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애벌레도 사는 지역·출현시기 따라 색상 달라
뱀사골·입암산성 애벌레 비교하면 입증
탈피과정서 확연히 다르게 변화 ‘혼선 가중’
번데기서 일주일만에 멋진 성충으로 우화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5> 검은띠애나방

사진-1 나도밤나무 (2015년 10월 4일, 불갑사)
사진-2 검은띠애나방애벌레(2017년 6월 10일, 뱀사골)
사진-3 검은띠애나방 애벌레(2018년 7월 17일, 동천동)
사진-4 검은띠애나방 번데기(2017년 6월 13일)
사진-5검은띠애나방 번데기(2017년 6월 14일)
사진-6 검은띠애나방 (2018년 7월 26일, 동천동)

나방 애벌레를 관찰하다보면 색상이 확연히 다른 녀석들이 있다. 탈피를 하면서 다르게 변하는 경우도 있으나 처음부터 햇갈리게 하니 참으로 난감하다. 지리산 북쪽 기슭에 위치한 뱀사골 계곡은 토끼봉과 삼도봉 사이의 화개재에서 남원시 산내면 반선에 이르며 수많은 비경과 함께 다양한 생태를 보여주는 소중한 곳이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여러 종의 애벌레를 만날 수 있으니 더욱 자주 가게 되나 보다.

2017년 6월 10일, 여름으로 접어들어 제법 더위를 느꼈지만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들어도 시원하다. 평상시 보이던 녀석들은 여전히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얼마쯤 가다보니 처음 보는 녀석이 눈에 확 들어온다. 검은색 바탕에 노란 띠무늬가 일정하게 등을 따라 꼬리부분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애벌레를 발견한 것이다. 몇 컷을 날리고 잽싸게 샬레에 담았다. 나뭇잎을 보니 나도밤나무다.

나도밤나무의 유래는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겨울눈은 맨눈이며 갈색의 누운 털로 덮여 있는데 9~10월에 빨갛게 익는 열매가 다소 성기게 달린다. 열매를 보면 ‘이게 왠 밤나무?’ 라 할지도 모른다. 잎 모양이 밤나무와 닮은 특징에서 국명이 유래했다면 조금은 이해하기가 편할 것이다. 밤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고 나도밤나무는 나도밤나무과니 분류학적으로 다름을 알수 있다.

충분한 먹이도 함께 챙겨 집에서 사육을 시작했다. 가까운 증심사 편백숲에 나도밤나무와 같은 속인 합다리나무가 많아 먹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사육하면서 제일 큰 어려움이 싱싱한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다. 냉장고 야채박스 한칸을 특별히 허락받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말라 삐뚤어지기 일쑤다. 소중한 생명인데 결코 함부로 다룰 수가 없다. 이틀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잎 위로 올라와 거의 움직임이 없이 가만히 있다. 번데기가 되려는 듯 하다.

2017년 6월 13일 오후 4시경, 드디어 실을 뽑아 번데기가 되었다. 희미하게 보이던 녀석이 다음 날이 되니 누런 고치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참 신기하다. 이제 언제 어떤 녀석이 나올지 지켜보면 된다. 무사히 우화한다면 녀석의 이름을 붙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번데기가 된지 7일만인 6월 21일 멋진 녀석이 우화했다. 가지고 있는 도감을 뒤지며 찾아 보았지만 도저히 이름표를 붙일수가 없다. 출간된 도감에는 수록이 되어 있질 않으니 말이다. ‘한국 나방 도감’ 저자인 다초리 김상수님의 도움으로 검은띠애기밤나방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얼마전 검은띠애나방으로 바뀌었지만.

2018년 7월 17일, 장성 남창골 입암산성에서 무늬는 비슷한데 색상이 판이하게 다른 녀석을 만났다. 첫 느낌은 분명 검은띠애나방인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색상이 달라 데려와 키워보니 어른벌레는 검은띠애나방이다.

뱀사골에서 본 애벌레와 입암산성에서 본 애벌레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름을 알수 있을 것이다. 꼬리쪽 옆면에 있는 흰색의 무늬만 거의 같다. 같은 애벌레이지만 사는 지역이나 출현하는 시기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니 동정하는데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허운홍 선생께서 나방애벌레 도감 3권을 얼마전 출간 하셨다. 검은띠애나방도 물론 수록이 되어 있어 생태를 알수 있다. 순천과 광주에 거주하시면서 주로 남부지방에 관찰되는 종들을 소개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더 열심히 찾아 다닐 것을 다짐한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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