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남도일보 주필)

오치남 남도일보 주필

장강(중국 양자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고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고 했던가…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9일 퇴임식을 갖고 제13대 시장직에서 물러난다. 직원에게 “어, 이 사람아!”라는 말이 가장 큰 지청구일 정도로 훌륭한 인격자이자 존경받는 공직 선배로, 집무실을 떠나 대폿집에선 막걸리 한잔 주고 받으며 속내도 감추지 않을 만큼 소탈하고 솔직했던 이용섭 시장이다.

그는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과 4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패배하면서 광주시청을 떠난다. 광주시장 재선 문턱을 못 넘은 것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다. 자타가 공인한 ‘일용섭’(일 잘하는 용섭)이란 애칭도 시민과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일만 열심히 하면 시민들이 평가해 줄 것’이란 평소 그의 지론이 전혀 먹히지 않은 것이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의 소통과 정무 감각 및 조직력 부족 등이 낳은 실패작이다.

이 시장은 지난 27일 퇴임 기자회견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4년, 광주는 저의 ‘모든 것’이고 ‘전부’였다. 광주역사에 혁신시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 취임하면서 ‘역사에 남는 혁신시장, 박수받으면서 떠나는 우리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임기 4년 중 2년 5개월을 코로나19와 싸운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광주의 미래를 바꿀 수 많은 성과들을 남기고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시민과 직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간 광주형 일자리 성공, 인공지능 광주시대 개막, 출생아수 증가,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 공정투명한 인사문화 정착 등 광주의 역사를 바꿀 수 많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혁신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혁신행정을 강조하다보니 한편에서는 ‘사람이 차다, 너무 원칙론자다’라는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앞으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좌우명인 ‘궁불실의 달불이도’(窮不失義 達不離道·궁해도 의로움을 잃지 않고, 잘 되어도 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를 지키는 광주사람으로, 항상 ‘광주’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광주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광주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또 다른 길목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새로운 역할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4년전 이 시장은 태풍 ‘프라피룬’ 비상업무로 취임식을 정례 조례로 대체한 자리에서도 광주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시장은 “태어나 자라면서 꿈을 키운 곳이 광주·전남이고, 어른이 되어 대한민국이라는 큰 바다로 나갔을 때에도 고향에 돌아와 봉사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삶을 바꾸는 ‘일자리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좋은 일자리 창출만이 광주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저성장, 인구유출, 삶의 질 저하’라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꿈과 약속은 모두 이뤄지진 않았다. 진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가 꼽은 4년간 성과에 대한 평가도 시민들의 몫이다.

잠시 ‘자연인 이용섭’으로 돌아갈 그에겐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지방대학을 졸업한 핸디캡이 항상 따라 다녔다. 그러나 “좋은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끝에 제14회 행정고시(1973년)에 합격한 뒤 관세청장·국세청장을 역임했다. 이어 행정자치부장관과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냈다. 제18·19대 국회의원도 했다. 본인은 부인할 지 모르지만 ‘흙수저’ 출신으론 드물게 정부 고위직과 정치인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이 시장의 70평생에 대한 평가는 서로 다를 수 있으나 그는 광주·전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필자는 이 시장과 혈연·학연·지연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우리의 귀중한 인적 자산을 단순히 정치적·개인적 유불리로 판단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고 싶다. ‘내편, 네편’으로 갈라치기는 멈춰야 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광주·전남의 발전에 무슨 득이 되겠는가? 비단 이 시장만을 한정한 것은 아니다. 이 시장 퇴임을 계기로 사회 각 분야에서 청년 인재를 키우고 ‘존경받는 어르신’을 모시는 풍토가 우리 지역에도 하루빨리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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