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이파리도 야금야금…‘끝내주는’먹성
쥐똥나무 가지 끝 잎이 여러장 묶여
자세히 관찰 위해 사무실로 가져와
살짝이 열어보니 애벌레 한마리
검은 머리 연한 갈색 몸통·검은점

쥐똥나무, 이름과 달리 꽃향기 좋아
나방, 앞날개 중앙 짙은 갈색 무늬
전연 중간서 후연각 향해 불규칙한 ‘띠’

입추와 말복이 지났지만 여전히 붙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습도까지 높아 후텁지근하니 밤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다. 갈수록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시원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여름을 보내는 필자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난장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근로자들을 보면 마음이 애잖하다. 잠깐 잠깐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주위에 어떤 녀석들이 보일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이라도 시원한 시간대에 한바퀴 돌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2024년 8월 7일, 사무실 주변을 둘러본다. 쥐똥나무와 보리장나무 그리고 댕댕이덩굴, 개머루 등 눈에 익은 나무들이 보인다. 개머루는 박가시 애벌레가 잎자루까지 말끔하게 먹은 듯한 흔적이 보인다. 어떤 녀석인지 자세히 둘러 봤지만 보이질 않는다. 짧은 시간의 움직임이지만 땀이 비오듯 흐른다. 돌아서려는데 쥐똥나무 가지 끝 어린잎이 여러장 단단히 묶인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일단 잘라서 사무실로 가져왔다. 잎말이나방 애벌레들은 녀석들을 보기 위해 말린 잎을 열면 순간적으로 튀어 올라 바닥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전하게 사무실에서 샬레에 놓고 관찰하기 위함이다.

단단히 묶인 잎을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역시 애벌레 한 마리가 있다. 머리는 검은색이고 몸통은 연한 갈색이다. 몸에 군데 군데 약간 검은 점들이 보인다.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다. 가지 끝의 어린잎들을 여러 장 단단히 묶거나 말고 그 속에서 들락거기며 잎 끝부터 먹는다. 속의 잎이 시들어도 그 잎을 먹는다.

4일이 지난 8월 11일, 녀석을 다시 보니 많이 자랐다. 잎이 조금 시들었지만 역시 잘 먹는다. 시든 잎도 잘 먹어주는 녀석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제때 싱싱한 먹이를 공급해 주는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가 좋아하는 쥐똥나무는 열매의 색깔이나 크기, 모양까지 쥐똥을 쏙 빼 닮아서 쥐똥나무라 이름 붙여졌다. 타고난 체구는 작지만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쥐똥나무는 겨울동안 몹시 춥지 않으면 푸른 잎을 몇 개씩 달고 반 상록 상태로 봄을 맞는다. 광나무와 함께 남쪽이 대표 서식지라 상록의 기작이 남아 있는 탓이라고 한다. 이름에 비해꽃향기가 그윽해 정원수로도 심기도 한다. 쥐똥나무는 남정목이라 하여 남자의 정력을 돋우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고, 여정목은 광나무를 가리키는데 여성을 정숙하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남정목과 여정목은 생긴 모양이 거의 같으나 남정목을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여정목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점이 다르다.

시든 잎도 잘 먹는 녀석이라 먹이걱정은 않했지만 그래도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은 해 봐야 한다. 2024년 8월 13일, 단단히 붙인 잎을 살짝 열어본다. 엷은 막을 치고 번데기가 되려한다. 조심스럽게 다시 붙여준다. 번데기가 되어 6일이 지나면 우화하는데 잘 우화하기를 빌어본다.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는 쥐똥나무와 벚나무를 먹고 사는데 쥐똥나무에 훨씬 많이 보인다. 1년에 여러차례 발생한다. 먹이식물로 보면 매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국명에 매실이 들어가 있는지 궁금하다.

2021년 7월 29일, 광주천 상류인 용산동에서 매실애기잎말이나방을 만났다. 앞날개 중앙 근처에 짙은 갈색 무늬가 있고, 전연 중간에서 후연각을 향하는 불규칙한 띠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 며칠후엔 번데기가 된 녀석이 우화할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매실애기잎말이나방(2021년 7월 29일, 용산동)
매실애기잎말이나방(2021년 7월 29일, 용산동)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2024년 8월 11일, 영인면)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2024년 8월 11일, 영인면)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2024년 8월 7일, 영인면)
매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2024년 8월 7일, 영인면)
매실애기잎말이나방 번데기(2024년 8월 13일, 영인면)
매실애기잎말이나방 번데기(2024년 8월 13일, 영인면)
쥐똥나무(2018년 5월 29일, 제2수원지)
쥐똥나무(2018년 5월 29일, 제2수원지)
쥐똥나무(2024년 8월 11일, 영인면)
쥐똥나무(2024년 8월 11일, 영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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