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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4) 천하명당(天下明堂)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4) 천하명당(天下明堂)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4) 천하명당(天下明堂)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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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이윽고 밤이 되었다. 중국인은 김씨가 깊이 잠든 줄 알고 여느 때처럼 슬그머니 일어나 방을 나갔다. 뒤이어 김씨도 일어나 조심조심 중국인의 뒤를 밟았다. 중국인은 마을 앞을 빠져나가 뒷산 맷돌바위가 있는 산언덕으로 가더니 어느 한곳을 바라보고 섰다. 김씨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침 밝은 달이 하늘 중천에 떠올라 있어서 겨울바람은 몹시도 차갑고 시렸으나 대강 사물은 파악할 수가 있었다.

중국인이 호주머니 속에서 김씨가 건네 준 달걀을 꺼냈다. 그리고는 흙을 파더니 그곳에 달걀을 묻는 것이었다. 달걀을 묻은 중국인은 그 자리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낌새였다. 김씨도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자리에 몸을 숨긴 채 정신을 집중하고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세 시간여쯤 흘렀을까? 서쪽 하늘로 중천에 뜬 차가운 달도 기울어 넘어가고 온몸이 얼어붙은 듯 오슬오슬 떨려왔다. 도대체 중국인이 저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싶은 생각이 수차례 들고 추위에 지쳐가던 터였는데, 순간 중국인이 달걀을 묻었던 땅속에서 갑자기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구름처럼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기이한 일이 눈앞에 벌어지자 김씨는 자신고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두 눈을 의심하며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도대체 저게 무슨 기이한 조화란 말인가? 잠시 후 연기가 콸콸 기다랗게 솟아오르던 땅 속에서 순간 커다란 수탉이 ‘꼬끼오!’ 하고 울며 홰를 치며 나오는 것이었다. ‘허억! 이럴 수가!’ 도무지 예상치 못한 기이한 일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김씨는 저게 사실인가 싶어 그만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호오! 여기가 과연 천하명당(天下明堂)이로구나!”

그것을 지켜보고 서있는 중국인이 순간 제 무릎을 치고 기뻐하며 크게 혼잣소리를 했다. 그리고는 돌아가려고 일어섰다. 엿보고 있던 김씨는 그제야 혼몽한 정신을 가까스로 가다듬고 슬그머니 몸을 빼고 그 자리를 얼른 빠져 나왔다. 방에 들어온 김씨는 자는 체하고 누워있었다. 잠시 후 중국인이 돌아와 자리에 눕는 것이었다.

다음날 중국인은 아침을 먹더니 서둘러 중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꾸렸다. 김씨에게 그간의 숙박료를 두둑이 치른 중국인은 석 달 후에 다시 오겠다며 영산강 포구를 향해 길을 떠났다. 영산강 포구에서 배를 타고 목포 앞 바다로 빠져나가 서해를 건너 중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떠나는 중국인을 배웅하며 김씨는 석 달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어젯밤 중국인이 달걀을 묻었던 그 자리로 가보았다.

‘음……이곳이 천하명당이라!’

속으로 깊은 생각에 잠긴 김씨는 그 즉시 서둘러 날을 잡아 걸게 음식을 마련해 부모 제사를 극진히 지내고 좋은 날을 받아 자기 부모 유골을 파와 그 자리에 묘를 새로 옮겨 썼다. <계속>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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