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집 소문난 집] 강진 마량항‘해태횟집’ ‘매생이탕’


낮은 바닷물이 흰 포말을 만들었다. 포말 위를 겨울바람이 함께 넘실대며 차창안으로 고개를 밀어넣었다. 강진읍에서 강진 마량항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로 족히 20분. 해안을 끼고 돌았다. 멀리, 또는 가까이 파도에 둘러싸인 섬들이 많다. 이중 까막섬이 으뜸이다.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는 까막섬은 천연기념물이다. 함부로 들어가면 큰 코 다친다.
금일이나 고금, 약산 등으로 출발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마량항 도선장으로 들고 나는 철부선들이 제때 시간을 맞춰 운행하고 있다.
이 도선장 앞에 있는 ‘해태횟집’(대표 차명순·55).
돔과 낙지, 농어, 숭어회 등 싱싱한 활어들을 횟감으로 내놓는 전형적인 어촌 횟집이다.
겨울에는 손님들이 ‘매생이탕’을 자주 찾아 요즘은 메뉴로 준비해 놓고 있다.
매생이는 요리법이 쉽다.
그만큼 매생이가 갖고 있는 성분이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한다.
매생이탕을 시키자 주인 차씨가 냄비에 물을 올렸다. 동시에 이날 오전 마량항에 있는 강진수협 위판장에서 가져온 매생이를 깨끗히 씻고 손으로 꾹 짰다. 물기를 최대한 빼야 맛이 들기 때문이다. 매생이를 끓일 때는 속이 잘 익지 않을수 있으므로 주걱이나 국자로 잘 저어야 한다. 매생이는 익더라도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해가 많다. 익었을까. 안익었을까. 오로지 주인 맘이다. 20년 이상 매생이탕을 끓여온 경험이 기준이다. 국자로 매생이를 퍼서 들었을때 주룩 흐르는 정도만 봐도 익힘 정도를 한눈에 가늠한다. ‘식당개 삼면이면 라면도 끓인다’는데 하물며 입맛 까다로운 남도 어촌에서 30년 가까이 횟집을 가꿔온 이력이야 두말하면 숨가쁠 터.
매생이탕은 끓일때 다른 여느 탕보다 김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전혀 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흔히 ‘미운 사위놈 매생이탕 먹인다’고도 하고 ‘며느리, 고집센 시어미에 매생이탕 드린다’하지만 이는 갯마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뜻한 말일 게다.
매생이탕은 식기 전에 얼른 먹어야 제맛을 느낄수 있다.
탱글탱글한 굴이 몇점 보이고 참기름이 동동 떴다.
젓가락으로 집어도 주루룩 흐르고 숟가락으로 퍼서 먹어도 어느새 흐른다. 둥싯거리며 떴다간 낭패다. 동작이 기민해야 한다.
젓가락으로 얼른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갯내음이라기보다 달착지근한 뭔가가 들어왔다는 느낌이 먼저다.
이어 갯내음이 살짝 번지고 젓가락은 바빠졌다. 참기름의 고소함이 스친 듯 묻어있다. 살진 굴이 입맛을 더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않을 것만 같던 매생이탕이 어느새 줄었다. 한번 더 주문했다.
이번엔 밥을 말았다. 매생이가 너무 가늘어 밥알 한개에 수십개가 붙어있다. 후루룩 긴장을 늦추지 않고 꼭꼭 씹어 먹었다. 매생이는 제 스스로 넘어갔다. 매생이를 뭉텅 한 입에 퍼 넣었다. 짜지않은 간기에 밥이 포만감을 전해줬다.
주인이 직접 담근 무채와 배추김치는 식초간을 잘한 모양이다. 싸금싸금 씹히는 무채. 매콤함이 더한 배추김치다.
소화가 빠르므로 매생이탕 두그릇을 먹었다. 남들이 흉볼일 아니다.
한 그릇에 5천원이다.
이날 마침 해태횟집을 찾아 매생이탕을 먹은 삼덕수산개발 권영목 대표의 설명이 보태줬다.
“마량항에서 위판되는 매생이는 완도 고금 넙도와 장흥 대덕 신리, 강진 마량, 이 삼각지에서 대부분 생산된다”면서 “특히 고금 넙도의 매생이가 전국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정지역인 고금 넙도는 매생이가 자라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면서 “맛과 품질에서도 가장 우수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매생이가 강진과 완도, 장흥군 등 3개군에서 자라지만 하늘에서 보면 마치 형제처럼 포근한 형상을 이루고 있다”면서 “김 보다 서너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매생이가 농한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061-432-2322, 011-636-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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