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독자권익위원회
배미경 호남대 초빙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매일신문 유감

배미경 호남대 초빙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매일신문 유감
배미경(호남대 초빙교수·더킹핀 대표)
 

배미경 교수
 

김민환 교수의 ‘한국언론史’를 다시 들췄다. 매일신문에 대한 나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30여 년 전 한국언론 역사 시간에 배운 기억을 떠올리면 매일신문은 언론에 대한 단속이 심했던 이승만 자유당 정권 시절 정론직필의 기개를 지닌 지역신문이다. 서슬 파란 자유당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경북도당 간부가 지휘하는 괴한들이 대구매일신문을 습격하여 일주일간 신문을 정상 발행하지 못할 정도였고, 중고등학교 학생을 가두행렬이나 고관의 출영에 동원하는 것을 비판한 사설을 실었다는 이유로 주필이 구속도 됐다. 그렇기에 최근 매일신문의 5·18민주화운동을 희화화한 만평 게재와 논란에 대한 대응 태도를 보면서 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매일신문은 지난 19일 자 매일희평에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라는 제목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원들의 곤봉 진압에 무참히 당하는 광주시민을 연상하게 하는 만평을 게재했다. 만평은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 등의 보유세를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 폭력과 학살을 자행했던 공수부대원에 비유했고, 9억 초과 1주택자를 무고한 광주시민에 빗댔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현장 사진의 한 장면을 고스란히 만평 소재로 옮겨 와 국가폭력의 살아있는 피해자인 광주시민들에게는 충격파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매일신문은 이번 만평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으로 언론의 사명을 다한 일이었다고 항변하며,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된 것을 오히려 억울해하는 입장이다. 매일신문에 묻고 싶다.

첫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비유한 것이 이치에 합당한 주장이었는가? 집 한 채 갖지 못한 서민들은 오히려 종합부동산세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재산을 가졌다는 상징이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 정책의 본질은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주거의 대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경향신문 신형철의 뉘앙스가 지적한 것처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는 대한민국 전체의 3.7%, 서울의 16%가 대상이다. 서울의 84%, 전체의 96.3%는 이 세금과 관계가 없다. 무차별적으로 당한 광주시민에 빗댄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며, 그들의 주장이 누구를 위한 항변인지도 자명하다.

둘째, 무엇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사실을 적시한 것이었나? 왜 하필 정부 세금 정책의 폭력성을 비유할 대상이 정치적, 이념적으로 오랫동안 대척점에 있었던 광주였는가. 그들의 주장처럼 현재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사건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인식했다면, 적어도 그동안 5·18에 대한 논조와 태도가 달랐어야 했다. 매일신문이 기반하고 있는 대구 지역의 독자들을 구태의연한 지역주의로 자극하려는 의도가 없었는가. 다가오는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소환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진정 없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셋째, 만평으로 논란이 일자 매일신문이 보인 대응 태도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언론기업으로서 적절했는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 비판적 여론이 일자 인터넷에서 관련 만평을 내리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언론으로서 해야 할 정부 비판기능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하며, 국민 청원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그나마 여론을 생각해서 인터넷에서 내렸으니 감사하라는 뉘앙스다. 과거 국가폭력희생자를 현 정부 비판에 소환하여 두 번 죽이는 잔인함을 언론이란 이름으로 서슴지 않았다. 언론의 사명을 내세워 언론폭력을 자행하는 것을 마치 언론의 위신을 지키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사회적 소수자, 젠더, 다양성 등 시대 감성이 변하고 있지만, 감수성 지진아로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진정한 반성을 담은 사과문을 내지 않고 입장문을 낸 것으로 사측의 ‘가오’는 살렸을지 모르겠으나 ‘대의명분’은 이미 그들의 곁을 떠난 것 같다.

역사학자 E.H.Carr는 “역사란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들의 지속적 상호작용의 과정이자,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적어도 70년 전 자유당 독재에 비판의 날을 세운 명예로운 지역 일간신문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불명예를 이제는 추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명예로운 역사와의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진심 어린 사과와 자성을 요청한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