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1조5천억 투자 경도…여수사회 왜 반발하나
주민들 “‘런던아이’ 대관람차 폐기 등 수익만 좇아”
경도CC 미래에셋 측 인수 후 골프비 대폭인상 비판
미래에셋 “본질 벗어나지 않게 차근차근 추진할 것”

27일 전남 여수시청 앞에서 열린 여수 경도 생활형숙박시설 건축 반대 범시민사회단체 출범식/장봉현 기자

미래에셋이 전남 여수 경도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해양 관광단지 건립을 내걸고 1조 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섰으나 장작 지역시민단체가 숙박시설에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며 사업이 삐걱거리고 있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여수 지역사회 왜 반발하나

여수시민사회단체와 여수시의회 등 지역사회에서는 사업자인 미래에셋이 당초 약속했던 관광개발은 뒷전이고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과 골프장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수익성만 우선시하고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26개 시민사회단체는 ‘경도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반대 범시민사회단체 추진위’를 구성하고 감사청구와 국민청원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전남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소시엄은 지난 2017년 이낙연 당시 전남도지사와 2029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호텔과 워터파크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 관광단지’를 건설하겠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전남개발공사가 운영하던 경도 관광단지 시설물 등을 인수해 6성급 리조트 호텔, 테마파크, 쇼핑몰, 워터파크 및 콘도, 요트마리나, 페이웨이 빌라, 마리나, 영국의 대관람차인 ‘런던아이’ 해상케이블카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조성키로 했다. 싱가폴 센토사섬을 롤모델로 삼았다.

이 같은 계획에 전남도와 여수시 등 지역에서는 원할한 사업 추진을 위해 신월동과 경도를 잇는 연륙교 개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52㎞ 길이의 경도지구 진입도로 사업비는 1천156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을 예산으로 지원하면서 특혜논란도 일었다.

그런데 미래에셋 측은 1단계 사업으로 경도 일원 6만5천㎡ 부지에 7천500억원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4∼29층 규모의 11개 동(1천184실)의 레지던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레지던스가 들어설 부지는 경도 진입하는 연륙교 바로 부근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여수시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해양관광단지 개발보다는 숙박시설 위주 개발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초 계획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했다. 여수에 난립하는 레지던스를 추가로 건립하면서 지가 상승에 따른 차익과 부동산 개발 이익을 노린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 3월 여수시의회 임시회 시정 질의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한 송하진 의원은 “애초 아시아 최고의 해양관광단지라는 목적에 부합하게 요트나 크루즈 등이 접안할 수 마리나시설을 지어야 함에도 계획을 변경해 그 자리에 레지던스를 짓겠다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결국 경도는 테마형 유원지보다는 숙박시설 위주 개발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경도개발은 당초 목적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여수시민들의 안방을 내주고 그저 남의 잔치 구경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고, 거대 자본의 장난질에 따라 개발계획이 뒤죽박죽되고 마구잡이식 개발로 추진돼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여론이 급격히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미래에셋 측이 전남개발공사가 운영하던 경도CC를 인수, 2019년부터 운영하면서 이용료를 대폭 인상한 것도 한몫했다.

경도CC는 지난해 4인기준 8만원 받던 카트비를 12만원으로 인상한데 이어 그린피도 주말 1인당 25만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주말에 경도에서 골프를 즐기려면 1인당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까지 31만2천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 측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수산단의 한 대기업 임원은 “예전에는 경도CC에 자주 갔었지만 요즘은 법인카드를 쓰라고 해도 이용료가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지방에 거주하면서 가장 큰 메리트는 수도권에 비해 저렴한 물가인데, 미래에셋이 너무 돈벌이에 급급해 크게 착각하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여수 경도지구 타워형 레지던스 조감도/전남도 제공

◇미래에셋 “본질 훼손하지 않고 차근차근 추진할 것”

지역사회의 우려와 달리 미래에셋 측은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일정대로 차근차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레지던스의 경우 당초 개발계획에 포함돼 있었고, 롤모델로 삼은 싱가폴 센토사 섬에도 레지던스 숙박시설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현재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되는 레지던스 건립 부지인 관광시설 중심지에 경호초등학교가 있어 공사를 진행할 경우 소음과 먼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학교 부지를 이전한 뒤 호텔을 설립하고, 3만평 규모의 해수풀 등 해양 친수공간도 5월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해양 친수공간에는 보트, 카약,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9만9천200여 m2(3만평) 규모의 해수풀과 야외 공연장, 1.5km의 해변산책로를 조성키로 했다. 기존 마을인근에는 근린공원 2곳도 설치한다.

관광 중심부에 들어설 워터파크와 인공해수욕장, 엔터테인먼트센터, 상업시설, 해상케이블카 등도 2022년도에 인허가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공사에 착공해 2024년 말까지 설치를 완료하고 개장하겠다고 밝혔다.

실내외 워터파트는 2만1천여m2(6천300여평)규모로 영종도 파라다이스와 유사한 가든스파 개념으로 꾸며진다. 800m의 인공해변, 200여m의 인공해수욕장, VR AR을 접목한 게임과 일루미네이션을 활용한 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지역사회에서 문제 삼고 있는 마리나 시설과 해상케이블카 조성 계획도 밝혔다.

기존 마리나 시설 조성 위치는 일반 항로와 인접한데다 수심이 낮아 부적합해 위치를 변경하는 것으로 초기에는 요트 30대 정도를 정박할 수 있는 규모지만 점진적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케이블카는 1.5km 길이로 계획하고 있는데 노선과 정류장 위치 등 여수시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 같은 계획을 차근차근 밟아 경도 진입로인 연륙교 완공 시점인 2024년 12월 그랜드오픈을 계획하고 있다”며 “관광테마시설이 완공돼 운영이 시작되는 2025년 이후에는 연간 385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여러 오해의 측면이 있지만 싱가폴 센토사 섬에도 레지던스가 있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경도해양관광단지를 잘 개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 쏟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최근 열린 전남도의회 제35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강정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여수6)의 ‘경도 개발 관련 거버넌스 협의체 구성’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경도 개발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돼야한다”며 “그런데 문제가 있을 때는 컨트롤해야겠지만 너무 관여하면 관치 개발이 돼 지장을 줄수도 있다”고 답했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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