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무인판매기기 ‘우후죽순’
당첨시 ‘먹튀’ 우려…안전장치 無
경기침체로 복권 호황 속 등장 분석
업체 “현재 불법 판단하는 법 없어”

 

해외복권 구매대행 키오스크가 광주시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지만 당첨금 수령시 안전장치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 한 식당에 설치된 해외 복권 판매기.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스케일이 다른 1등 당첨금 최고 1조 8천억원.’

10일 광주 북구에 있는 한 식당 앞. 한 40대 남성이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 무인단말기)를 이용해 해외 복권을 주문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메가밀리언’, ‘파워볼’, ‘유로잭팟’ 등 미국이나 유럽 복권 하나를 선택한 뒤 복권 번호를 입력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간단한 과정이다.

그는 메가밀리언을 선택한 후 원하는 번호 총 6개를 선택했다. 화면이 넘어가자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휴대전화 인증을 거친 뒤 카드로 결제했다. 한 게임당 5천500원인데 이를 결제하면 휴대전화 문자로 링크가 발송됐다.

그는 “어차피 한 방을 노린다면 당첨금이 많은 미국 복권이 낫지 않겠느냐. 혹시 모르니 속는셈 치고 하루에 3게임씩 복권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내 곳곳에 해외 복권 판매 키오스크 난립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뜨겁게 달아오른 국내 복권 판매 열기에 편승해 키오스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안전장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당첨이 되더라도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1등에 당첨되면 정해진 기간 안에 당첨인이 직접 변호사와 함께 미국으로 가야한다. 3~12등은 세금 공제 후 개인 통장으로 입금된다. 하지만 실제로 당첨금을 소비자에게 전달할지는 모호하다.

복권법 제6조 제4항에는 누구든지 영리 목적으로 최종 구매자를 위해 온라인복권 구매를 대행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해외 복권 구매 대행을 한다면서 소비자들을 속인 대형 사기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 복권을 사지 않고 소액의 당첨금만 자신의 돈으로 상금을 준 것이다. 피해 금액은 431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행업체의 ‘먹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우려에도 시민들은 왜 미국복권을 구매하려는 걸까?

국내 복권인 로또 1등 당첨확률은 814만 분의 1이다. 미국 복권은 3억분의 1이다. 로또의 1등 평균 당첨금은 22억7천만원으로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15억5천만원이다. 미국복권의 경우 최근 1등으로 당첨된 금액은 1조6천983억원이다. 이에 당첨확률이 현저히 낮더라도 당첨금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인생역전’을 노리는 시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현혹하는 것이다.

이날 미국 복권 구매대행 업체 사이트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설치된 미국 복권 무인 키오스크는 총 22곳으로 자치구별로는 동구 2, 서구 9, 남구 3, 북구 3, 광산구 5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법으로 해외 복권을 발매 중개하는 업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판결 결과는 오는 3월 중순쯤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법에 의하지 않은 복표를 구매해 당첨되더라도 해당 국가의 당첨금 수령 여부가 불확실할뿐더러, 지난 2015년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따르면 그 발매를 중개한 경우에는 복표발매중개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복권 구매대행 업체는 복권 구매 대행 사업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미국복권 구매대행 업체 관계자는 “불법이라고 볼 수 있는 법이 없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복권에 적용되는데 이것은 미국복권이다”면서 “복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온라인 복권도 아니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 대행을 신청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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