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정세영 남도일보 교육문화체육부장

그가 다시 돌아오면/자유도 민주도 선거도 의회도 삭제되겠지/빛을 들고 나선 이들이 샅샅이 색출되고/단 몇 줄 올린 글로 검은 제복이 찾아오겠지/너 좌빨이지, 불순분자지, 완장을 찬 극우대의/광기 어린 폭력에 숨도 못 쉬겠지(중략…) 아아 그가 다시 돌아오면/저들이 살아서 돌아오면//버젓이 권좌에 도사린 채/내란을 지속하고 내전을 불지르는 자들//지금, 빛으로 끌어내 처단하지 않는다면/지금, 뿌리째 뽑아내 청산하지 않는다면.

12·3 계엄의 밤을 기억하며 시인 박노해가 쓴 시 ‘그가 다시 돌아오면’의 일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했으면 일어날 지도 모를 일들을 박노해는 생생히 묘사한다.

다행스럽게도 시 속에 그려진 잔혹한 상황은 현실 속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돌아올 수 없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

살을 에일 듯한 겨울 바람과 눈보라를 뚫고 광화문으로, 5·18민주광장으로 달려간 보통 사람들의 간절함이 만든 희망의 불빛이 결국 승리했다.

기나긴 싸움의 결말이었다.

광장의 아우성이 울림으로, 정상적인 사회를 원하는 간절함이 희망으로, 온 국민의 열망이 낳은 또다른 민주주의 새 역사가 꿈틀됐다.

6개월이 흘렀다. 아지랑이는 피고 나무에는 어느덧 새살이 돋고 잎사귀를 내보인다.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주권재민(主權在民·주권은 백성에게 있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건 미래를 일으켜 세울 ‘한 표’의 권한. 4천439만 1천871명의 유권자의 손에 달렸다.

불의한 권력을 심판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의 가치는 얼마일까.

대한민국 연간 국가예산이 약 700조인 점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 미래 5년을 담보할 한 표의 가치는 7천62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퇴보, 국가 경쟁력 가치 등을 따져볼 때 그 값어치는 감히 매길 수는 없다.

투표가 힘이다. 투표는 전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강력한 무기,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기권된 권력에 불과하다.

혹독했던 지난 겨울과 봄, 광장에서 목놓아 외쳤던 ‘다시 만난 세계’. 이제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 우리가 길을 나서야 할 때. 꼭 투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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