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급증…상승한 보험료는 선량한 가입자 몫
보험사기 단순 사기죄로 처벌…처벌 수위 높여야 근절

"정차를 하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살짝 부딪치더니 3개월이나 병원에 입원했어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병원비를 허위·과다 청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 중 생계형 범죄로 분류되는 교통사고 위장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병원역시 보험사기 범죄 급증에 한 몫하고 있다. 보험사기범들은 생명보험과 장기보험 등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병원이나 이른바 '사무장병원(의사 면허 없는 사무장이 비영리 법인 명의를 빌려 개설된 병원)'과 짜고 허위 진료 기록을 작성해 보험금을 챙기고 있다.

병원은 가짜 입원 환자를 유치해 진료기록부에 허위 진료 내용을 기재한 뒤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돕는다. 병원 역시 허위 진료기록부를 가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엄청난 요양급여비를 챙길 수 있어 보험사기에 가담하고 있다. 요양급여를 챙기는데만 급급한 일부 병원 탓도 적지 않다.

특히 보험사기의 경우 고의성 여부를 가려내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약하다보니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기 규모도 점차 커지고 수법 또한 지능화되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최근에 보험사기는 금전적 피해를 넘어 다른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를 차단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보험금만 받을 수 있다면'…일반인도 보험사기 적극 가담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생계형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일반인들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과거 조직폭력배나 일부 범죄 집단에서 주로 보험 사기행각을 벌인 반면 최근에는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과 짜고 보험금을 노리는 일반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부당 수령하거나 의료비를 허위로 청구해 보험금을 타내는 등 이른바 '생계형 보험사기'가 적지 않다.

또 의료인만이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료법 규정을 어기고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과 별다른 진료행위 없이 숙식만 제공하는 이른바 '모텔형 병원'까지 등장해 보험사기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4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박모(36)씨 등 7명과 이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병원장 김모(52)씨 등 병원 관계자 3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2월 경기 일산 동구에서 경미한 교통사고를 내고 병원에 허위로 입원한 뒤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명목 등으로 73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이때부터 지난해 8월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총 4차례에 걸쳐 2개 보험사로부터 27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장인 김씨는 서울 마포구에서 신경외과 병원으로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고 치료비를 청구해 1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친구나 동네 선·후배 사이로 생활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또 고속도로에서 고라니와 부딪혔다면서 허위로 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병원장 역시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고 치료비를 청구했다. 전형적인 생계형 교통사고 보험사기 수법이다.

◇ 보험금 빼먹는 '가짜 환자'↑…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도 덩달아 급증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액수는 4533억원에 달한다. 또 8만3181명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지난해 대비 각각 296억원(7.0%), 1만848명(15.0%)이 증가한 수치다.

보험 종류별로는 자동차보험이 2738억원(60.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장기손해보험 1035억원(22.8%), 보장성 생명보험 584억원(12.9%)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기유형별로는 허위·과다사고가 3342억원(73.7%), 고의사고 809억원(17.4%), 피해과장 180억원(4.0%) 등이었다. 직업별로는 무직 일용직 19.3%(1만6089명), 회사원 16.9%(1만4084명), 일반 자영업 8.8%(7334명)순이었다.

특히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범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감원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 혐의자 370여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최근 6년간 이들이 일부러 낸 교통사고 건수는 8180여건으로 챙긴 보험금만 123억 원에 이른다. 1인당 평균 22건의 교통사고를 냈고, 이들 가운데는 무려 110여 차례나 사고를 내고 1억4600만원을 챙긴 사람도 포함돼 있었다.

보험사기범들은 ▲차선 변경 차량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일방통행 역주행 등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차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또 지인들과 짜고 고위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 보험사기 단순 사기로 처벌…보험사기 특별법 제정·처벌 수위 높여야

보험사기는 점점 조직화·지능화 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까지 보험사기에 가입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기의 경우 보험료를 상승시켜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 피해를 준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로 인한 연간 누수액이 3조4000억원(2010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사법 당국과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급증하는 보험사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조사국을 운용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역시 300여명에 달하는 SIU(보험사기조사팀)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금간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관련기관도 공조를 긴밀하고 기획조사를 더 강화하는 있다"며 "지난해 구축한 '보험사기방지센터(insucop.fss.or.kr)'에서 보험사기 유형 및 대응요령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고, 보험사기로 의심될 경우 '보험범죄신고센터(전화 1332)'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경찰 역시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사기 등 교통범죄가 날로 지능화·조직화됨에 따라 서울시내 4개 경찰서에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해 운용하고 있다.

전문간들은 급증하는 보험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보험사기의 경우 형법상 일반 사기죄로 분류돼 처리되고 있는데 초범일 경우 대부분 기소유예로 그치거나 처벌이 경미한 수준"이라며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보험사기의 경우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 보기 때문에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개정된 법률에는 보험사기의 유형과 범죄행태 등을 세세하게 분류해 놓고, 단순 사기죄보다 높은 처벌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이나 보험사들에게 한정된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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