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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화 광주동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광주가 미얀마에게
임성화 (광주광역시 동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임성화
 

필자가 개인적으로 코로나19라는 대재앙을 통해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신종’에 ‘신종’을 거듭해가며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변종 바이러스를 보며, 우리 삶이 결코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와 당신의 일상, 마을과 마을, 국가와 국가 간 생각했던 것보다 꽤 깊숙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몇 일전 가뜩이나 마스크로 답답한 우리에게 불어닥친 11년만 최악의 황사는 통상 발원되면서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올 때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낮게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미세먼지 농도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도 심각하게 높았다. 중국으로부터 황사만이 아니라 대기오염물질이 같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보이지도 않는 중국이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3월 23일에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 화물선 ‘에버그린’이 수에즈 운하 중간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른 채 좌초됐다. 세계 무역 물동량의 12%를 담당하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선박 좌초로 통행이 마비되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다. 멀찌감치 떨어진 수에즈 운하가 막혀버리자 우리동네 기름값이 상승했다. ‘나 혼자 산다’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일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수 많은 ‘우리의 연결’이라는 사실을 금방 깨닫는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가뜩이나 온 지구가 분주한 가운데 ‘연결된 이웃’, 동남아시아 미얀마가 심상치 않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자유와 민주를 외치는 시민들 사이에서 사망자는 이미 500명을 넘어섰고, 어린이 희생자도 3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싸늘하게 죽어버린 아이를 차 안에서 움켜잡고 오열하는 한 아버지, ‘애야, 애야’ 호통하듯 불러내는 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서글프다. 부른다고 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불러내는 것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무기력한 국제사회를 향한 울부짖음일까.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정권 탈취에 이성을 잃은 전두환을 포함한 신군부는 자유와 민주를 그토록 외쳤던 광주시민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을 자행했다. 당시 광주 또한 군부의 강압적 봉쇄 조치로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외국 언론 등 국외 민주화 지지자들의 노력과 관심 덕분에 광주의 참상과 진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광주는 함께해주셨던 그분들께 빚을 졌고, 그로부터 41년이 흘렀다.

‘2021년 4월 미얀마’, 총과 탱크로 무장한 군경에 용감하게 맞선 미얀마 젊은이들은 “민주주의를 달라!” 외치며 죽을 각오로 거리로 나서고 있다. 유서를 쓰고, 팔에 연락처와 혈액형을 적고 시위 현장에 나가고 있다. 3월 11일 양곤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친민뚜라는 25세 청년은 시위에 나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아내에게 “내가 오늘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되찾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아내와 뱃속에 있는 아기, 그리고 세 살배기 아이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세계 곳곳에서는 목숨을 바쳐 싸우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는 나라들이 아직도 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면서 사무실이나 직장에 출근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불복종 운동을 하다가 수입이 끊기거나 줄어든 이들을 한국 시민사회가 모금 등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UN 총회에서 세 손가락 경례와 함께 군정 반대 연설을 한 쩌모툰 미얀마 UN 대사는 공식 인터뷰에서 지난 11월 8일에 실시된 총선에서 미얀마 국민에게 선출된 의회 의원들로 구성된 미얀마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를 공식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민국은 앞장서서 CRPH를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계엄군과 맞섰던 광주 시민군들이 무엇을 염원했는지 안다. 미얀마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민주주의와 평화’, 1980년 광주가 2021년에도 여전히 그들에게 희망의 모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연결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죽어가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Stop killing us!”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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