보이질 않았다. 많은시간을 애벌레 채집과 사육 그리고 우화 과정을 기록하고 연구하는데 몰두하고 계시는 허운홍 선생의 생생한 경험을 들으며 기후변화의 결과를 실감하곤 한다.
내려 오는 길, 광덕사 경내에 커다란 돌들이 많이 세워져 있다. 허운홍 선생께서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애벌레 중 지의류를 먹는 녀석이 있어 바위에 붙어 있는 지의류를 조심스레 ㅤ긇어 내고 있는데 백록색 지의류로 몸을 감싸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뿔 모양으로 2~3군데 솟은 곳이 있다. 처음엔 애벌레인줄 몰랐다. 헌데 허운홍 선생께서 애벌레가 맞다며 살짝 건들어 보라 하신다. 손가락으로 슬쩍 건드리니 움직인다. 정말 애벌레가 맞다. 조심스럽게 샬레에 담는다. 경험많은 선생께서 키워 우화하면 알려주시기로 하고 충분한 지의류를 더 긇어 모은다. 돌에 붙어 있는 지의류를 떼어 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둘이서 열심히 하니 어느정도 봉지에 쌓인다.
더 많은 지의류를 찾아 다른 돌들을 자세히 둘러본다.
헌데 지의류를 덮어 쓴 채 자루를 만들어 돌 틈에 붙어 있는게 보인다. 안을 열어 확인해 보지는 않았으나 번데기가 확실하다. 허운홍 선생도 키운 녀석 같은데 확실치 않다하신다. 암튼 지의류를 먹고 사는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은 큰 수확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허운홍 선생의 도감을 찾아보니 이끼꼬마짤름나방 애벌레다. 순천 송광사, 곡성 태안사에서 채집해우화시킨 녀석이었다.
이끼꼬마짤름나방 애벌레는 항상 백록색의 지의류로 집을 만들어 지내는데 집을 벗긴 유충은 죽는단다. 필자는 집속에 있는 녀석만 봤는데, 유충 머리와 몸은 우윳빛이며 3~4배마디 다리는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 유충길이는 15㎜정도다. 다 자란 애벌레는 지의류를 덮어 쓴 채 자루를 만들어 지지대에 붙이고 번데기가 되며, 그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광덕사에서 본 번데기도 이끼꼬마짤름나방의 번데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광덕사에서 서울로 강제 이주 한 녀석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의류가 많이 벗겨지긴 했으나 8월 29일 샬레에 매달려 번데기 되어 9월 10일 무사히 우화했단다. 앞날개는 녹두색이고, 붉은색 선점이 있으며, 중간에 각이 진 붉은색 횡선이 있다. 뒷날개는 적갈색이고 노란색 무늬가 있다. 허운홍 선생 덕분에 이끼꼬마짤름나방의 한 살이를 알 수 있었다.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내년 5~6월이면 지의류를 먹고 사는 검은줄애기짤름나방 애벌레도 꼭 찾아 볼 생각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