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유치, 광주 스포츠산업 생태계 구축의 기회로
배미경 (호남대학교 초빙교수·더킹핀 대표이사)

광주가 V-리그 여자배구단 연고지 유치에 성공, 지난 13일 이용섭 시장과 매튜장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연고지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로써 광주는 프로야구(기아타이거즈), 프로축구(광주FC)에 이어 프로배구(광주 페퍼)를 추가함으로써 우리나라 3대 프로스포츠구단을 보유한 도시가 되었다. 국제스포츠분야에서 10년 이상 업을 일군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한다.

개인적으로는 텔레비전 중계로만 보던 김연경 선수의 활약을 광주에서 직관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렌다. 프로야구 시즌이 마무리되면,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없었던 광주 시민들에게 새로운 스포츠 여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국내외 스포츠 연구에 의하면 스포츠구단의 지역연고지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첫째는 도시마케팅 효과다. 국내외의 잠재적인 투자자, 관광객에게 도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여 도시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단이 연고 도시명과 모기업의 명칭을 함께 구단명으로 사용하는 이유다. 둘째는 지역관광 효과다. 관람 스포츠는 팬들을 도시로 유입시키고, 지역 내에서 먹고, 마시고, 숙박하는 활동을 유발해 소상공인들의 소득증대를 가져온다. 셋째는 스포츠 레저 향유권 제공이다. 지역민들에게 배구 종목에 대한 접촉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포츠 종목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장 건설과 운영 등을 통해 파생되는 지역 내 고용 창출효과다.

광주는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스포츠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여기에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를 하나 더 추가했으니, 이제는 광주의 실익을 챙길 때다. 광주는 이번 여자배구단 연고지 유치를 지속 가능한 광주의 스포츠산업 생태계 구축의 전환점이자, 기존 스포츠산업 자원과 연결고리로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 차세대 스포츠로 주목받고 있는 e스포츠 아레나도 광주스포츠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축으로 포함해야 한다. e스포츠 아레나가 전국적으로 광주, 대전, 부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기 때문에 그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서 스포츠산업의 게임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스포츠산업은 스포츠 시설업, 용품업, 서비스업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시설업은 시설운영과 건설, 용품업은 제조와 유통, 서비스업은 스포츠구단, 스포츠 행정, 선수, 코치, 스포츠 미디어,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홍보 등 다양하다. 구단을 중심으로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기반의 스포츠직업군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광주가 주력으로 육성해야 할 스포츠산업 분야를 먼저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그 분야의 인력을 키워서 관련 산업 분야에 공급하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스포츠산업 지원책도 만들어서 스포츠 기업들이 광주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것도 필요하다.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팀의 연고지는 경북 김천시가 있다. 인구 14만의 경상북도 내륙에 있는 자그마한 도시다. 김천시는 10여 년 전부터 스포츠산업 도시의 가치에 주목했다. 종합스포츠타운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개최하는 중·대규모의 스포츠대회와 종목별 전지훈련팀을 공격적으로 유치하면서 이미 국내 도시 중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스포츠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만 해도 수영, 테니스, 탁구 등 66개의 국제 및 전국대회와 157개의 전지훈련 팀 유치로 연인원 33만 6천여 명이 김천시를 방문하고 337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대회나 전지훈련으로 오는 선수, 임원, 가족들이 길게는 일주일 넘게 체류하면서 숙박 · 음식업을 비롯해 주유소, 제과점, 커피점, 슈퍼마켓, 피시방, 노래방, 택시, 지역 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시설활용과 스포츠 대회를 적절히 혼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그들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개척한 도시다. 인구 규모 면에서 10배가 큰 광주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광주만의 스포츠산업모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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