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회장 출신이 해외 도피 ‘탄식’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개입 의혹, 사과문 발표에 대필 등 각종 논란
시민들 “각종 범죄 연루 실망커”-5월 단체 “자정 운동 벌이겠다”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연합뉴스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민주정신을 계승해야 할 5월 단체 회장 출신 인사가 각종 범죄 피의자로 지목되면서, 5월 단체가 나눔과 연대로 대표되는 ‘광주정신’의 가치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재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문 전 회장은 조합 출범 초기 조합 내 갈등을 무마하는 이른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조합 측으로부터 각종 사업을 따내는 등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7년 배우자 명의 업체를 설립해 지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전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이날 5월 단체 대화방에는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작성했다는 사과문이 공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 전 회장의 의사가 담겼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문 전 회장은 올해 초 ‘조직폭력배 출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1999년 폭행과 공갈·사기·협박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그의 판결문엔 ‘신양 오비(OB)파 행동대장’이라는 대목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 전 회장은 “2심 재판에서 조폭 혐의가 삭제됐다. 절대로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5월 정신을 계승을 위해 노력해야 할 5월 단체의 전 회장이 각종 범죄에 연루되자 시민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회사원 정모(34)씨는 “5월 단체에서 회장까지 지냈던 사람이 재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받고 해외도피까지 했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했다”면서 “앞으로 5월 단체가 하는 일에는 신뢰가 안 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부끄럽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냈다.

이들은 “5·18 유공자라는 명예는 무한한 도덕적 면책 특권이 아니다. 어떤 행위를 저질러도 용서받는 면죄부가 아니다”며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더라도 그것이 부도덕과 탈법, 부정과 부조리를 정당화시키는 사면장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체의 이름으로 스스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며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5·18 유공자의 품격에 걸맞은 도덕성과 사회성을 갖추겠다”라며 “내부의 엄격한 규율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5·18 유공자 단체로 다시 서겠다”라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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