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중(법무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지구온난화, 북극의 해빙, 유럽의 이상고온과 대홍수, 그리스와 터키 및 북미대륙의 대형 산불과 같이 연이은 기후변화의 재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류에게 설상가상이다. 코로나19 극복 못지않게 환경 파괴에 대한 인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배달과 포장 서비스가 증가하고,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일회용 폐기물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가장 처치 곤란한 문제가 ‘쓰레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언택트 시대에 접어들며 오늘의 안락함을 위해 미래 세대의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는 현재의 인류에게 기후변화에 대비함과 동시에 지구를 대하는 혁명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9년 영국 언론 <가디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비상사태(emergency)나 붕괴(breakdown) 같은 단어를 기후와 관련된 용어로 사용하기로 밝혔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을 2019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최근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2021’을 통해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다가올 위험 요인으로 1위 기상이변, 2위 기후대응 실패 등 기후변화를 들었다. 저탄소 경제를 위한 긴급하고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알면서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현실에 대하여 영국 최초의 기후변화 전문 비영리기관의 공동창업자이자 오랫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모색해 온 조지 마셜은 <기후변화의 심리학>에서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들을 외면하고자 자신이 아는 사실에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우리의 능력”이 기후변화에도 적용된다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플라스틱 어택’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영국 찰스 왕세자가 플라스틱 위험성에 대해 연설했고, 현재 젊은 세대에게 영향력 있는 배우 킴 카다시안은 인스타그램에 ‘플라스틱 위기’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며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의 종이 빨대 사용은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줄이기가 조금은 불편해도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친환경 세제의 사용과 리필 제품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주는 일 등은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절감에 동참하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천이다.

‘지속 가능’한 생활양식은 모두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타임>지 선정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린 지구생물학자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라는 저서에서 지구의 풍요를 위해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고 불가능하게 여겨지더라도 환경을 위한 행동에 도전해보라고 격려한다. “전기 절약에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육류 섭취, 식품 폐기물, 자동차 통근, 항공 여행, 살충제 사용에 더 관심이 갈 수도 있다. 사명에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의 집에서 시작해 점점 더 확대해 나가자, 얼마나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는지 알게 된다면 분명 놀랄 것이다.”

미국 뉴욕의 한복판에 사는 콜린 비밴 가족이 지구에 무해(無害)하게 1년간 살아남기 프로젝트를 실천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노 임팩트 맨>은 전기를 아예 끊고 사는 극단적인 실험이다.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에어컨 가동 횟수를 조금 줄이는 일, 소비를 멈출 수는 없지만, 적게 사고, 잘 고르고, 오래 쓰는 소비패턴에 동참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생활 양식’(sustainable life style)은 우리의 일상과 소비에서 중요한 요소로 삶의 관점과 태도이자 비즈니스에서도 ESC는 필수 경쟁력이 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공존 때문이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 패키지는 ‘그린딜’ 또는 ‘그린뉴딜’로 불린다. 나라마다 우선순위와 방점에 차이는 있지만, 에너지·산업·이동수단·건축물·폐기물·농업 및 먹거리 영역에서 탄소 발생량을 대폭 줄여 인류가 생존 가능한 조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 기획은 현재 인류가 생존과 생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을 포괄하고 있으며, 모든 영역에서 사회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 대응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축이라는 수치상 목표치가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로 가능하게 만드는 민주적 기획과 가능한 환경에 부담이 덜한 행동을 찾고, 환경을 고민하는 기업의 제품을 택하는 현명한 일상적 소비가 함께 이루어져, 모두가 풍요로운 생활을 향유하면서도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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