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레기를 먹고 싶지 않다”…미세플라스틱에 신음
전국 해양 오염도 이미 심각 수준
해남 송평·고흥 신흥 농도 높아
5㎜ 이하 여서 물고기 통해 흡입
“바다 오염 방치 안돼” 각성 촉구

 

전남지역 한 무인도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 모습./김재은 교수 제공

섬과 바다는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기 힘들다. 바다가 없이는 섬이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섬에 있어서는 바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섬의 지형·지질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부분 섬들이 바다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섬과 주변 바다에 어떤 자원이 있는가에 따라 섬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은 많이 달라진다.

과거에 섬은 교통편이 불편해 물건을 쉽게 들여오지 못해서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옛날에 대부분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시기에는 가까운 산에 칡덩굴조차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칡잎은 동물들의 먹이로, 줄기는 밧줄과 같은 것의 재료로, 뿌리는 약재로 사용하였고, 흔히 볼 수 있는 댕댕이덩굴은 바구니 같은 것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등 각각의 다양한 생물들은 중요한 사용처가 있었다. 이런 생물들로 만든 것은 재료가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돌아가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며 사라지게 된다. 과거 이러한 물건들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끼면서 사용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고 가격도 매우 저렴한 편의성 높은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개발되면서 우리의 삶은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싼 가격과 대량생산, 다양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색깔의 물건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편의성 향상은 우리 삶을 더 다양하고 풍요롭게 했다. 우리는 화학적으로 합성된 플라스틱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었고, 별 생각없이 풍요로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에서 양식을 할 때나 물고기를 잡을 때도 과거와 비교해서 훨씬 간편해서 더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엔가 우리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처리와 관련된 고민이 시작되었다. 육지에서는 1995년에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차차로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구별해서 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지 못하는 물질들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상태로 쉽게 되돌아가지 못한다. 즉 쉽게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일상에서 편리함으로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해 왔고 이제는 그 유해성에 의해 덜 사용하도록 권고받고 있다. 그러나 불편함에서 편리함으로의 이동은 쉬었지만, 편리함에서 불편함으로의 이동은 쉽지 않다.

육지의 쓰레기는 해양쓰레기와 비교해서 그나마 눈에 쉽게 띄고 수거도 비교적 쉬워 처리도 비교적 해양쓰레기보다 쉽다고 할 수 있다. 해양쓰레기는 눈에도 잘 띄지 않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고, 수거도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 해양쓰레기는 파도와 바람, 염분기 등으로 인해 쉽게 작은 조각으로 변화해서 수거하기도 어렵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작은 조각의 쓰레기들을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하고 먹고 죽거나 다치고 있다. 또 해양쓰레기 조각이 매우 작은 미세한 입자로 작아지고 이것이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에게까지 전달된다는 것이다.
 

임시 해양쓰레기 집하장 모습.

2018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천과 경기 해안,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위, 3위로 높은 것으로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매우 높은 수준으로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주로 대도시 주변의 하천이 있는 지역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에 의해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우리가 사는 전남의 해양은 어떤가? 해양수산부에서 2018년에 발표한 해양 미세플라스틱 환경위해성 연구 중간결과를 보면 전국 20개 해안을 조사한 결과 해남 송평 해안이 3,439개/㎡로 6위, 고흥 신흥 해안이 2,645개/㎡로 7위, 여수 만성리 해안이 2,190개/㎡로 8위로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연안 해역에 서식하는 어류를 조사한 결과 함평만 평균 1.70개/㎥, 광양만 1.65개/㎥, 보성 득량만 1.12개/㎥ 순으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해양대에서 2018년에 조사한 결과, 갯벌 맨 위 표층부터 30cm의 깊이까지 갯벌 흙 100g당 모든 층에서 20개가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2018년 해양수산개발원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홍수기에 유입되는 쓰레기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해양플라스틱의 60%는 해상기인이고 이중에서도 어선어업이 45.9%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해양이 미세플라스틱에 이미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로 웬만해서는 눈에 잘 띄지 않아 물고기나, 낙지 등이 먹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눈에 띄기에는 너무 작다. 결국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제 더는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다. 바로 지금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즉각적으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섬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바다와 갯벌을 지키지 않고 쓰레기장 취급한다면 바다와 갯벌도 우리에게 쓰레기를 내어줄 것이다.

글·사진/김재은(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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