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13)500 나한(羅漢)
<제6화>늙은 거지와 공양주보살 (13)500 나한(羅漢)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러나 당신들은 지금껏 그 눈을 가지고 다니면서 좋은 것을 보면 훔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고, 예쁜 여자를 보면 잡아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고, 연약한 사람들을 보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수많은 죄를 지었으니 그 눈을 뜨고 있으면 또 다른 죄를 지을 수가 있지요. 그러니 그 눈을 모두 가리시오!”

500 도적은 관세음보살의 말을 듣고는 두목의 명령에 따라 검은 천으로 자신들의 눈을 칭칭 감았다.

“자! 이제 눈을 가렸으면 그대로 나를 따라오시오.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대로 그 눈을 뜨면 아니 됩니다! 알았지요?”

“예! 관세음보살님! 지금까지 저질러온 흉악한 죄를 말끔히 씻고 새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목이 말했다. 500 도적은 자신들이 올 줄을 미리 알고 음식을 마련해 기다리고 있었던 동네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고, 또 그것을 미리 알고 일러주었다는 소가 기장 세 알 값을 갚기 위하여 3년을 일을 해주었다는 이야기에다가 사람으로 변해 자신들의 흉악한 죄를 모조리 소멸해 주겠다는 말에 놀라 감동되어 순간적으로 악행을 참회하고 관세음보살이 시키는 대로 했던 것이다.

관세음보살은 500 도적을 줄줄이 이끌고 그들을 깊은 강 위에 있는 높은 바위산으로 올라갔다. 바위 벼랑 위로 관세음보살을 따라 올라가는 500 도적은 험한 산길을 가느라 위험이 닥치는 대도 아무도 눈을 풀지 않았다. 바위 벼랑 위에 도착한 500 도적은 관세음보살의 ‘뛰어내려라!’는 말에 따라 모두 깊은 강물 위로 떨어져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런데 그 도적들이 강물 위로 떨어질 때 보니 모두 부처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후로 500 도적은 부처를 이루었고 500 나한(羅漢)으로 조성되어 절에 모셔졌던 것이다. 이야기를 마친 거지 할머니는 공양주보살에게 말했다.

“공양주보살님! 그 500 도적이 비록 흉악한 살인죄에 도적질을 밥 먹듯이 저질렀지만, 관세음보살님의 말씀을 듣고 바로 깨달아 바위 벼랑 위에서 떨어져 죽는 죽음에 이르렀어도 절대로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친 것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벼랑 위에 떨어져서 죽는 죽음을 받아들인 순간 지은 악업을 모두 벗고 찰나에 부처가 되어 하늘로 날아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늙고 병든 내가 배가 고파 부잣집 부엌에 들어가 밥을 훔쳐 먹다가 주인에게 걸려 몰매를 맞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늙은 스님 덕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 후로는 도둑질을 엉겁결에도 하지 않고 마음을 닦으며 살아왔지요. 이렇게 거지가 되어서 부처님 은덕을 입고 공양주보살님 덕을 보고 잘 얻어먹고 살아왔는데……”

거기까지 말하던 거지 할머니는 깊이 한숨을 내쉬면서 잠시 공양주보살을 바라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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