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호남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7월 9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례적으로 자사의 취재윤리 위반 사실에 대한 사과방송을 냈다. 앵커 멘트를 통해 40초 분량으로 전달된 사과방송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본사는 본사 취재진이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 논문을 검증하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김 씨의 박사 논문지도 교수의 소재를 확인하던 중 지도 교수의 과거 주소지 앞에 세워진 승용차 주인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본사는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취재진 2명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습니다. 피해를 당한 승용차 주인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언론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건의 핵심은 취재기자가 ‘경찰’을 사칭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획득한 데 있다. MBC가 취재윤리 위반 사실에 대해 사과방송을 냈지만, 사건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이 사건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윤석열 전 검찰 총장 측이 MBC 기자 2명을 공무원 사칭과 강요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12일 자 사설을 통해 “정권방송의 야권 대선주자 공격이 정상적인 후보 검증을 넘어서는 언론 궤도를 이탈했다”라며 MBC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윤 총장을 엄호했다. 같은 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흔한 일”이라고 MBC를 오히려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언론의 취재윤리라는 논점을 한참 이탈해 정치 쟁점이 되면서 정작 중요한 언론윤리 논쟁에서 궤도를 이탈했다고 본다.

‘언론의 취재윤리’란 무엇일까?

취재윤리는 언론과 기자가 사회적인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일종의 규범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의 언론사들은 취재윤리 준칙과 같은 자사의 강령을 실천해왔다.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인데, 이는 언론이라는 직업 세계를 바로 세우고,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의 문화를 뿌리내리는 토대다.

워터게이트 탐사보도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의 경우는 언론 사명의 첫 번째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품위를 지키는 것임을 강조한다. 기자는 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도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취재 과정에서 자신을 경찰이나 의사 등 직분으로 속여서 취재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윤리 헌장과 윤리강령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10대 강령은 언론자유, 공정 보도, 품위유지, 정당한 정보수집, 올바른 정보사용, 사생활 보호, 취재원 보호, 오보의 정정, 갈등 차별 조장 금지, 광고 판매 활동의 제한 등이다.

이번 MBC의 경찰사칭 취재 활동은 정당한 정보수집이라는 4번째 취재윤리 강령의 위반이다. 목적달성을 위해서 잘못된 수단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우니라나 언론의 잘못된 취재 관행, 그리고 땅에 떨어진 언론윤리를 회복해야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조선일보가 MBC의 잘못된 취재 관행을 꾸짖고 언론문화의 개선과 자정을 촉구했더라면 언론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킬 수 있는 좋은 논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조선일보의 MBC에 대한 비판은 언론계 내부의 자정이나 언론문화의 발전이 아닌 정치진영의 대리자 간 공방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정 보도와 언론의 품위는 어디로 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 자신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언론 스스로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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