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알려지지 않은 나방을 찾아 묵묵히 가보련다

2020년 7월 2일 첫 게재…200회 넘어
징그럽고 무서운 하찮은 존재 ‘나방’서
생태계 이루는 한 축 인식 전환됐으면
허운홍 선생·김상수 제자…도움 감사
내년 봄 다시 ‘신비한 자연 속으로’

 

2020년 7월 2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남도일보 독자를 만난 날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나방을 소재로 신비한 자연을 소개한다는 것이 과연 잘 될까? 곤충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두렵기만 했다. 그래도 최소한 100회까지는 가보자는 마음으로 달려 왔는데 어언 200회가 넘었다.

"사람들은 자연을 이해할 때, 감상의 대상이나 두려운 존재로 볼 때도 있고, 지치고 아픈 마음을 다스리는 치유의 장소로, 또 삶의 재료를 얻는 고마운 장소로도 본다. 자연에는 자연과 동화되어 오래 진화해 온 여러 생물이 존재하며, 그 중 다양한 나방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나방은 예뻐 보이지도 않고 얻을 게 없는 하찮은 존재라 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때때로 누에나방에게서 값진 옷감이나 맛있는 먹을거리를 얻더라도 나방을 나비와 같은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나방은 과연 그런 존재일까?"

첫 지면을 탈 때 쓴 글의 일부다. 항상 징그럽고 무서운 존재로만 여겨졌던 나방, 나비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 날개를 가진 녀석들도 많은데 그냥 하찮은 존재로 우리에게 인식되어 왔던 나방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 인간들의 기준으로 익충과 해충으로 나눠 박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무서운 털을 가진 애벌레들은 외면받는다. 그러나 벌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봤듯이 나방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인간들의 곡식이나 과일 등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수많은 애벌레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또한 누구에게는 소중한 먹이가 되어 자연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존재들이다. 과학의 방법으로 나비와 다르다는 특별한 형질도 없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나방을 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겨우 200회 넘게 나방을 소개해 왔는데 밑천이 다 떨어져 간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나방은 4천여 종이 넘는다. 극히 일부분만 소개한 것이다. 애벌레만 있는 녀석들, 어른벌레만 있는 녀석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짝지어 주어야 하는데 그저 아쉽기만 하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녀석들을 찾아 다시 힘차게 자연속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동정에 어려움을 겪을 때 많은 도움을 주신 허운홍 선생과 김상수 제자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말씀을 올린다. 소중한 자료도 아낌없이 주시고 외국 서적까지 뒤져 이름을 붙여 주신 소중한 분들이다. 광주·전남 각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숲해설가님들의 소중한 정보와 관심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더 깊이 나방의 세계로 나아 갈 것을 다짐해 본다. 오랜기간 지면을 내어주신 남도일보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기후변화로 인해 있던 녀석들이 없어지기도, 또 없던 녀석이 출현하기도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만나지 못한 녀석들을 향해 묵묵히 가보자.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더욱 신비한 자연과 함께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야간등화(2012년 6월 25일, 충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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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등2012년 7월 12일, 불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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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알락흰가지나방애벌레(2016년 7월 23일, 칠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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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점갈색가지나방(2024년 11월 21일, 영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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