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의 돌을 깍아 석굴과 1천338개의 돌계단을 만든 ‘ 서산 ’

돌로 만들어진 여의주 주머니에 담으면 재복이
26개 소수민족 생활상이 한눈에 운남민속촌


중국 운남성(완)
중국은 영토가 넓고 인종과 민족도 다양하지만 광활한 국토에 널려 있는 자연의 풍광도 천태만상이다.
운남성 성도인 곤명시 서쪽 교외 전지 서부에 자리한 ‘서산’도 그중의 하나다.
#잠자는 미녀 벽계산(서산)
서산 구경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밥을 챙겨 먹고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벽계산’이라고도 불리는 서산은 해발 2천280m, 길이 4㎞의 녹색 옷에 덮여 있는 산이다.
산세만 놓고 보면 언뜻 정겨운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깐깐한 화교 상인들처럼 만만치 않은 산이다.
굽이굽이 기복이 심해 마치 긴머리를 전지에 드리우고 잠자는 미녀를 연상시켜 ‘미인산’으로도 불린다.
정상에서 리프트카를 타고 내리면 고구마 모양처럼 생겼으며 마치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곤명호수와 곤명시가지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서산 꼭대기에는 용문이 있고 삼청각에서 용문의 정상 달천각까지는 암벽을 뚫어 만든 좁은 석굴로 돼 있다.
굴은 모두 1천338개의 돌계단으로 돼 있고, 벼랑에 낸 길과 조각들은 청나라 중기에 세도사가 만들기 시작해 72년의 대역사 끝에 완성됐다고 한다.
‘용문’에는 돌로 만들어진 용의 형상이 있는데, 지나는 사람들마다 용의 입에 손을 넣어서 있지
도 않은 여의주를 꺼내 주머니에 넣는 시늉을 해보는 것도 또 다른 관광의 재미다.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주머니로 재물이 많이 들어와 부자가 된다고 믿기도 하는데, 이는 세상 모든 이의 소망을 반영한 하나의 풍속으로 봐도 무방하다.
산의 명소로는 화정사와 태화사, 삼청각 등 웅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고찰들이 자리한다.
특히 화정사는 몽고족이 세운 원 시대에 창건돼 명·청 시대를 거치면서 확장공사가 이뤄져 수백여년의 세월을 굳건히 버텨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절의 석가모니와 오백나한의 소상은 불교문화의 정수이자 백미다.
삼청각은 원나라 때는 지방관리가 더위를 피해 공무를 행하던 곳이었으나 명대에 들어와 9층 건물인 도교 사당으로 개축됐다.
화정사의 오백나한상을 내둘러진 혀는 서산과 마주해 있는 대관루로 그대로 이어진다.
곤명 서쪽에 자리하며 일대는 대관공원으로 하나의 관광지 형태로 조성돼 있다.
곤명호의 끝부분을 차지하는 대관공원은 아름다운 누각들이 별천지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이중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지난 1690년 창건된 3층 높이의 ‘대관루’이다.
이 대관루에 올라 곤명호를 바라보면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반한 ‘나르시스’처럼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관루 앞에 걸려 있는 180자의 긴 족자는 청나라 시인인 ‘손란’이 쓴 것으로, 당시의 혼란한 사회를 한탄한 내용이다.
현지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드러진 족자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대관루에서의 감동은 운남민속촌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자연경관을 보느라 나간 넋을 되돌려 준다.
‘운남민속촌’은 중국 운남성 관광의 종점에 해당한다.
운남성에 사는 26개 소수민족 가운데 12개 민족의 주거형태와 고유의 풍속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26개 소수민족의 생활상을 그대로 담을 계획이라고 가이드가 귀띔한다.
일정의 빠듯함에 쫓겨 4개 소수 민족촌 밖에 둘러볼 수 없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제갈량이 맹획을 칠종칠금(七縱七擒)한 고장이자 대리석이라는 이름이 유래한 대리, 이곳에 사는 민족이 백족이다.
백족은 원래 운남성을 지배했던 왕족이며 역사의 주인공 답게 주거형태가 매우 호사스럽고 화려하다.
술을 즐겼다는 이족은 방문객이 마을로 들어오면 맨 먼저 술 한잔을 대접한 것이 지금도 예의로 전한다.
민속촌을 나오면서 드는 느낌은 한때 이들 소수 민족들이 운남성을 좌지우지했던 민족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박물관의 유물처럼 철저히 관광상품화 돼버린 이름 모를 소수 민족 처녀의 웃음은 운남성 관광의 아쉬움과 허전함을 달래주는 마지막 위안이었다.
짧은 일정 속에 일상을 뒤로 한 채 4일여를 돌아본 중국 운남성의 여정은 발을 막 들여놓았을 때의 막연함과 환상을 깨고 경제 개발이 한창인 현대 중국의 한면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중국 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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