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현(남도일보 사회부장)

 

오승현 남도일보 사회부장
오승현 남도일보 사회부장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시민의 참여로 안전하고 질서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9년 도입됐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차량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제도가 남용되면서 일부 시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시민들의 일상을 조화롭게 이어나갈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주민신고제로 접수된 불법주정차 건수는 41만8천960건에 달했다. 북구의 경우 연평균 5만 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을 정도로 신고제 활용이 활발하다.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한 신고 방식은 제도의 접근성을 높였지만, 동시에 신고 남용 문제를 초래했다.

한 시민은 "점심 식사를 위해 잠깐 주차한 뒤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며 "이후 차를 가지고 외식을 하기가 꺼려진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사례는 특히 식당가나 상가 밀집 지역에서 빈번하다.

한 식당 운영자는 "손님들이 단속에 걸릴 것을 걱정해 아예 방문을 꺼린다"며 "불경기에 손님 한 명 한 명이 소중한데, 신고가 매출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짧은 정차나 주차가 엄격히 단속되면서 시민들은 신고제에 대해 점차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일부 신고는 개인 간 갈등이나 보복성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제도의 긍정적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불법주정차가 도시 환경과 보행자 안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여전히 심각하다. 횡단보도와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등에 불법주차된 차량은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서구 풍암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도심 곳곳에서 불법주정차로 인한 불편을 자주 겪는다"며 "운전자와 마찰 없이 신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신고제가 유용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법주정차 신고제는 공익적 목적에서 필요한 제도라는 목소리도 크다.

제도의 본래 취지는 불법주정차를 줄이고 올바른 주차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를 배려하는 교통 환경을 조성하려면, 불법주정차에 대한 엄격한 제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공익적 필요와 시민들의 생활 편의를 조화롭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제도가 오히려 시민 간 갈등을 초래하고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문제는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개인적 감정싸움의 수단으로 악용될 때 발생한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한 번 신고를 당한 시민이 보복성으로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며 "무분별한 신고로 시민과 공직자 모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신고 건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복성 신고를 방지하기 위해 신고 요건을 강화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상가와 주택가 등 주차 수요가 높은 지역의 문제는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속은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단기 주차 허용 공간이나 공영주차장 확충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불법주정차 문제는 단순히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갈등을 넘어, 도시의 교통 문화와 환경에 대한 종합적 고민을 필요로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시민과 지자체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신고제의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신고 접수 요건을 강화하고, 보복성 신고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신고 접수 단계에서 공익적 목적이 명확한 건만 선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상업지역과 주거지에 주차 공간을 확대하고, 유료 공영주차장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기 주차를 허용하거나, 정해진 시간대에 한해 단속을 유예하는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불법주정차의 위험성을 알리고 주민신고제의 본래 취지를 설명하는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이 제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제도다. 그러나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시민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도가 공익적 목적에서 벗어나 갈등의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를 줄이고, 공익을 위해 올바르게 활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민신고제는 단순한 단속 도구가 아니라,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광주광역시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시행 중인 주민신고제가 본래 취지를 살리며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 시민과 행정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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