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남은 ‘전남 어업 분쟁’…상생·화합 우선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
진도-해남 대법원까지
전남-경남 갈등 해소 위한
지역현안 공동 대응 ‘관심’

전남 해남과 진도 해상 경계에 있는 마로해역(만호해역) 어업권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마로해역 김 양식장 모습./진도군 제공

전남에서 펼쳐지고 있는 ‘어업분쟁’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수 십년째 갈등을 이어온 만큼 단순히 법원 판결로 인한 갈등 봉합까지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업구역의 경계를 두고 10년째 이어온 전남 - 경남의 분쟁은 ‘전남의 승소’로 마침표를 찍었다. ‘40년 분쟁 ’김 양식 어업권을 놓고 분쟁을 이어온 진도 - 해남 간 기나긴 싸움도 법원이 진도군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패소한 해당 지역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면서 앙금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패소 지역에서는 여전히 법을 넘어서 예전처럼 자율적으로 어로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동안의 갈등을 놓고 보면 승소한 지역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역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마로해역’…여전히 긴장모드

진도군과 해남군 사이에는 1천 370㏊의 전국 최대 규모 김 양식어장인 ‘마로해역’이 있다. 어업 행사권을 놓고 벌어진 두 지자체 어민들간 분쟁은 지난 1980년초부터 시작됐다.

해남군 어민들이 마로해역의 진도 바다로 넘어가 김 양식을 하며 높은 소득을 올리자 진도군 어민들도 경쟁적으로 김 양식에 뛰어들면서 분쟁이 일었다. 결국 2011년 법원의 조정으로 마로해역 김 양식장 1천 370㏊에 대해 해남군이 2020년까지 양식장 권리를 행사하고, 진도군에는 그 대가로 같은 크기인 1천 370㏊의 양식장을 신규 개발해 주기로 합의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해 6월 7일을 기점으로 10년간의 조건부 합의기한이 만료됐다.

진도군 수협은 기간 종료를 앞두고 어업행사권 종료 통보와 함께 해남군측에 어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해남지역 어민들은 양식을 계속할 수 있도록 어업권 행사계약 절차 이행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조정을 위한 변론이 계속되는 과정에서도 양측 어민들은 지난해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고 해상에서 충돌하는 등 대립을 이어왔다.

그 결과는 지난달 나왔다. 황금어장을 놓고 벌어진 마로해역 진도·해남군 간 갈등에 대해 법원이 진도군의 손을 들었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민사부는 마로해역 행사계약절차 이행과 어장 인도 청구 소송에서 해남군은 진도군에 어장을 인도하고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김 양식을 위해 마로해역 면허지를 영구적으로 해남군이 사용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지난 2011년 법원 조정 당시 해남 어민들이 마로해역에 대해 한시적인 면허기간을 연장 받은 것으로 영구적인 사용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해남군수협 측은 “이번 판결이 사실관계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며 “항소심을 통해 이러한 내용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남군이 향후 어민들의 민사소송을 지원하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반복되는 분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어서 긴장감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대법 판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는 양 측의 합의로 갈등은 조금씩 가라앉는 분위기”라며 “또 다시 충돌할 우려가 있는 만큼 해결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왼쪽 여섯 번째)와 김경수 전상남도지사(왼쪽 일곱번째)가 지난 2월26일 오전 여수세계박람회장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년 COP28 유치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양 지역 시장ㆍ군수들과 전남ㆍ경남 남해안 남중권 공동개최 결의 및 지정촉구 건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10년 분쟁 마침표…협업강화로 돌파구

전남과 경남의 해상경계 분쟁은 2011년 7∼10월 남해군 소치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경남 어업인들이 전남해역 조업구역 침범 혐의로 여수시·여수해경에 단속돼 행정처분과 벌금에 처해지면서 시작됐다.

이들 어업인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으나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2015년 6월 대법원도 ‘국토지리정보원이 1973년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가 도 경계’라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경남도와 남해군은 그해 12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 지난달 24일 조업구역의 경계를 두고 10년째 이어온 전남 - 경남의 분쟁이 ‘전남의 승소’로 마침표를 찍었다.

헌법재판소는 ‘전남 - 경남 간의 해상경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서 경남도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가 결정한 전남과 경남 간 해상경계는 지난 1918년 간행된 지형도를 반영한 것으로,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이래 70년 이상 행정 경계로 삼아왔다.

전남도는 기존 소송대리인 외에 유수의 법무법인을 추가로 선임하고, 국회의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사회단체, 어업인 등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하고 릴레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권한쟁의심판에 대응했다.

하지만 경남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남았다. 경남전남해상경계대책위는 헌재의 이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면서 대책위를 소집해 사후대책을 협의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경남과 화합과 상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남과 경남은 공동으로 추진하는 주요 현안들이 있다. ‘COP28 남해안 남중권 공동 개최’를 비롯한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 등을 위한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과 경남이 그동안의 갈등을 뒤로하고 화합과 상생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초석이 다져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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