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여수시와 전라남도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드디어 정부로부터 국제행사로 최종 승인됐다. 섬박람회는 오는 2026년 7월 17일부터 8월 16일까지 돌산 진모지구 일원에서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30개국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게 될 이번 행사는 6천 명 이상의 고용 창출과 4천억 원 이상의 경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섬박람회 추진을 보면서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2년 전 가을에 다녀온 미국 동부와 캐나다 투어가 떠올랐다. 미국과 캐나다 투어의 대형버스들은 보통 45인승이다. 가을이면 버스마다 만석 상태로 하루 8시간 이상 차를 타야 하는 상당한 체력전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오색단풍과 대자연의 품이었다.

미국 중서부 관문 도시인 시카고 강변과 미시간 호수를 보고 미국 수도 워싱턴을 거쳐 캐나다 국경을 통과해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필자에게 기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캐나다 온타리오호의 북쪽 끝 그 하류의 세인트 로렌스강 위에 펼쳐져 있는 1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천섬투어였다. 유람선을 타고 3시간 정도 관광하는 천섬은 캐나다 동부여행 상품 중에서 빠지지 않는 핵심 코스다.

처음에는 가이드가 천섬, 천섬하면서 40달러의 옵션투어를 추천하는데 잘못 알아들었다. 싸우전드 아일랜드를 번역한 것이었다. 정확히 1천864개의 섬이 있는 천섬은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탄생지로도 유명하다. 세인트 로렌스강은 온타리오주와 퀘벡주 그리고 미국 뉴욕주 사이의 국경을 지나 1천197㎞를 흘러 대서양의 세인트로렌스만으로 이어진다.

캐나다 원주민들은 신비하고 아름답다고 신의 정원 또는 위대한 강이라는 뜻인 ‘맥도구악’이라고 불렀다. 이후 캐나다에 첫발을 디뎠던 프랑스인들이 세인트 로렌스강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암튼 유람선을 타고 천섬투어를 하다 보면 다닥다닥 붙은 크고 작은 섬에 지어진 다양한 별장들을 보게 된다. 성처럼 지어진 저택도 있고 오두막처럼 작은 집도 이쁘게 지어져 있다. 집들은 각각의 개성이 있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건축법상 집을 지을 때는 두 그루 이상의 나무는 꼭 심는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섬들도 모두 나무가 있고 숲이 있다. 그리고 주인이 있다. 가이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부호들의 별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섬들은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싶다. 바다와 대자연이 어우러진 평화 그 자체였다. 연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섬 사이에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선이 있고 캐나다 측의 섬은 온타리오주, 미국 측의 섬은 뉴욕주에 속한다.

천섬투어를 하면서 전남에 널린 섬들을 천섬처럼 바꾼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기회가 되면 글을 한번 쓰고 싶었다. 단순한 복제가 아닌 우리 실정에 맞는 섬 개발 프로젝트로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오고서는 금방 잊고 살았다. 그러다 여수의 세계섬박람회 기획을 보면서 다시 2년 전 강렬했던 천섬투어를 다시 소환하게 됐다.

전남도의 2019년 말 통계자료를 보면 전국 섬 가운데 전남의 섬이 차지하는 비율은 65%나 된다. 사람이 사는 섬이 272개, 무인도 1천893개로 전체 2천165개의 섬이 있다. 특히 이번에 세계섬박람회를 개최하는 여수는 유인도 46개, 무인도 307개 등 353개의 섬이 있다. 대부분 자연림 상태로 잘 보존된 천상의 낙원이 따로 없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4번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무인도들은 대부분 방치돼 있다. 수많은 규제와 법들이 섬 개발을 거대한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와 개발을 위한 규제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세계섬박람회에선 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제관, 섬의 미래와 문화, 생태를 보여주는 부제관, 공동관, 섬살림문화관, 해상교량박물관 등 8개 상설 전시관을 운영한다고 한다. 또 국가·지자체별로 1일 1섬을 지정해 진행하는 스페셜데이를 비롯해 연륙·연도교 투어, 힐링 섬 투어 등 부대행사도 준비한다.

이번 세계섬박람회를 기획한 전남도와 여수시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꼭 성공한 박람회가 돼 전 세계에 여수뿐 아니라 남해안 일대에 걸쳐진 아름다운 섬들이 소개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특히 캐나다의 천섬과 같이 전남의 섬들도 세계적 관광지로 개발돼 1년이면 수천만 명이 찾는 미래의 관광 먹거리의 보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노력은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예산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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