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실토실 잘 생기고 이름처럼 재주를 부리지 않는 애벌레
남으로부터 방해 받을땐 몸을 뒤로 젖히는 특성
어른벌레 가슴부위 삼각뿔 모양 털 뭉치 ‘인상적’

 

 

사진-1 개미와 애벌레(2019년 8월3일, 내장사)
사진-2 곱추재주나방애벌레(2019년 8월3일, 내장사)
사진-3 곱추재주나방애벌레(2021년 8월14일, 곤방산)
사진-4 곱추재주나방애벌레(2019년 8월3일, 내장사)
사진-5 곱추재주나방(2016년 7월15일, 오도재)

애벌레가 재주를 잘 부려 재주나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어떤 재주를 부리는지 암만 봐도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술재주나방을 비롯해 105종 이상이 알려진 큰 무리의 재주나방과(Notodontidae)에 속하는 곱추재주나방 이야기를 하려 한다.

2020년 겨울쯤 소개한 적이 있는 푸른곱추재주나방의 어른벌레도, 애벌레도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르다. 재주나방과의 녀석들은 등불에 자주 날아오고, 날개 편 길이가 24~90mm로 종에 따라 차이가 크고 대부분 나방 중에서 크기가 큰 편이다. 앉아 있을 때 앞날개가 배를 완전히 덮거나 일부만 덮는다. 어른 벌레의 머리는 거친 털로 덮힌 특징을 갖고 있다.

2019년 8월 3일, 내장산에서만 서식하는 특별한 식물을 확인하러 간다는 지인들을 따라 나섰다. 물론 나의 주된 관심사는 애벌레인지라 다른 식물들을 보는 것은 보너스일 뿐이다. 상당히 무더운 날씨, 애벌레나 열심히 찾자는 심산으로 집중해 보지만 생각보다 보이질 않는다. 점점 더워지며 조금씩 짜증이 나려는데 맨땅에서 곰개미가 뭔가를 열심히 끌고 가려 애를 쓰고 있다. 덩치가 있어 쉽게 끌지 못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조용한 것 같지만 숲속은 소리없는 살벌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누군가를 먹고 누군가에게 먹히는…

자세히 살펴보니 확실치는 않지만 곱추재주나방애벌레 같다. 분명 주변에 다른 녀석도 있을거라는 생각에 주변을 샅샅히 뒤졌다.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가 많다. 10여분 정도 이 나무들을 뒤지다 보니 드디어 눈에 들어오는 반가운 녀석. 상수리나무잎에서 곱추재주나방애벌레를 찾았다.

몸매가 아주 통통하다. 방해를 받으면 몸 앞부분을 뒤로 완전히 젖히는데 조용히 관찰하며 셔터를 눌러서 그런지 몸을 젖히지는 않는다. 어떤 재주를 부리는지 한참을 봐도 재주는 부리지 않고 그대로 있다. 녀석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른 애벌레를 찾아 나섰지만 별 소득이 없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 곱추재주나방애벌레와 비슷한 녀석을 만났다. 하지만 확연히다르다. 푸른곱추재주나방애벌레다. 아직 중령인데 머리는 몸에 비해 아주 크고 몸은 흰색을 띤다. 이름도 생김새도 비슷한 두 애벌레를 비교하며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21년 8월 14일, 곡성 곤방산에서 곱추재주나방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유충길이는 65mm정도인데 녀석은 훨씬 더 큰 느낌이 들었다. 참나무류가 아닌 비목나무에 붙어 있었는데 토실토실 살이 찐 것 같다. 2년전 봤던 녀석보다 훨씬 크고 비목나무에서 발견되어 곱추재주나방애벌레가 아닌 것으로 생각했으나 확인해보니 곱추재주나방애벌레가 맞다.

아마도 주위의 참나무류에서 떨어진 것 같다. 이런 때가 제일 난감하다. 확실히 동정이 가능할땐 괜찮지만 처음 보는 애벌레가 이렇게 있으면 먹이식물로 알 수밖에 없어 동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종령이 되면 흙 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되고 보름 정도 지나면 우화한다.

곱추재주나방을 만난 것은 애벌레를 만나기 훨씬 전이다. 2016년 7월 15일, 함양 오도재 야등에서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풀 줄기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어른벌레 가슴에 삼각뿔같이 생긴 털 뭉치가 인상적이다. 앞날개 후연 중앙부를 중심으로 노란 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중실에 있는 점무늬 2개가 노란색을 띤다.

푸른곱추재주나방은 중실 아래쪽이 후연까지 넓게 노란색을 띠고, 횡맥 점무늬가 흰색이어서 곱추재주나방과 다른 점이다. 2년전 소개한 푸른곱추재주나방과 비교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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