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대나무
‘웰빙’열풍 타고 천혜 향토자원으로 각광
직·간접 파급효과 1천억…10년뒤



한 여름 어느 부잣집에서 해 놓은 밥이 그만 쉬어버렸다. 밥을 지었던 하녀는 주인 마님의 노여움이 두려워 그 밥을 대밭에다 몰래 버린뒤 대잎으로 덮어놨다.
하루는 마님이 대밭을 순찰하러 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대나무의 경제적 가치는 엄청났던 모양이다. 순찰을 하는 도중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내에 이끌려 도착해보니 다름아닌 하녀가 쉰밥을 몰래 버렸던 곳이었다. 담뱃대로 대잎을 모두 치우자 하얀 쌀밥이 발효를 하면서 그윽한 향을 풍기고 있는 것이었다.
‘옳거니’하던 그 주인마님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대잎을 원료로 해서 술을 만들게 되니 그게 바로 ‘죽엽청주’다.

전남 담양군에 전해져 내려오는 대나무에 얽힌 설화중 한토막이다.
최근 담양군 대나무자원연구소와 ㈜가나아트가 1천853명을 대상으로 죽공예품 활성화를 위한 기초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8%가 ‘대나무 하면 담양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죽향의 고장 담양군의 강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나무산업을 분석한 남도대학 지역특성화시범사업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 경제적 파급효과는 1천25억원으로 추정됐다.
1차 생산물인 죽순과 원죽에서부터 2차가공품인 가내수공업제품, 대나무 시장에서 생산되는 대통밥·대통술 용기, 작물 지주대 등 단순 가공품은 물론 대잎차, 죽초액, 비누 등 대나무 신산업 제품과 3차 서비스 산업 및 신약·바이오 제품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나무에 의한 경제적 효과가 파급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도를 기준으로 향후 10년간 장기예측을 해본 결과 오는 2015년이면 대나무로 인한 경제효과는 무려 4천89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이는 ㈔한국미래물류 연구원에서 실시한 담양군 GRDP(지역내총생산) 추정과 담양군이 발전방향에서 제시한 연평균 GRDP 10.24%가 적용됐다.
현재 담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용역결과의 상품화, 대나무 생태공원, 죽녹원 개발 등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의 영향으로 대나무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GRDP 증가율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담양군은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대나무 신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죽향’ 담양군의 위상과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이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70년대 황금밭으로 불리며 대나무 관련 산업이 지역경제를 이끌어왔지만 80년대 접어들면서 값싼 중국산에 밀려 쇠락을 거듭, 대나무 면적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담양군의 대나무신산업화 전략은 크게 ▲기능성 상품개발(식품·의류) ▲바이오산업(신약·음료) ▲관광산업 ▲공예·인테리어 ▲친환경자재 ▲지적재산권 확보 ▲생태전원 등 7개 분야로 나뉜다.
산업자원부는 대나무 신산업을 지역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해 올해부터 3년간 42억원의 국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가 담양군의 대나무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최근 신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생물산업과 무관치 않다.
대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잎까지 버릴 것이 전혀 없는 경제자원으로 식용은 물론 공예, 건축, 농·수산 재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제고로 바이오산업이 급부상하면서 대나무는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천혜의 향토자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나무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과 뇌파 방출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대숲 1㏊당 하루 이산화탄소 1t을 흡수하고 0.37t의 산소를 배출하는 등 공기정화 작용이 탁월하다.
대나무 숲의 아름다운 경관과 은은한 댓잎 소리는 죽림욕 등 웰빙시대를 맞아 훌륭한 관광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힘입어 담양군이 개발해 운영중인 죽녹원의 상설 문화체험 공연 및 대나무 관련 행사는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콘텐츠 융합형 관광개발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다.
담양군은 대나무신산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연간 1천2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대나무로 제2의 전성기를 계획하고 있는 담양군은 대나무의 안정적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 1천717㏊인 죽림면적을 오는 2013년까지 3천㏊로 확대할 방침이다.
체험형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전국 최대 대나무 생태공원 및 대나무 바이오 숲을 조성하고, 대나무 분재관·박물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담양/박석순 기자 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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