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연륙·연도교 설치… 신·구 사회규범 충돌 ‘가속화’
정주여건 향상 긍정 평가 속
아노미적 현상 증가 ‘불가피’
신안군, 다양한 정책 발굴 긴요
주민들은 자발적 활동 필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OLED 패널, SK하이닉스 D램, LG전자 초박형 TV 등은 세계 1위 제품이고, 이는 우리에게 자부심을 제공한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타이틀 이면에 존재하는 우리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살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2020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OECD 회원국의 평균자살률이 10.9명인데 반해, 한국은 23.5명으로 자살률 1위를 차지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정부는 2004년 제1차 자살예방기본대책을 시작으로 2018년 제4차 자살예방 행동계획을 수립하였다. 특히, 제4차 자살예방 행동정책에서는 핀란드의 심리부검을 도입하는 등 심각한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자살은 현재 신안군에서도 주요한 화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전국평균 자살률이 27.3명인데 반해, 신안군은 자살률이 4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따라 신안군은 자살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20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수립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신안군정신건강복지센터를 설립하고, 자살 고위험군 주민을 발굴하여 우울 선별검사, 사례관리 등 주민의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신안군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자살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0년에 인구 10만명당, 전라남도 자살률이 23.2명인데 반해, 신안군은 32.2명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신안군의 자살률은 인근 목포시의 29.3명과 비교하여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김명연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정신의료기관이 없는 7개 지자체의 자살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2.7배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결과를 통해 신안군의 자살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신의료기관의 설립 등이 요구되며, 무엇보다 자살의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적 문제, 경제적 궁핍, 육체적 질병, 가정 문제 등이 자살의 주요한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자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안군의 자살 원인을 살펴보고, 주민들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신안군 주민들의 경우 단순히 개인의 정신건강, 경제, 질병, 가정문제 등으로 자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행위 이면에 있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즉, 신안군 주민의 자살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관점에서 자살문제를 제기한 학자는 에밀 뒤르켐으로, 1897년 ‘자살론’을 저술하였다. 뒤르켐에 따르면, 사회적 영향에 따라 개인의 자살률이 증가한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프랑스 주민들의 정신건강 등 개인적 요인들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결과, 개인적 요인보다 종교, 지역 등에 따라 자살할 확률이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뒤르켐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살이 사회적 영향 특히, 사회적 통합과 사회적 규제에 따라 그 사회의 자살률이 달라진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집단의 사회 규제가 낮을 때, 사회구성원들은 욕망을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자살할 확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르켐은 이러한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숙명론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하였다. 여기서 필자가 관심을 갖는 유형은 아노미적 자살(Anomic suicide)이다. 그리스어인 ‘Anomic’이란 무질서한 상태를 의미하고, 뒤르켐에 의해 처음 사회학 용어로 사용되었다. 아노미적 자살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 때문에, 사회구성원이 기존의 사회 규범과 새로운 사회 규범들이 뒤섞이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뒤르켐의 자살 이론을 통해서 신안군 자살문제를 점검하면 다음과 같다. 신안군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는 연도교와 연륙교가 잇달아 설치되고 있다. 1989년 신안1교를 시작으로 이후 13개의 연륙교와 연도교가 설치되었다. 앞으로도 9개의 연도교가 설치될 예정이다. 연륙교와 연도교의 설치는 여러 측면에서 신안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저 신안군은 사실상 육지화가 되면서 지역 주민의 정주여건이 향상된다. 따라서 지리적 제약 없이 주요한 생활물품의 구매, 의료서비스의 이용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주요 농산물의 유통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신안군 주민들의 소득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섬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되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결국 신안군이 더욱 풍요롭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섬과 섬, 섬과 육지의 연결은, 필연적으로 지금까지 신안군의 주민들이 경험하고 유지해 왔던 사회적 규범과 새로운 사회적 규범 간의 충돌을 일으킨다. 결국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심화되면서, 신안군 주민들의 아노미적 자살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필자는 칼럼을 쓰기 전에, 신안군의 정주여건이 좋아지는데 왜 자살이 증가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뒤르캠의 자살론에서는 농촌지역보다 도시지역의 자살률이 높다고 설명하였고,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도 도시지역이 농촌지역보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도시지역인 목포시보다 신안군의 자살률이 높다는 결과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내린 결론은, 신안군의 자살 증가는 연륙교와 연도교의 설치에 따른 사회규범의 혼동에서 나타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안군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뒤르캠의 주장처럼, 충돌하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극복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신안군의 육지화가 가속화되면서 아노미적 현상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신안군의 사회적 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신안군 주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글/최정민(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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