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신이 아니다. 사람은 전지(全知)도, 전능(全能)도, 전선(全善)도 아니다.
사람은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잘못을 범한다. “한번 실수 그 자체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수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오히려 그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라는 말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사면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있다. 광복절 특별사면에 김현철씨를 포함시키려는 정치권 일각의 구상이 여론이라는 체에 걸러지지 않고 오히려 반발을 증폭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사면이라는 것은 사법적인 판단과 집행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될 때, 또는 초(超)사법적인 환경과 필요가 생길때 국정의 최고 통치자가 단행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이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면서, 동시에 대통령의 진진한 세계관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면대상은 통치의 큰 틀 안에서 객관적으로 선정되어야 한다. 김현철씨에 대한 사면문제가 여론의 저항에 부딪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김현철씨 사면 문제의 핵심은 김현철씨 본인의 문제다.
김현철씨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실체도 모호한 권력의 자리를 이용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국정을 농락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대통령 재임기간 중 그가 행한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통회(痛悔)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용서를 받으려면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순리다. 그래서 “용서는 자기 스스로 먼저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더구나 김현철씨는 사면이 되면 내년 총선에 부산이나 거제쪽에서 출마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여론이 분개하는 것도 바로 이런 대목들 때문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칩거생활로 들어가도 시원찮은 마당에 국회의사당으로까지 진출하려 들다니, 그래서 국민은 김현철씨를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김현철씨를 사면해야 할 때가 아니다.
김씨의 사면은 누구보다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스스로 국민앞에 통회하고 국민과 국가에 누를 끼친 점을 진정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것이 세상사는 이치요, 세상을 덜 추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은 김현철씨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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