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등 200여그루 울창한 마을숲 형성
-고즈넉한 분위기 … 가족 연인들 많이 찾아
-`아름다운 마을숲‘ 선정·나루터 정취도 그윽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발목을 덮는 낙엽을 밟으며 산책을 즐기는 기쁨은 만추의 계절이 안겨주는 최대의 선물. 연인끼리 데이트도 즐기고 가족끼리 스러져 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둔동마을을 소개한다.
연둔리는 마을 전체가 아름드리 나무들로 가득 찬 숲정이다. 노랗게 물든 단풍이 물위에 투영되면서 한껏 운치를 뽐내고 있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수령 100∼500년 된 느티나무, 서나무, 검팽나무, 왕버들나무 등 200여 그루가 동복천을 따라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그 길이가 남북으로 700여 미터에 이른다. 하천을 따라 긴 단풍터널이 만들어졌다.
연둔리 둔동마을은 40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담한 시골마을이다.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외지인의 발길은 뜸한 편이다. 북적이는 단풍인파 없이 그저 차분한 가을산의 분위기만 주변을 감싸고 있다. 곱게 물든 단풍이 낙엽 되어 떨어진 고즈넉한 길을 걸으면서 잔잔한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가을 여행지다. 숲속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차문을 활짝 열고 의자를 젖힌 채 누워있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로워 보인다.
연둔리 숲정이는 결혼시즌을 맞아 웨딩포토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매일 3∼4쌍 정도가 이곳을 찾고 있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듬성듬성 놓여있는 벤치에서 검은 연미복과 새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예비 신랑신부의 다정한 모습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마을 앞에는 동복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둔동보에 잠시 흐름을 멈춘 물길은 마을 앞에 널찍한 호수를 형성했다. 오염원이 없는 동복댐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라 깨끗하기 그지없다.
이용하는 손님 없는 나룻배 한 척은 연인들의 사진 배경으로 인기가 높다. 큰길에서 보면 나무에 가려 마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리를 놓기 전 이용했던 나루터도 그대로 남아있다.
마을 한켠에 자리잡은 정미소에서는 방아찧는 소리가 쉼없이 울려 퍼진다. 가을걷이가 끝난 농촌에서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소리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동복천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다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상류에 있는 구 연둔교는 차량은 건널 수 없고 자전거, 손수레 등만 통행할 수 있다. 차를 몰고 마을로 들어가려면 100여 미터 아래 놓인 새 연둔교를 이용해야된다.
1500년대 주민들이 홍수를 막기 위해 마을 앞에 나무를 심으면서 숲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풍치림이자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고 서있는 수호신인 셈이다.
먼 옛날 마을 뒷산에 큰 바위가 있는데 건넛마을 구암리에서 보이면 마을에 재앙이 생긴다해서 그 바위를 가리기 위해 나무를 심었다는 전설도 마을주민들이 들려준다.
화순군은 지난해 이 숲을 향토문화유산 제12호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또 지난달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과 산림청은 이곳을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선정했다. 생태적 건전성과 자연성, 경관미, 역사성, 고유성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
나무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명을 다하고 고목이 돼버린 나무, 밑동만 남은 나무 곁에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자랑거리인 숲을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새롭게 나무를 심는 주민들의 손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자원이기에….
마을 안길 담장 너머에 매달린 붉은 감이 노란 단풍을 배경 삼아 연둔리의 멋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화순//정경태기자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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