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수량 ‘뚝’…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완도 등 일부 섬 지역 제한급수 돌입 ‘불편’
신안 홍도 담수화시설 식수난 해소 ‘대조’
“물관리 시스템 정비 ‘국민 삶의 질’ 높여야”

 

전남 일부 섬 지역이 가뭄 때문에 고질적인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신안 홍도는 해수담수화시설과 암반집수관정 설치로 만성적인 식수 공급 중단 사태를 면할수 있었다. 사진은 가정집에 설치된 생활용수 저장 탱크./이경아 교수 제공

마을 아낙네들이 낫과 호미를 들고 산으로 오른다. 산 정상부에 다다르면 호미로 이름없는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함께 산에 올랐던 부녀자들이 부등켜 안고 환호한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장작이나 솔가지 등을 산 위에 가져다가 산더미처럼 쌓고 불을 지르기도 하고 닭 피를 뿌리기도 한다. 하늘까지 연기를 피워 올려 구름과 비를 관장하는 신을 부르는 것이다. 무덤을 파는 것도, 연기를 피우는 것도 모두 비가 오지 않을 때 비를 내리게 하는 기우제(祈雨祭)의 방식이다. 바로 천신을 노하게 하여 비를 뿌리게 하는 것이다. 조상의 묘를 파고, 닭 피를 뿌려가며 제를 지내는 것은 신성한 곳을 오염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결국 산신으로 하여금 비를 내리게 하여 부정을 씻어내고 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불을 피워 기압의 변화를 바꾸었거나 양기인 불이 음기인 비구름을 불렀다거나 과학과 비과학을 논하기에 앞서, 대개 기우제가 성공한 이유는 간절한 마음으로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반드시 비가 온다는 ‘인디언 기우제’도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애초에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 결국 비가 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디언 주술사들은 ‘레인메이커(rainmaker)’로 불리며 비를 만드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믿게 되었다.

최근 남부지역 가뭄이 지속되면서 도서지방에서 기우제와 관련한 다양한 옛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전남지역은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주 2일 급수·5일 단수 등 제한급수가 지속되니 기우제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과거 큰 가뭄이 들면 임금과 대신들은 덕이 없음을 부끄러워하며 근신하고 반찬의 가짓수도 줄였을 만큼 농업국가였던 우리에게 치수(治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농업을 근간으로 살아왔기에 수리시설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더더욱 기우제와 같은 공동제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과 봄철이 한 해 동안 강물이 가장 적은 시기인 갈수기(渴水期)에 해당하는데 이 기간 즉 ‘첫 서린 내린 날을 기점으로 해서 다섯 달 동안은 점심을 거르고 두 끼 만으로 겨울을 난다’고들 하였다. 또한 조반석죽(朝飯夕粥)이라고 하여 아침은 밥, 저녁은 죽으로 허기를 달랬으니, 웬만해서 삼시세끼를 챙기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섬 큰애기 시집갈 때까지 “모래 서말은 먹어도 쌀 서말 못먹는다”는 이야기도 괜한 말이 아니다.

완도를 비롯한 도서(섬) 지역이 심각한 식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이번 가뭄에 신안군 홍도는 한시름을 덜었다. 해수담수화시설과 암반집수관정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천혜의 관광지 홍도도 10여 년 전에는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가뭄철에는 관광객의 입도를 제한시켜야 했다. 홍도의 비탈진 옥상과 골목마다 크고 작은 물탱크가 즐비했다. 이렇듯 고질적인 식수난을 겪었던 홍도의 물 문제를 해결한 해수담수화사업은 바닷물을 하루 100톤씩 역삼투압 작용으로 담수로 바꿔주고, 부족한 공급량은 다시 방사형 암반집수관정이라고 하는 대형 담수화 설비를 갖추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취수원 방식으로 지하 35m 지점에 수평으로 반경 150m의 집수정을 파서 암반의 물을 모아 담수처리하는 방식이다. 암반층으로 땅이 좁아 지표수 개발이 힘든 홍도의 지리적 특성을 반영한 물 부족 해결방안인 셈이다.

제주 전역이 가뭄이 심각한 가운데 구좌농협이 주관한 기우제가 열렸다./제주 구좌농협 제공

유례없는 가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한급수 매뉴얼로 인해 식수와 농업용수 모두가 열악한 섬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물의 안정적인 확보, 물환경의 보전과 관리, 가뭄과 홍수 등의 재해예방 등을 위한 지속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물 관련 최상위 법률인 물관리기본법이 2018년 제정되었다. 그간 국토부(수량), 환경부(수질), 농림부(농업용수) 등 여러 부처로 나뉘어 중복투자 등 비효율을 초래해왔던 물관리에서 벗어나 국가·유역 단위의 통합물관리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가 가뭄 예·경보제에 맞춰 가뭄 관련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는‘국가가뭄정보분석센터’도 신설(2015년 9월) 운영되고 있지만, 뚜렷한 물관리 대책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물은 지구의 물순환 체계를 통하여 얻어지는 공공의 자원으로서 모든 사람과 동·식물 등의 생명체가 합리적으로 이용하여야 하고, 물을 관리함에 있어 그 효용은 최대한으로 높이되 잘못 쓰거나 함부로 쓰지 아니하며, 자연환경과 사회·경제 생활을 조화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여 그 가치를 미래로 이어가게 함”을 명시한 물관리기본법의 기본이념(제2조)을 되새겨 볼 때이다.

글·사진/이경아(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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