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북스-인류세
▶인류세
김용진·박범순 옮김/교유서가

인류가 자초한 재앙을 막을 최후의 보루는
인간활동으로 생물 멸종 위기 초래
새 지질시대 대비 ‘인류세’ 제안
인간·자연 관계 새롭게 정립 필요
‘두번째 코페르니쿠스 혁명’
열띤 논쟁과 그 배경 살펴봐

“창세기의 이야기와는 달리 이 새로운 기원 이야기 안에서 인간은 딱히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지는 않았다. 변화하고 있는 행성인 지구 속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방향성 없이 진화해가는 하나의 종에 불과했다.”(p25)

“인간이 불을 사용한 것도 거대동물의 멸종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다. 건조한 지역에서 인간이 불을 사용하다가 의도치 않게 빈번히 대규모 화재를 냈고, 그 결과 자연 서식지가 변모되었던 것이다.”(p119)

인간은 그간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불, 사냥, 농업으로 시작된 인간의 활동은 기후변화, 대규모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생물 대멸종이라는 변화를 초래해왔다. 이러한 변화들의 지질학적 기록은 암석에 새겨져왔고, 그 결과 새로운 지질시대, 즉 인류세를 정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지질학계를 넘어서까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인간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있음에도, 인류세를 둘러싸고는 여러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인류세는 단순히 지질학적인 차원의 논의가 아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빠르게 부상중이기 때문이다.

책은 현재 과학계에서 인간과 물질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인류세’에 관해 간략하고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입문서이다. 저자 얼 C. 엘리스는 인류세실무단의 위원이자 생태학자로, 인류세가 왜 그토록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 인간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의 상관관계를 지질학적·생태학적·고고학적·철학적 차원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인류세에 관한 폭넓은 질문을 제기한다.

인류세는 이 순간에도 진화중인 패러다임으로서, 기존 과학을 재정립하고 인류애를 고취시키며 인간에 의해 변화된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탐구하고 삶의 정치를 강조한다. 책은 지구의 풍경을 그리는 데 있어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주며, 인류세가 우리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다방면으로 돌아본다.

아울러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에 소속된 역자들은 전문성을 살려 과학적 지식의 이해를 돕는 적확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저자 엘리스는 인류세의 시작점으로, 핵실험이 최초로 실시된 1950년대, 농업의 출발점, 혹은 인류의 탄생 시기 등 봐야 하는지를 물으면서,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비인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다.

책은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식적이고 주도적으로 더 나은 인간의 시대를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부여한다.

1장 ‘기원들’에서는 인류세라는 용어를 둘러싼 분분한 의견과, 인류세가 세계적인 학술 토론의 발화점이자 대중적 현상이 된 이유를 알아보기 인간 기원의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본다. 2장 ‘지구 시스템’에서는 왜 수많은 생물종 가운데 인간만이 지구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가에 답하기 위해 시스템으로서의 지구를 살펴본다.

3장 ‘지질시대’에서는 인류세를 지질시대로 정의할 때 부딪치는 난관을 이해하기 위해 지질시대를 구성할 때 사용하는 과학적 방법을 알아본다. 4장 ‘거대한 가속’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활동으로 지구 시스템이 급속하게 변했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거대한 가속이 탄생한 배경을 짚어본다. 5장 ‘안트로포스’에서는 인류가 지구환경을 변화시킬 정도로 진화하게 된 경위를 밝힌다.

6장 ‘오이코스’에서는 생태학을 통해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둔다. 7장 ‘폴리티코스’에서는 인간 사회가 하나의 지구적 힘으로 작용하여 인간 자신과 비인간 자연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상황에서 인간의 시대가 무엇이며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 묻는다. 8장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자연 안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이며, 인간을 제외한 지구의 나머지 부분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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