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둘러보기
'존재의 이유 탐색'...예술가의 새로운 작업을 한자리에
(8)광주극장·광주문화재단 미디어 333
국내 유일 단관극장서 비엔날레 주제전
설치영상·사진 등 통해 인간 탐구
즉흥+힙합 활용해 사회 폭력에 저항
미디어 333서 GB파빌리온- 타렉 아투이
사운드로 만나는 한국 전통적 미학
매주 토요일 라이브 퍼포먼스 펼쳐져

조피아 리데트 作‘감정과 상상의 세계’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곳곳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주변 전시장 가운데 이색 전시장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광주극장’이다. 광주극장은 1935년 건립된 문화예술공간으로 8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국내 유일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에서도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자주적 이미지의 세계들’이라는 소주제로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와 주디 라둘(Judy Radul), 조피아 리데트(Zofia Rydet)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피아 리데트 作‘감정과 상상의 세계’

광주극장 2층에 올라가면 역사관 벽면을 따라 설치된 조피아 리데트의 ‘감정과 상상의 세계’ 연작이 눈에 들어온다. 1911년생인 작가의 젊은 시절은 전쟁으로 얼룩진 중동부 유럽의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재된 제약을 그려냈다.

작가의 흑백사진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 담겨있다. 리데트는 사진의 기억을 담는 능력이 인간의 존재뿐만 아니라 가치도 보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나 사회주의적 생활방식에서 벗어난 이들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

또한 작업 중 유일하게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아닌 ‘감정과 상상의 세계’의 일부 작품은 다다와 초현실주의 양식을 연상시키는 포토 몽타주를 통해 인간 조건의 존재론적 측면을 이야기 한다. 이 시리즈는 ‘마네킹’ ‘유령’ ‘위협’ 등 15가지 주제로 정리됐으며, 종말 이후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략 100개의 이미지로 구성됐다.

주디 라둘 作 ‘우리를 둘러싼 세계보다 따뜻한’

리데트의 작품이 끝나면 열화상 카메라 비디오와 라이브 모니터링 프로젝션 작품인 주디 라둘(Judy Radul)의 ‘우리를 둘러싼 세계보다 따뜻한’을 만나볼 수 있다.

주디 라둘의 작업은 시각의 위계, 세계의 물리적 힘으로서의 영화, 그리고 진실, 증거, 사회적 안무의 체제들과 행위자로서의 카메라 눈을 탐구한다. 반영, 중복, 굴절을 통해 작가는 감독하고, 유기적이고 기계적인 철저한 시각이 어떻게 인간 행동을 개조하는지 탐구한다.

호기심, 자기애, 불편함과 같은 심리학적이고 현상학적인 미디어 효과들이 주디 라둘의 여러 퍼포먼스와 작용하며 전시공간의 분위기와 관객 경험을 고조시킨다. 작가는 광주극장에서 거문고 연주자이자 거문고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전자적으로 실험하는 황진아와 장구와 징을 비롯한 한국 전통 타악기 연주자인 김한나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함으로써 시지각 개념과 기술적,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이미지를 탐구한다. 실시간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은 예술가와 음악가들의 밀접한 협업의 결과로, 소리의 물리적 기원과 현을 당기고 타악기를 두드리는 행위, 신체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작업은 음악의 역인과성을 시각화하기 위해 음의 진동, 음질, 음색의 구성력으로부터 악기와 그 물질성의 ‘생산’을 이끌어낸다.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 作 ‘선조들과 함께 나아가기: 인생의 낮’

이어지는 작품은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이다. 이는 개척민 사회의 폭력에 저항하는 자주권의 형태들을 창안하고자 유독성에 맞서 즉흥성과 힙합 음악을 활용한 이들 특유의 영화 미학을 구현해 보인다.

광주극장에서 선보이는 카라빙 필름 콜렉티브의 근작 5채널 영상 설치작품 ‘선조들과 함께 나아가기: 인생의 낮’은 공동체의 평범한 하루를 다섯 개의 장(아침식사·놀이시간·점심달리기·칵테일시간·테이크아웃 저녁)으로 전개한다. 다른 방식으로 저항적인 일상 속에서 구성원들은 외부 영향으로 꾸준히 방해를 받는데, 이에 곁들인 힙합 음악이 날카로운 풍자적 층위를 더한다.
 

광주문화재단 빛고을 아트스페이스 미디어333에서는 ‘GB파빌리온’ 타렉 아투이의 ‘엘레멘탈 세트’를 만나볼 수 있다.

광주 공원 인근에서도 또다른 비엔날레 전시 작품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광주극장에서 관람을 마친 후 5분 정도 걷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광주문화재단 빛고을 아트스페이스 미디어 333에서는 ‘GB파빌리온’ 작품 타렉 아투이의 ‘엘레멘탈 세트’를 만날 수 있다.

사운드 아트를 전방위로 탐구한 타렉 아투이는 2019년 광주를 방문한 이래 전통악기·옹기·청자·한지 등 한국의 전통적 미학을 담은 작업을 진행했다.

이곳 전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장구 및 북 등 작가가 새롭게 제작한 다양한 타악기들을 직접 연주해 볼 수 있으며, 제작 과정을 담은 동영상 또한 볼 수 있다.

‘작업실’ 형태로 꾸며진 전시장에서 그는 협업자들과 다채로운 연구와 실험을 이어간다. 매주 토요일마다 라이브 퍼포먼스가 펼쳐지는데, 24일에는 서인석이 5월 1일은 윤수희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고 하니 관람객들에게는 꿀팁이다. 참가자는 예약제로 모집하며 모든 퍼포먼스는 (재)광주비엔날레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관람할 수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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