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하 걸린 5호기 '누리온' 대신 재난·전염병 등 예측서 효자 노릇 할 듯

"AI·거대과학 연구 수요 대응…GPU 많이 지원해 AI 연구자에 도움될 것"

오는 2024년 국내에 새로 가동을 시작하는 국가초고성능컴퓨터(이하 '슈퍼컴퓨터')는 인공지능(AI) 연구와 거대문제 해결에 적합한 장비로 활용될 전망이다.

슈퍼컴퓨터 자원을 관리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27일 광화문 HJ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연구 성과와 새로 들여올 6호기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 KISTI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하는 '국가플래그십 초고성능컴퓨터 인프라 고도화'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사업은 600 PF(페타플롭스, 1초당 10^15번 연산 처리)급 이상의 이론성능을 갖춘 초고성능컴퓨팅 HW(하드웨어) 시스템과 기반시설, 컴퓨팅 최적 활용을 위한 시스템 소프트웨어(SW)와 개발 도구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6호기가 "현재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5호기보다 32배 빠른 연산 성능을 보일 것"이라며 "거대과학과 AI 분야의 폭발적인 신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초고성능 컴퓨팅 환경변화를 고려한 신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6호기는) GPU를 많이 넣어 AI 연구자에게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다"며 "전체 컴퓨팅 자원의 30%는 AI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ISTI에 따르면 최근 AI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산학연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계산과학 기반의 연구자 중에서도 20% 내외는 AI 기법을 적용한 과학·공학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고 KISTI는 부연했다.

이어 '바이오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 '유체의 직접 수치 시뮬레이션', '천체물리 N-body 시뮬레이션' 등 거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 수요량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천체 물리 분야에서는 계산 규모가 매년 2.1배씩 증가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76 PF, 2030년에는 3 EF(엑사플롭스, 1초당 10^18번 연산 처리)의 계산 자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KISTI는 슈퍼컴퓨터 6호기를 통해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면서 환경문제, 재난, 전염병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연구 성과가 나오길 기대했다.

한편, KISTI는 새로 구축되는 6호기가 네이버가 보유한 700 PF 성능 슈퍼컴퓨터와 어떤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는 계산방식 자체가 다른 컴퓨터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슈퍼컴퓨터는 8비트 정수연산을 하지만 KISTI 슈퍼컴퓨터는 64비트 실수 연산을 하므로, KISTI 슈퍼컴퓨터가 더 정교하며 실질적인 연산 능력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슈퍼컴퓨터는 당대 컴퓨터 중에서도 빠른 계산 성능을 가진 기기여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매년 6월 '세계 슈퍼컴퓨팅 콘퍼런스(ISC)'와 11월 '슈퍼컴퓨팅 콘퍼런스(SC2019)'에서 발표하는 성능 상위 500개의 컴퓨터를 슈퍼컴퓨터로 인정한다.

슈퍼컴퓨터는 1988년 국내에 처음으로 1호기가 도입됐으며, 이후 노후화될 때마다 교체해왔다. 가장 최근에 도입된 5호기 '누리온'은 2018년에 도입돼 현재 활용되고 있다.

누리온의 이론성능은 25.7PF이며 코어 수는 약 57만 개로 고성능 PC 7만1천252개를 합한 수준과 유사하다.

대략 70억 명이 420년간 계산할 양을 1시간 안에 처리하는 정도의 계산 능력을 갖췄다. 누리온이 도입될 당시에는 세계 11위 정도의 계산 성능이었다.

국내 과학자들은 누리온을 활용해 반도체 분야에서 메모리 집적도를 현재보다 1천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신소재와 10억∼50억 년 전에 달하는 근(近) 우주의 은하와 은하단의 진화 등을 연구했다.

2020년 4월에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에서 주도하는 '코로나19 HPC 컨소시엄'에 가입하고, 누리온을 활용해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정교하게 복원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누리온 시스템이 이미 과부하 상태에 이르러 최근의 연구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KISTI에 따르면 누리온의 2021년 3월∼2022년 2월 사용률은 평균 77%, 최대 90.1%로, 정부 지침상 '과부하 상태'다.

정부는 행안부 '정보시스템 운영성과관리 지침'에 따라 연산자원 시스템 용량의 70∼80% 이상이 사용되면 과부하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에서도 초고성능 컴퓨터의 연산성능 발전 속도와 내구연수 경과 등을 고려해 보통 4∼5년 주기로 초고성능 컴퓨팅자원을 교체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6호기를 설치할 시점이라고 KISTI는 설명했다.

한편, 6호기가 들어오면 누리온은 퇴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KISTI는 관련 절차를 밟아 이전의 슈퍼컴퓨터 3·4호기와 마찬가지로 많은 연산을 해야 하는 대학과 연구기관에 누리온 일부를 나눠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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