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브랜드](주)대한무도구‘청심’
국내 유일 제조업체…전남·북 대나무로만 생산
무게 중





허공의 길이를 알려는 듯 창공을 향해 곧게 뻗어 나가는 푸른 대나무의 숨결을 모았다.
3년이 넘은 전남·북 지역 왕대나무만이, 뿌리 위쪽에서 120㎝ 몸짱만이 선택된다.
4쪽으로 나눠지는 아픔을 맛봐야 하는 죽(竹)은 장인의 손길을 거쳐 다시 한몸이 돼 명품 ‘죽도’로 다시 태어난다.
대한민국 유일의 국산 죽도 ‘청심’(淸心). 값싼 중국산에 밀려 벼랑끝에 내몰린 한국 죽도의 자존심이자 대명사이기도 하다.

전남 구례군 용방면 신지리 431번지. 구례읍에서 승용차로 20여분을 가다보면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자락에 둘러싸인 이곳 마을 한켠에 낯설은 간판이 눈에 띈다.
‘㈜대한무도구(大韓武道具)’. 자연풍광이 수려한 구례의 작은 촌 마을과 전혀 동떨어진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바로 ‘죽도’다.
㈜대한무도구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이곳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죽도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년전만하더라도 서울 동대문 상가 등 수도권과 전남 등 4곳에서 죽도를 생산했지만 값싼 중국산에 밀려 모두 문을 닫고 말았다.
㈜대한무도구에서 생산하는 죽도의 제품 이름은 ‘청심(淸心)’이다. 일반용에서부터 중량, 단봉, 이도류 등 검도에서 사용되는 모든 죽도를 생산하고 있다.
‘淸心’이 주목을 받는 것은 유일한 국산이라는 점도 있지만 제품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사)대한검도회의 시합규격에 맞게 제작될뿐만 아니라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어 검도를 이제 시작한 초보자라도 좋은 죽도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칼 끝부분인 ‘선혁’은 가늘면서 잘 깨지지 않고, 손잡이 부분인 ‘병혁’은 손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두께가 알맞으며, 무게는 아주 가벼워 일본산 죽도와 어깨를 겨눌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사)대한검도회는 지난해 7월 ‘淸心’을 공인 죽도로 선정해 그 우수성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이외에도 ‘淸心’의 특징은 전남 담양 등 전남·북에서 생산되는 대나무, 그중에서도 ‘왕대’만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의 대나무는 타격을 했을 때 값싼 중국산과 달리 강도와 반동 등이 훌륭하다.
문제는 제품의 원료인 전남·북 산 대나무를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대통밥그릇 등 대나무 죽제품과 관련된 산업들이 활발해져 왕대나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 평균 100자루의 죽도를 만들어 내기가 힘든 실정이다. 연간 생산하는 죽도는 많아야 2만자루가 채 안된다.
현재 ‘淸心’은 국내 죽도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대부분 중국산이 점유했다. 가격에서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죽도의 경우 ‘淸心’은 2만5천원대인 반면 중국산은 1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차이가 많다보니 검도가 활성화되지 않은 중국에 국내업자들이 들어가 제품을 생산해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도 그럴것이 공정의 절반은 수작업이면서 마진은 별로 없고, 가격은 오히려 높은 국산보다 통관료가 자루당 6천500원선인 중국산에 업자들의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권오종(56)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체직원 8명이 전부인 ㈜대한무도구는 비록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품질만큼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고가 고품질 ’정책으로 국내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수출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사실 ‘淸心’은 일반 초보자들보다는 선수나 고단자들이 주로 애용하고 있다. 검도를 오래 수련한 사람들일수록 손에 잡히는 감과 반동감 등을 고려할때 중국산 막죽도보다는 ‘淸心’을 선택하고 있다.
㈜대한무도구도 이런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 국가대표선수나 실업팀 선수, 체육관 관장 및 고단자 들을 대상으로 ‘淸心’을 홍보하면서 이들로부터 제품의 단점을 듣고 이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세계 검도계를 한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는 지금 ㈜대한무도구는 가격면에서는 중국과, 품질면에서는 일본과 힘겨운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국가대표급 죽도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구례/강재순 기자 k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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