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중 변호사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칼럼

건강한 가족 공동체란 어떤 것일까?

/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강신중 변호사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이번 여름에 피서를 위해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원제, 만비키 가족)’을 보면서,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영화 도입부에 부자(父子)가 함께 마트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장면에서 의문과 충격을 던져주지만 이내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하층민 가족은 좀도둑질이 일상화된 것만 제외하면 번듯한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학대 아동이 이 가족 내로 들어오면서 미스테리한 가족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고독한 사연을 안고 있고,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유사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생활하면서도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었지만 끝내는 가족의 정체가 사회에 폭로되면서 강제로 해체되는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

감독은 이미 사망한 사람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금을 수령한 일본의 실화를 모티브로 이 영화를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가족이란 혈연으로 이어진 운명이 아니라 우연한 선택으로 결속된 집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족의 범주와 의미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친부모에 의해 학대를 경험하고 유기된 어린 소녀를 대하는 가족의 모습은 모성애는 선천적이라는 명제를 비틀고 있다. 소녀에게 친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대신 치유해주고 친딸처럼 아끼는 가족들의 모습은, 우리가 추구하는 이른바 ‘정상가족’이 편협한 가족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결혼으로 이루어진 부모와 자녀, 즉 핵가족을 이상적 가족의 형태로 보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혈연주의적 배타성을 보이는 동시에 계급적 차별화와 재생산 기제로 작동해 왔다. ‘정상가족’이란 부모가 모두 존재하고 아들 딸의 비례가 맞는 특정유형의 가족을 의미하며, 이러한 유형에서 벗어난 소위 ‘결손가족’과 그 자녀들은 ‘비정상’으로 간주하며 차별하고 소외시켜 왔다.

따라서 가족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혈연중심의 가족 개념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미국의 사회사업협회는 “가족은 스스로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전형적인 가족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로 광의의 가족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모하였듯이 21세기 정보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열린 가족개념이 필요하다. 기러기 가족, 노인가족, 이혼 및 재혼 가족, 미혼부모가족, 독신가족 등이 ‘결손가족’이 아닌 다양한 가족형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우리가 훔친 것은 함께 한 시간이었다”라는 이 영화의 헤드 카피처럼 우리 사회의 가족은 가족구성원들끼리 마주 앉을 시간이 소중한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녀는 학교에서 돌아와 사교육을 받기 위해 여러 학원을 전전해야 되며, 한국남성이 집에서 자녀와 함께 보낸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한국인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서 10년 전보다 후퇴한 유일한 항목은 ‘가족·공동체 영역’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의 시간이나 공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라고 그의 영화세계의 일관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족은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

판사로 20여년 근무하다 가정법원장으로 퇴직하였고 변호사가 되어 이혼소송과 소년재판을 접하면서 고도로 분화되고 빠르게 변모하는 현대사회이지만 가족은 여전히 삶의 안식과 의지처가 되며 건강한 가족관계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다양한 가족형태들이 서로 존중되며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구조와 긍정적 의사소통, 고마움과 사랑, 동질적 공감대 형성과 시간의 공유 및 가족의 결속력 등이 건강한 가족의 지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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