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단풍…
山城도 타들어가네

-전체길이 7km 넘어 추월산 담양호가 한눈에
-운대봉은 최적조망지 강천산자락 절경 압권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계단식 축성기술 돋보여

백두대간을 타고 남하한 단풍은 11월에 접어들면서 남부지방을 물들이기 시작, 빠른 속도로 지리산과 해남 두륜산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정점에 담양 금성산성이 자리하고 있다. 전북 순창과 도계를 이루는 이곳에 지금 단풍이 절정이다. 금성산성 정상부터 강천산(584m) 자락을 타고 펼쳐지는 단풍은 압권이다. 한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호남의 금강산‘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계곡과 기암절벽이 병풍을 치듯 늘어선 강천산을 뒤덮은 단풍은 설악산이나 오대산 단풍 못지 않다. 중부지방의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떨어지는 것에 비해 이곳 단풍은 서서히, 오랫동안 지속되는 게 특징이다.
90년대 들어 개발이 시작된 금성산성은 일반인에게 아직은 덜 알려진 곳. 하지만 한번 올라보면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른다. 벌써부터 산성 일원은 전국 각지에서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땅에 이렇게 웅장한 산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처음 찾는 이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성루에 서면 거침없이 흐르는 산줄기와 담양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성은 삼한시대에 시작해 고려중기에 완성됐다고 문헌은 전한다. 해발 603m 산성산을 최고봉으로 봉우리와 봉우리를 연결한 거대한 산괴다. 내성을 포함해 전체길이가 7km가 넘는다.
성곽을 따라 전체를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단풍구경도 하면서 좀더 느긋하게 산행을 하려면 넉넉하게 6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좋지만 단풍이 타오르는 요즘이 최고 장관이다.
산행은 산성의 주 진입구인 외남문에서 시작된다. 남쪽으로 무등산을 비롯해 추월산과 너른 담양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성을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 왼쪽 가파른 성벽을 따라서 서문으로 돌아보는 방법과 내성을 가로질러 동문으로 돌아보는 방법이 있다. 편리한 산행을 원한다면 후자를 추천하고 싶다. 성내에는 애기단풍이 듬성듬성 물들어 있고 약수터에서는 여전히 가는 물줄기가 쉼없이 흘러내린다.
해발 500m 높이에 자리한 동문은 금성산성에서 유일하게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망대가 세워진 곳이다. 그만큼 시야가 확 트였다. 동문부터는 성벽 위를 따라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절벽 등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산성인 탓에 곳곳에 낭떠러지가 많다. 순창 강천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도 이곳에서 만난다.
운대봉은 단풍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봉우리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장관을 구경해 보라.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드넓은 단풍바다에 푹 빠지고싶은 유혹을 여간해선 견뎌내기 힘들다.
연대봉(605m)을 지나 북문을 향해 20여분을 걷다보면 큰 상수리나무 아래 널찍한 공터가 자리하고 있다. 추월산 자락을 벗삼아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휴게소다.
북문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진다.
북문에 도착했다면 한번쯤 고민이 필요하다. 보국사터와 민가가 자리한 성내를 가로질러 편안하게 남문으로 가든가, 아니면 산성을 한바퀴 돌아보는 길을 택해야 한다.
서문은 성내 물길이 담양호로 들어가는 깊은 계곡 양옆에 축단을 쌓고 그 사이에 성문을 배치했다. 60도에 이르는 급경사로 계단식 축성기술이 돋보인다. 이곳에서도 성내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놓여있다.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 이왕 예까지 왔다면 힘들더라도 철마봉과 노적봉에 올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넘실거리는 호수물과 가을빛깔이 선명한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 그 자체를 보여준다. 노적봉에 올라선 순간, 출발했던 남문이 저 아래 다시 보일 때, 코스를 완주했다는 커다란 포만감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담양//박수형기자

글·사진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