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먹고 사는데 국명은 왜 ‘복숭아’가 붙었을까?

천도복숭아 속엔 종종 복숭아심식나방 애벌레
"복숭아 밤에 먹어야"…단백질 보충 의미 추정
과육 먹고 사는 애벌레 독한 살충제 공포 피해
유충 머리·앞가슴 검은색…밤나무 열매 먹이
노숙유충, 앞가슴 옅은 황갈색·머리 갈색
나방, 노란색에 앞뒤 날개 검은 점무늬 분포
날개길이 21~29㎜ 정도…5~9월까지 관측

 

가까운 숲길을 걷거나 시장, 마트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과일이 있다. 밤이다. 어릴적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주어온 밤을 구워 먹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껍질을 살짝 벗겨 집어 넣어야 하는데 간혹 그냥 불 속에 넣여 ‘빵’ 소리와 함께 이는 불꽃에 깜짝 놀랐던 기억도 함께 말이다. 내 고향집 뒤뜰에도 몇 그루의 밤나무가 있었는데, 가을이면 서로 먼저 밤을 줍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일어나 바가지를 챙겨 나가곤 했었다.

우리나라에는 4천여 종의 나방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나방들의 생태가 알려져 있지 않다. 열정을 가지고 나방의 생태를 연구하시는 분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애벌레를 찾아 다니다 보면 은신처를 만들고 사는 녀석들이 많다. 꽃봉오리나 열매 속에서 살고 있는 애벌레들도 상당수 있는데, 열매꼭지나방 애벌레, 마디풀뿔나방 애벌레, 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 은빛들명나방 애벌레, 복숭아심식나방 애벌레 등이다.

천도복숭아를 먹다 보면 간혹 애벌레가 보이는데 복숭아심식나방 애벌레가 그 녀석이다.

옛날 어르신들이 복숭아는 어두운 밤에 먹어야 한다 했는데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그때는 복숭아 속에 들어있는 애벌레도 함께 먹어 단백질을 보충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요즘은 애벌레도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식탁을 녀석들이 점령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암튼 열매 속에서 맛있는 과육을 먹고 사는 녀석들은 독한 살충제를 살포하든 말든 안전하게 살아간다. 우리 인간들은 해충이라며 박멸을 외치고 있지만 말이다.

2012년 6월 25일, 무등산 충민사 인근에서 불을 밝혔다.

나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첫날이기도 하다. 우연찮게 함께 했는데 지금까지 나방과 함께 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왕눈큰애기자나방, 태극나방 등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노랑날개에 검은 점무늬가 많이 박힌 조그마한 나방이 눈길을 끈다. 도감을 구입하여 찾아보니 복숭아명나방이다.

2015년 6월 23일, 병풍산 야등에서 복숭아명나방을 다시 만났다. 어느 회원인지 모르지만 머리에 녀석이 앉아 있다. 밤에 불을 밝히면 수없이 많은 나방들이 모여든다. 덩치가 큰 녀석들이 우선 눈에 띄지만 아주 작은 미소나방들도 엄청 많다. 색다른 녀석들이 보이면 우선 앵글에 담는다. 나중에 이름을 붙이려면 너무 힘들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코 속까지 들락거리는 날파리 등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을 끄고 옷을 벗어 탈탈 털고 차에 타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차안에 나방들이 이리 저리 날아다닌다. 그래도 좋았다.

복숭아명나방은 노란색 바탕의 앞뒤 날개에 검은 점무늬가 전체적으로 흩어져 있는데 내횡선과 외횡선에서는 줄무늬처럼 보인다. 날개길이는 21~29㎜ 정도다. 5월에서 9월까지 만날 수 있다. 복숭아명나방을 오래전 소개할 수 있었는데 애벌레를 만나질 못했다.

애벌레는 밤나무 열매 즉 밤을 먹고 산다. 주변에 밤나무가 흔해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밤 속에 들어가 살기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유충 머리와 앞가슴은 검은색이고 노숙유충 앞가슴은 옅은 황갈색이고 머리는 갈색이다. 밤알을 주로 먹으나 밤송이 껍질의 속도 먹는다. 밤애기잎말이나방 애벌레, 바구미 유충과 같이 있을 때도 많은데 녀석들은 똥을 과육구멍으로 내놓지 않지만 복숭아명나방 애벌레는 밖으로 내민다. 애벌레로 월동하며, 밤이나 흙 속에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어 이듬해 5월 우화한다. 애벌레 사진은 허운홍 선생께서 제공해 주신 것이다.

밤을 먹고 사니까 ‘밤나무명나방’으로 국명을 붙이면 기억하기 더 좋을텐데 왜 ‘복숭아명나방’으로 명명되었을까? 의구심이 많이 들지만 복숭아도 먹어 그랬나 생각해 본다. 앞으로 밤을 먹을 때 벌레가 먹은 흔적이 있으면 꼭 애벌레를 확인해 봐야겠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복숭아명나방(2012년 6월 25일, 무등산 충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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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명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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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2023년 3월 4일, 태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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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명나방 애벌레(2016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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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명나방 애벌레 노숙유충(2015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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