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훈(남도일보 정치부장)

 

노정훈 남도일보 정치부장
노정훈 남도일보 정치부장

욕개미창(欲蓋彌彰),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나쁜 일을 감추려 하면 오히려 그 일이 더욱 밝혀지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이 뽑은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1일 정례회 개회와 함께 본청과 출자·출연 산하기관, 광주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 전반에 관해 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의회활동과 예산심사를 위한 필요한 자료 및 정보를 획득하며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적발, 시정 요구할 수 있게 해 행정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행정기관의 일년 업무를 들여다보고 잘못된 것은 따져 묻고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행정사무감사 초반부터 곳곳에서 파행을 빚고 있다. 피감 기관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일부는 숨기고, 조작 및 오류 투성이 자료를 제출하면서 행정사무감사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광주시 출자·출연 기관 등에 대한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부실한 자료 및 허위 자료 제출이 잇따르자 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

기관장들은 직원들의 단순한 오타 또는 오기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조작이 의심되거나 고의로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은 자료가 비일비재해 행정사무감사에 임하는 기관들의 태도에 시의원들은 격앙됐다.

이날 산업건설위원들은 광주테크노파크가 제출한 전년도와 올해 자료가 불일치하거나 오기한 내용이 다수 확인됐다고 질타했다.

강수훈 의원은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도를 확연히 떨어뜨리고 있다"며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부실한 자료 제출이 이어져 민선 8기 들어 전체적으로 얼마나 행정을 느슨하게 하고 있는지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광주TP가 제출한 2023년 직급별 급여 내역의 경우 임원·단장·본부장 합산액이 2억5천5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2023년 기준 5천600만원만 지급했다고 축소 보고했다. 공무직 급여 현황은 아예 누락해 유령화시켰다.

중소벤처기업 매출과 폐업 현황도 1년 사이 2천600억원이 넘은 차이를 보였다. 또한 장비 활용 관련 자료도 수치가 바뀌었고 공사 입찰과 계약 목록 중 일부 업체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박필순 산업건설위원장은 "요구 자료 오기 및 자료 불일치가 다소 발견되는 등 자료 미비 등으로 감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감사를 중단하고 추후 일정 통보 후 감사를 계속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광주관광공사의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자료 중 일부는 ‘표’ 안에서 각기 다른 단위를 사용하는가 하면, 하나의 ‘표’ 안에 두 개의 합계를 기재해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DRT(수요응답형) 시티투어 버스 자료는 허위로 만들거나 고의로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에는 글로벌광주방송(GGN, 구 광주영어방송)이 또다시 영업비밀, 개인 신상과 개인정보로 인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김광진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의 출연료가 특혜성이 있는지 따져보기 위함이었지만 윤도한 사장은 "법률을 무시하고는 자료 제출이 어려워 다시 법률 검토 후에 최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피감 기관들이 허위 자료와 오류 투성이 자료, 아예 제출 거부 등이 잇따르자 의원들은 "의회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귀순 의원은 "시의회를 경시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피감 기관의 태도에 개탄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진행될 행정사무감사에 광주시는 시민 앞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감 기관들의 수장들은 하나 같이 "연신 죄송하다. 앞으로는 자료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 시의회에 보고하겠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 매년 똑같이 반복될 뿐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말한다. 잘못된 일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그것이 더 크게 드러나게 되는 상황이 닥친다. 차라리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옳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