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ㆍ변호사)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우리 사회가 다시 위기에 몰려있다. 사스나 메르스를 떠올리며 몇 개월만 버티면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던 코로나는 몇 차례의 대유행을 거치며 2년이 다 되도록 잡히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 못지않게 걱정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혐오문제이다.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가 빈번하게 보도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실상 범죄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중국발원 사실을 강조하는 등 반중정책과 맞물려 코로나로 인한 미국 내 중국혐오 정서가 커지며 아시아계 혐오의 배경이 되었다. 미국뿐만 아닌 해외 여러 나라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 인종차별 이슈가 점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계 혐오범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나 노인, 미성년자에게 직접적이며 치명적인 공격으로 범해진다는 것이다.

아시아계 혐오의 바닥에는 인종차별의 문제가 있다. 인종이라는 개념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인종 간 우열이 없다는 것도 이제 세계 공통의 보편적 인식이 되었다. 하지만,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만으로 특정 민족이나 혈통 등에 대해서 인종차별이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은 조직적으로 자행되기도 하지만 자신은 아닌척하던 사람들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한순간에 방출하기도 한다.

또 다른 혐오문제는 뜻밖에도 올림픽이 뜨거웠던 지난달 발생했다. 도쿄 올림픽 양궁종목에서 금메달의 소식이 들려올 무렵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다. 바로 우리 지역 양궁 국가대표 안산선수가 소위 ‘페미’ 논란의 타깃이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양궁연맹 홈페이지 등에는 “안산 선수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기도 했었다.

올림픽 3관왕이 페미니스트 논란의 중심에 서자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안산 선수에게 중국으로 귀화할 것을 추천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이 논란은 여러 해외 언론에서도 다뤄졌고, 단순히 안산 선수가 짧은 머리를 했다고 해서 페미니스트라고 비판한다는 식의 내용이나 제목으로 인해 이것을 외신에서 그대로 전하며 더 망신을 사기도 했다. 점입가경이었던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자 양궁 선수인 김제덕에게도 혐오의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남성혐오를 일삼는 부류가 이분법에 의한 잣대를 가져다 대며 젠더갈등의 대상으로 이용한 것이다. 젠더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사상인 페미니즘은 여성의 참정권을 시작으로 한 권리 신장운동과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화기에 여성의 교육권과 남녀 교육기회 균등을 주장하며 진행되었고, 현대에 들어 사회적 남녀차별 문제 인식 및 제도 개선에 있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으며 우리 사회 깊이 박힌 여성 차별의식을 걷어내는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매체 등을 통해 남성을 혐오하고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변질된 페미니즘을 적용하며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며 남녀갈등을 심화시키고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분위기이다.

어떤 것을 증오, 불결함 등의 이유로 싫어하거나 기피하는 감정인 혐오는 우리 사회에 점점 크게 자리 잡아 가는 모양새다. 과거 학창시절 책에서 배웠던 님비현상이 이제는 인종과 성별 등으로 스며들어 우리사회 전체를 좀먹어 가고 있다. 혐오를 혐오로 맞받아쳐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부당대우나 배제와 같은 직접적 차별뿐 아니라, 고정관념과 편견의 확대, 혐오표현에서 무엇이 왜 차별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잘못된 인식이 더 이상 자리 잡지 못하도록 차별과 혐오가 어느 특정 집단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누구든 ‘내 행동이 차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먼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함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것의 첫걸음은 아주 간단하다. 혐오, ‘그냥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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